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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노동을 부차화 하고, 고정된 성 역할 인식으로 인해 여성 노동자들의 몸과 삶이 멍들어가고 있다. 108주년 3.8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노동자 건강권을 현실과 과제를 짚어보았다 -기자말

지난 2월 22일 인천 남동구에 소재한 삼성전자 하청 핸드폰 부품 가공 업체에서 일하던 28세 여성 노동자가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시력을 손상 당하는 산업재해를 당했다.

그런데 이 사업장은 지난 1월 4명의 20대 청년 노동자에게 발생한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화학물질 관리 취약 우려 사업장 3100개에 속해 이미 2월 3일 고용노동부의 특별점검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점검까지 받은 사업장에서 같은 산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고용노동부의 특별점검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잘 보여준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3일 안산 시화공단을 방문해서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에게 "파견법 통과를 위해 국회에서 피를 토하면서 연설하세요"라고 주문했다. 이번 사고처럼 '노동개악'이라는 핑계로 추진하는 이른바 뿌리 산업(제조업) 파견 확대가 노동자 건강권에 얼마나 끔찍한 영향을 미치는지 두 눈으로 보고도 말이다.

화학물질로 병들어가는 여성 노동자의 삶

반올림은 직업성 암을 비롯해 각종 생식독성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반도체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지난 9년의 투쟁으로 알려냈다. 그러나 삼성은 지금까지도 일터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직업병 피해 노동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지난 1월 16일 아시아 아메리칸 언론인협회 서울지부가 주최한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 토론회'에서 황상기 아버님은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고 황유미씨가 생전에 화학물질로 인한 위험성에 대해 안전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삼성 측은 유미씨가 생전에 '공정/생산기술'에 관한 교육을 받으면서 적었던 메모를 들이밀며 여기 관련 물질과 공정이 적혀 있다며 되레 큰소리치기도 했다.

시간제 일자리로 위태로운 여성 노동자 삶

반도체 전자산업엔 다른 제조업에 비해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여성이 태생적으로 손이 빠르고 참을성이 강하며 꼼꼼하다는 성별 고정관념 때문이다. 또한, 여성 중에서도 사회생활과 임노동 경험이 부족한 젊은 노동자를 선호하는 데에는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대해 기대치가 낮고 노동통제가 쉽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속초, 군산 등 지방에서 실업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거나 졸업을 앞둔 여성을 고용했던 것에서 알 수 있다.

성별 고정관념은 반도체 전자산업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권의 시간제 일자리 전면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6.3%로 OECD 국가 중 단연 1위였는데, 2013년 시간제 일자리 도입 이후 평균 시간당 임금을 비교해도 남성은 1만7450원, 여성은 1만2310원으로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는커녕 시간제 일자리가 격차를 공고히 하고 있다. 현재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노인 10명 중 7명이 여성이고, 국민연금 가입자 10명 중 4명이 여성인 가운데 여성의 연금 수령액이 남성의 73% 수준 밖에 안 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후에 빈곤한 노인은 = 여성이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임금 못지않게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 노동자의 기존 근속년수나 숙련도 등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보조업무에 배치하면서 일을 통한 자아성취, 자존감을 빼앗는다. 초단시간 노동자(주 15시간미만)의 경우 4대 보험과 퇴직금 등 기본적인 법적 보장조차 받지 못한다. 심지어 각 지자체에서는 통상적인 노동시간보다 짧은 (주당 15시간 이상 35시간미만) 노동자를 시간 선택제 임기 공무원으로 5년 미만 동안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고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 선택제 임기 공무원은 주로 여성 노동자를 선호하는 도서관 사서, 방문 간호사 등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2년 이상 종사할 경우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지자체가 시간 선택제 임기 공무원이라는 꼼수를 부리면서 지키지않음에도 법 위반은 아니라면서 뒷짐 지고 있다.

여성노동자의 몸과 마음 그리고 삶을 지키기 위해

박근혜 정권이 일·가정 양립과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 참여 보장,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핑계로 시행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는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정부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간제 일자리가 도입될 수 있었던 저변에는 잘못된 성 역할 인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 양육자는 남성이고, 여성의 노동은 반찬값이나 아이들 학원비 버는 노동으로 부차화 시키는 생각. 반도체 전자산업이나 시간제 일자리가 여성에게 알맞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성 노동자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들이 지속 가능한 노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출산, 돌봄 등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이러한 싸움이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재현 기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일터>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태그:#여성노동자, #시간제 일자리, #반도체 전자산업, #여성빈곤, #메탄올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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