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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마이클 A. 오스본 교수는 '702개 업종을 분석한 결과, 10년 후 이 중 47%가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도 2030년까지 전 세계 직업 40억 개 중 20억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의 일자리는 소멸하고 첨단과학기술과 새로운 산업에 의한 일자리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사물인터넷, 무인자동차, 빅데이터, 드론, 3D 프린터, 인공지능(AI) 등에 의한 변화는 직업 구조에서 생활 방식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다. 

바야흐로 첨단과학기술 혁명에 의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조응하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는 것이 중대한 과제가 되었다. 관심의 초점은 교육시스템이다. 산업혁명 이후 산업사회 노동력 공급을 목적으로 탄생한 현재의 교육시스템으로는 첨단과학기술 발전과 정보화가 지배하는 후기 산업사회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2007년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유종일입니다'에 출현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이 과거 산업시대의 교육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은 크나큰 장애물이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감옥에 돈을 쏟아붓는 격"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사라지는 직업들, 학교 교육 이대로 괜찮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부모세대가 살았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 될 것이다. 당연히 부모세대가 받았던 교육과는 다른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학자 켄 로빈슨은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교육혁명>(21세기북스 펴냄)에서 산업사회 모형인 교육의 표준화, 획일화를 비판하며 아이들의 창의성을 살리는 '개인 맞춤형 교육'으로의 변화를 주장한다. 그는 아이들의 시험지의 점수로만 취급하는 표준화는 새롭게 직면한 경제적 도전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량과 경제 분야에서 사실상 필요로 하는 역량 사이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국가에서 수행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 같은 실정이지만 교육에 쏟아붓는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그런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너무나 많다"며 "표준화운동에서는 온갖 수사를 내세워 취업 능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늘어놓고 있음에도 정작 업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학습 과정이 아니라 학업 프로그램의 표준을 높이는 쪽에 중점을 두어왔다"(50쪽)고 비판했다.

교육의 획일화, 표준화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애초에 교육의 당사자인 아이들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프루크루테스의 침대'처럼 하나의 기준으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짜맞추려는 표준화는 아이들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꺾어버린다. 동일한 상품을 동일한 형태로 찍어내는 산업시대 제조업과 같이 대중 교육제도는 학생들을 일정한 틀에 맞추려는 의도로 설계됐다. 규칙과 표준을 중시하는 산업적 방법을 교육에 그대로 적용해 온 셈이다.

'우리 아이들과 지역 공동체에 필요한 것은 현재와는 다른 종류의 교육이다. 표준화 운동이 추진중인 원칙과는 다른 원칙에 기초한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이런 교육이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본이란 특정 과목도, 특정 지도법이나 평가전략도 아니다. 원래 역할에 충실한 교육의 근원적 목적을 가리킨다. 교육의 근원적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학교에 대한 사고방식과 학교의 운영 방식을 과감히 변화시켜야 한다.' (62쪽)

획일성에서 창의성으로 교육혁명이 필요하다

'"저는 아이들이 세 유형으로 나뉜다고 봅니다. 먼저 기술의 수동적 소비자형이 있어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런 프로그램을 소비만 할 뿐, 기술은 이해하지 못하는 유형이죠. 그 다음으로 똑똑한 소비자형이 있어요. 분별력 있게 웹을 활용할 줄 아는 아이들이죠. 기술에 대해 더 잘 알지만 실천은 하지 않아요. 마지막 유형은 생산자형 아이들이에요. 오픈소스 활용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유형이죠. 아이가 창의성을 갖길 바란다면 프로그램 짜는 요령을 가르쳐줘야 해요."' (실비나 지비르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 교육장관, 371쪽)

실비나 지비르츠는 지역공동체와의 파트너쉽을 통해 학교 환경 개선, 특히 빈곤층 아이들의 정보화 격차 해소에 역점을 두고 학교 혁신을 주도했다. 그녀는 학교에서 '부정적 강화'(벌, 꾸중, 지위의 박탈과 같은 불쾌한 자극으로 반응이나 행동을 소멸시키는 것)를 최소화하고 의사가 환자를 돌보듯이 아이들을 각각에 걸맞는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사들을 독려했다. 

그녀의 말처럼 창의성이 높은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획일화, 표준화 모델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사람을 다루는 유기체적 과정으로 교육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용과 형식을 모두 바꾸는 아래로부터의 '교육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교육의 근본을 다시 세우고 커리큘럼의 목적과 내용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학교 환경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지역공동체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안팎에서 교육의 질을 강화해야 한다. 저자는 유기농업과 같은 '유기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유기적 교육이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유기적 교육의 원칙 (90쪽)

건강 - 유기적 교육을 통해 모든 학생의 지적,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성장과 행복을 촉진시킨다.
생태환경 - 유기적 교육은 이와 같은 성장의 측면들이 학생 각자의 내면에서나 지역 공동체 내부에서 서로 불가결한 상호의존 관계에 있음을 인정한다.
공평성 - 유기적 교육은 각자의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의 개인적 재능과 잠재성을 육성해주며 함께 노력하는 이들의 역할과 책임을 존중한다.
배려 - 유기적 교육은 연민, 체험, 실천적 지혜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준다.'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저자는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적절한 출발점은 교육의 결과로서 학생들이 '알아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 질문을 제기하는 일"이라며 "실제로 이런 질문에서 출발해 능력의 관점에서 커리큘럼을 다시 짜는 시도가 필요하다"고(222쪽) 설명한다.

커리큘럼은 모든 학생이 습득해야 할 지식과 함께 학생 개개인의 관심사를 발견할 기회를 제공하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관심사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깊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여러 연령대의 학생들의 다양한 교사들 사이에서 협력과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지역공동체와의 교류를 통해 커리큘럼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는 학교가 정말로 학생들의 성공적 삶을 돕고자 한다면 8가지 핵심능력을 개발해주어야 한다고 본다. 8가지 핵심능력이란 다음과 같다.

'학교가 키워야 할 8가지 핵심능력 (222쪽)

호기심(curiosity)- 질문을 던지며 세상의 작동 원리를 탐구하는 능력.
창의성(creativity) -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제로 적용하는 능력.
비평(criticism) - 정보와 아이디어를 분석하고 논리적인 주장과 판단을 펼치는 능력.
소통(communication) - 생각과 감정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다양한 미디어와 표현형식을 통해 자신있게 표현하는 능력.
협력(collaboration) -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건설적으로 협조하는 능력.
연민(compassion) - 다른 사람들에게 감정이입하며 그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
평정(composure) - 내면의 감정과 연계된 개인적 조화와 균형의 감각을 키우는 능력.
시민성(citizenship) - 사회에 건설적으로 참여하며 사회를 지탱시키는 과정에 동참하는 능력.'

저자는 '개인 맞춤형 교육'은 선택된 소수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혁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환경과 조건이 무르익고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를 둘러싼 삶의 환경이 급변하면서 변화의 필요성이 시급해지고 교육을 개인 맞춤형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도 갖춰져 있다.

저자는 "혁명이 대체로 그러하듯이 교육혁명은 오랜 시간에 걸쳐 그 기운이 싹터왔고 이미 곳곳에서 진행중"이라며 "지금은 창의적 자원과 기술적 자원을 활용해 교육 변화에 나설 적기"라고(23쪽) 강조한다. 교육혁명은 위로부터가 아니라 마땅히 그래야 하듯 지역공동체와 함께 풀뿌리 현장에서 아래로부터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학교혁명> (캔 로빈슨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 2015.12. / 1만8000원)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학교혁명

켄 로빈슨.루 애로니카 지음, 정미나 옮김, 21세기북스(2015)


태그:#학교혁명, #공교육, #표준화, #개인맞춤형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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