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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이 장애인을 위해 회덮밥 300인분을 준비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이 장애인을 위해 회덮밥 300인분을 준비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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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농성 3주기, 시외버스 타기 이동권 투쟁, 노들장애인야학-노란 들판의 꿈, 전장연 차차차 전국순회에 이어 420 장애인의 날에 밥통이 광화문으로 출동합니다.

메뉴는 회덮밥입니다. 일반 식당에는 없는 메뉴이죠.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비싼 곳 중에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가까이 있는 밥집 중에는 이리저리 찾아봐야 하나 찾을까 말까 한 게 현실이죠.

회덮밥을 파는 곳은 초밥집이나 횟집입니다. 장애인은 접근성이 낮기 때문에 손수 만들어 먹지 않는 한, 잘 먹지 못하는 메뉴입니다. 메뉴에 대해 실무자와 얘기를 나누는데, 저희가 회덮밥도 현장에서 먹을 수 있느냐고 너무 좋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회덮밥 그게 뭐라고......

광화문으로 당일 현장으로 배달되는 회와 신선한 생야채, 직접 만드는 비법 양념장으로 300인분의 회덮밥 준비합니다. 행진을 마치고 오시는 분들이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정성스레 만들겠습니다."

위는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아래 밥통) 상근활동가 손지후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글 아래엔 즉각 배식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학생들, 양파를 썰어 오겠다는 조합원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장애인의날인 지난 20일 오후 5시 광화문광장에서 배식이 시작됐다.

모든 장애인이 모든 음식에 접근하는 날까지

학생둘이 자원봉사로 손길을 보탰다.
▲ 랄레이로 회.덮밥 세팅 중 학생둘이 자원봉사로 손길을 보탰다.
ⓒ 진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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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 봉사를 나온 학생들이  두 팔로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 배식 봉사를 나온 학생들 배식 봉사를 나온 학생들이 두 팔로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 진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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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오후 3시부터 이어졌다. 현장에서 오이, 적채, 깻잎, 청고추, 상추 등 야채를 썰었다. 얼린 참치를 직경 1.5센티 정도로 써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면장갑을 끼고 위생장갑을 끼었지만 칼 등을 누르던 손바닥이 부풀어 올랐다.

밥통의 앞치마를 입고 테이블 앞에 나란히 서서 야채를 썰자 외국인 관광객이나 어르신들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다가왔다. '무엇을 하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회덮밥에 사용할 재료라고 하니 언제 배식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눈치다.

배식 시간이 가까워지자 봉사자들 손길이 더욱 분주해졌다. 휠체어로는 음식점 접근이 어려워 먹고 싶어도 잘 먹지 못한다는 회덮밥. 장애인 동지들이 맛있게 먹을 것을 생각하니 손이 바빠진다. 

함께 봉사를 하는 학생들의 밝고 명랑한 모습에 더불어 마음이 밝아진다. 드디어 행진을 끝내고 광화문 광장에 모인 이들에게 회덮밥 배식이 시작됐다. 야채는 조금주고 회는 많이 달라는 분, 회는 빼고 야채만 달라는 분 등 기호를 맞춰가며 열심이 배식을 했다. 그런데 줄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어느덧 준비한 300인 분의 회덮밥이 다 나갔다. 나중에 온 사람들 은 아쉽게도 김밥으로 저녁을 대신해야 했다.

밥통 상근활동가가 인사를 하고 있다.
▲ 손지후 밥통 상근활동가 밥통 상근활동가가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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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단체 대표들과 밥통 봉사자들이 레트 카펫을 밟고 기냠촬영을 햇다.
▲ 장애인 단체 대표들과 밥통 봉사자들 장애인 단체 대표들과 밥통 봉사자들이 레트 카펫을 밟고 기냠촬영을 햇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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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통이 출동하는 날은 늘 예상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곤 한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덩달아 밥을 먹기 때문이다. 한광주 밥통 운영위원은 "그것이 바로 밥통의 밥 나눔 정신이 아니겠느냐"라며 환하게 웃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밥통 덕분에 맛있는 회덮밥을 먹을 수 있었다, 우리는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 철폐의 날'로 만들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며 "장애인을 시혜의 대상으로 보거나 비장애인들 사이에서 함께 살지 못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차별이 폐지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함께 사는 그날까지 투쟁하자"고 외쳤다.

모든 장애인들이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사먹을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그날이 온다면 2016년 4월 20일 광화문 광장에서 비를 맞으며 먹던 회덮밥을 기억하리라.

덧붙이는 글 | 제 1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그린 라이트를 켜자'가 서울시청사 바스락 홀에서 21일~23일까지 이어집니다. 입장료는 없습니다,



태그:#장애인 차별 철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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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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