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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에는 예산 상가리 미륵불공원에서 홍수맥이 삼재풀이 굿이 있었다. 이날 관음전의 묘련스님이 치성드린 굿은 산신에 드리는 치성이기도 하지만 자연의 절기 속에서 봄을 알리며 한해의 시작과 함께 자연에 감사를 드리는 가야산 사람들이 화합하는 행위이기도 할 것이다.

상가리에서는 조선 시대부터 마을 내 각 반별로도 제를 지냈는데 공동체를 이어주는 마을의 축제로 사태마을, 윗남전, 아래남전, 쉰질바위 아래의 관음전 등에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굿을 지내는 다양한 전통이 70년대 이전까지 있었다. 산신을 대하는 태도는 마을의 큰 어른에 인사드리듯 신년이면 산신에 재물과 곡식을 내어 치성드리는 것이다.

1872년 덕산현 지도와 한국민속신앙사전도 상가리의 와룡담과 석문담, 동구말, 남전, 새터말, 관음전에서 산신각과 신당을 세우고 술과 고기를 갖추어 신에게 치성을 드렸다고 기록 한다.

조선시대 기우제를 올리던 석문담과 와룡담이 중심에 그려져 있다.
▲ 1872년 덕산현지도 조선시대 기우제를 올리던 석문담과 와룡담이 중심에 그려져 있다.
ⓒ 이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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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가야사가 마을 사람들과 함께 길일을 잡아서, 가을 두 차례에 걸쳐 대동산제(大同山祭)를 관음전과 동구말 산신각에서 지냈었다. 제관(祭官)은 스님 한 분, 도가(산신제를 지내도록 선출된 집)그 외 2명인데 마을 사람들도 산제당에서 제를 올릴 수 있었다. 제를 지낼 때 마을 사람들은 비린 것을 먹는 것과 부정한 일은 일절 금했다. 또한 부정한 사람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대문 앞 양쪽에 3무덤의 황토를 놓아두었다. 제를 지내는 시각은 저녁으로, 집집이 쌀 1되씩 거둬 시루떡을 만들어 제단에 올렸다.

또한 마을 입구에 있던 서낭당에서도 마을주민 모두 모여 치성을 드렸는데 이 서낭당에서는 2월 14일 저녁이 되면 떡과 술을 마련하여 서낭제를 지냈다. 치성을 드린 후 떡을 짚 위에 깨끗하게 떼어놓고 온다. 이 떡을 주워 먹으면 재수가 좋다고 하여 지나는 길에 떡이 있으면 많이 먹었다고 한다. 또한 마을의 주민중 운세가 좋지 않은 식구가 있으면 푸닥거리 등을 업으로 하는 여자 무당인 선거리를 불러 서낭제를 지냈었다.

상가리의 서낭당은 마을 입구인 현재 가야산의 덕산 도립공원 주차장 있는 부근에 있었는데, 그곳에는 느릅나무와 팽나무가 있고, 사람들이 마을을 오가며 세 개의 돌멩이를 던지고 갔으므로 수북하게 돌이 탑이 되어 쌓여 있었다.

작은 산 형태의 돌무더기 밭을 논으로 만들면서 이 서낭을 없앴는데, 치성드리고 위하던 나무를 건드리면 좋지 않다고 하여 모두들 베지 않으려 했다.

술을 잔뜩 마신 주민 두 명이 나서서 나무를 벤 후 나무 그루터기에 동토가 두렵자 쇠꼬챙이를 각기 한 개씩 꽂아 두었다고 한다. 마을의 산신각은 70년대 헐리게 되고 서낭당은 그 이전에 결국 사라지게 되며 산신제와 서낭제는 마을에서 잊히게 된다. 그러나 마을의 이곳저곳에서 몇 명이서 조용히 치성을 드렸었다.

2014년부터는 상가리미륵불공원에서 묘련스님과 마을내 몇몇의 주민이 모여 치성드리며 수백 년 전부터 내려온 홍수맥이 삼재풀이 굿을 마을의 대표적인 전통 마을 굿으로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관음전의 묘련스님과 마을주민 몇 사람이 몇 년 전부터 '가야산미륵제'와 '횡수맥이'굿으로 백제의 미소 길 상가리미륵불공원과 옥계리 저수지가 있는 곳에서 어렵게 마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의 행사는 종교적인 행사라기보다는 가야산 사람들에 희로애락과 삶의 흔적이 물씬 배어나는 가야산 사람들의 속살을 볼 수 있는 마을의 전통축제라고 할 수 있다.

매년 2월14일에 상가리 미륵불공원에서 올려지는 홍수맥이 굿 마을주민과 묘련스님이 마을의 안녕을 빌며 치성드리고 있다.
 매년 2월14일에 상가리 미륵불공원에서 올려지는 홍수맥이 굿 마을주민과 묘련스님이 마을의 안녕을 빌며 치성드리고 있다.
ⓒ 이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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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행사들에 노인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젊은이들도 참여할 수 있는 현대적인 해석도 필요해 보인다. 과거, 그대로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상황을 담아내고 반영하여 접목해야 다양한 사람들에 많은 공감을 얻어낼 수 있겠다. 가야산 사람들이 다 함께 술 한 잔 기울이며 공동체 모두 함께 공유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마을의 역사와 추억을 만들었으면 한다.

그러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하여 지역에서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몇 년간 가야산에서 살아가며 마을의 소박한 행사인 홍수맥이, 산신제, 미륵제를 보며 주민중에서 참가하는 분들은 10여명 정도다. 마을주민과 예산군의 관심이 더 많았으면 한다.

내년에는 더 많은 주민들이 상가리미륵불공원의 널따란 공연장에 모여 함께 마을의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고 모두의 소망을 소지하며 헌작하고 즐겼으면 한다,

가야산에 의지하고 사는 상가리사람들의 생활에는 내밀한 속살 문화가 존재한다. 그것을 도시 사람들은 보고 싶어 한다. 그들의 삶 속에 내재된 이야기는 문화자원이고 지역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조상들의 평범한 일상도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신들의 보살핌으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자 했던 간절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굿은 고대의 토속신앙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가야산 상가리의 독특한 자산이다.

매년 2월~3월이면 내포가야산을 찾아 신년 시산제를 올리는 산악회가 250~300여 팀에 이른다. 마을신앙의 의미와 존재가치 등을 새롭게 조명해 가야산 마을 굿 페스티벌을 차분히 준비하면 가야산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상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가야산의 문화콘텐츠는 상가리의 이야기 속에 있다.


태그:#횡수맥이, #내포가야산, #상가리미륵불, #가야사지, #충남가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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