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기사 제보로 들어온 것을 편집부가 재정리한 것입니다. [편집자말]
여기가 재떨이입니까? 인도변의 가로수. 얼마나 흡연을 많이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가 재떨이입니까? 인도변의 가로수. 얼마나 흡연을 많이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 제보자 제공

관련사진보기


오랫동안 산적한, 도저히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는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무슨 말로 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현장을 탐방하고 난 뒤 별다른 형용이 필요 없음을 깨달았다.

'할 말이 없다. 너무 더럽다.'

이 사진들이 21세기 대한민국 서울에서 찍힌 것이라니. 이래놓고 중국이나 동남아국가들을 지저분하다고 흉볼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충격적'이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집 밖에 나오면 아예 그냥 흡연구역이고 쓰레기장이다.

'연트럴파크'(경의선 숲길 공원의 별칭)의 문제점은 <오마이뉴스>에 가장 먼저 보도되었다(관련 기사 : 홍대의 신흥 명물 '연트럴 파크', 두달 만에 '망'). 이후 여러 언론매체에서 추가로 보도하면서 이슈가 됐다. 잔디밭이 황폐화되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주변지역에서 담배를 피워 본래 주거지인 연남동 등 주변 지역에 피해를 끼쳤다.

언론 보도 이후 연트럴파크의 문제는 해결 됐을까. 관할 구청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음 사진으로 현재의 상황보고를 대신한다.

연트럴파크 관리자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연트럴파크 관리자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 제보자 제공

관련사진보기


주거환경 민원 넣었더니... 돌아온 건 스티커 한 장

위 사진의 내용과 의미는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어떤 생각으로 관할 구청이 이 곳을 관리하고 있는지, 그 의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듯하다. 관리원 교육이나 구청의 예산 등을 따지기 전에, '자꾸 민원이 들어오니까, 뭐라도 해야 하니까 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본래 이 지역은 주거지이고, 거기에 약간의 상권이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 지역에 방문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주변의 인도와 골목변에서 늘상 흡연이 이뤄지고 있다. 이 근방 인도는 좁다. 그래서 누군가 흡연하면 담배연기를 피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임신부가 지나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이 곁에 지나가도 담배꽁초를 잘 버린다. 뿐만 아니라,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취객들의 소음 때문에 인근 주거지에 사는 사람들은 밤에 창문을 열지도 못한다.

제보자는 지난 6월 초 관할구청인 마포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인도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 사진을 첨부했고, 간접흡연이 끼칠 수 있는 의학적 피해도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그래서 어떤 답변이, 해결책이 돌아왔을까. 스티커 한 장이었다.

당시 마포구청은 "방문 당시에는 흡연자가 없었으나 담배꽁초가 많은 것으로 보아 흡연이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하지만 길거리 흡연은 단속대상이 아니다, 해당 장소 인근에 금연스티커를 부착했다, 추후 야간 점검시 간접흡연피해를 알림과 동시에 계도하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인도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다. 예시로 사진을 보냈더니 그 현장에만 스티커를 붙여놨다. 이게 올바른 해결책일까.
 인도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다. 예시로 사진을 보냈더니 그 현장에만 스티커를 붙여놨다. 이게 올바른 해결책일까.
ⓒ 제보자 제공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해서 무엇이 해결될까. 이건 행정편의주의의 민낯이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금연구역 등에 관한 지침이나 조례 등이 없는지 검색을 해봤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보건복지부의 금연구역 지정관련 업무지침이다. 다음 두 문장을 발췌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역의 자원 등을 연계하여 금연구역의 자율적 확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함.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관내 금연구역 지정현황을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금연구역 지정에 대한 홍보와 관리자에 대한 교육 등을 실시하여야 한다."(2015년 금연구역 지정관리 업무지침 별첨 중)

또한 제보자는 6월 중순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처음 돌아온 답변은 '금연관리는 지방자치단체인 마포구청의 관할'이라는 것이다. 제보자는 포기하지 않고 위에 언급한 조항 등을 근거로 들며 다시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자 담당관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이 관계자는 "흡연부스 설치 등은 전문가들이 크게 반대하고 있으며, 금연구역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 언론보도 등이 최근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라면서 결정적으로 "서울시는 마포구청의 상위기관이 아니고 그 권한은 구청에 있다, 자치구에서 관리인력, 예산 시민여론, 지역 상황 등 개별 여건을 종합 검토해 추진하고 있음을 양해해달라"고 밝혔다(결론은 아무것도 해줄수 없다는 것).

담배연기 자욱한 연트럴파크 주변... "깨끗한 곳에 살고 싶습니다"

여기가 쓰레기장인가, 주택가인가. 후미진 골목이 아니라, 많은 주민들이 지나다니는 인도변이다. 보도블럭 사이사이에 보이는 흰 점들은 전부 꽁초들.
 여기가 쓰레기장인가, 주택가인가. 후미진 골목이 아니라, 많은 주민들이 지나다니는 인도변이다. 보도블럭 사이사이에 보이는 흰 점들은 전부 꽁초들.
ⓒ 제보자 제공

관련사진보기


마포구청과 서울시, 두 곳에 열심히 민원을 넣었다. 현재는 이전에 비해 변화가 생겼을까. 아니다. 지금도 연트럴파크 주변에 가보면, 임신부와 아이들도 많이 다니는 길에 외출하기가 두려울 정도로 간접흡연이 사방에 널려있다. 근 몇 개월 동안 외출할 때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은 적은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었다'.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길거리도 여전하다.

관련 기관의 반응도 변한 건 없었다. 마포구청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모든 민원에 적극적으로 응대하고 있다, 민원 현장에 낮에 가보니 제보 사진만큼 지저분하지 않았다"라면서 "금연구역 설정과 법 제정 등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최초 민원 제기 시점인 6월 초와 달라진 게 없다. 또한, 마포구청의 현장 조사는 '반쪽'짜리였다고 보인다. 연트럴파크 주변은 저녁식사 시간대와 주말에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 근무시간인 평일 낮에 현장에 들렀다는 이야기는 현장에만 갔을 뿐, 실태를 보지 못한 것과 같다.

문제는 외면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음지에서 더 커진 뒤 우리를 덮친다. 2001년 일본에서 길거리 행인의 담배꽁초가 지나가던 아이의 눈에 닿아 실명사고가 생긴 뒤 금연구역이 급격히 늘어난 것처럼, 이런 문제의 외면은 종국에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큰 조직일수록, 안정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괜찮다, 가만히 있으라, 몰라도 된다'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기 쉽다. 자신의 안정적 위치가 흔들리는 것이 싫기 때문일까.

현명한 위정자일수록 변화를 반기고 소용해야 한다. 작아 보이는 문제도 크게 눈을 뜨고 쳐다봐야 한다. 변화는 대개 번거로움과 고통을 수반하지만, 변화하지 않고 성장하고 나아지는 것은 없다. 어렵게, 멋져보이는 문체로 마무리하지 않고 그냥 쉽게 마무리하겠다.

"제발, 깨끗하고 담배연기 없는 서울에 살고 싶습니다. 아내와 아이들과 담배연기 안 맡고 외출하고 싶습니다. 부탁이니 제가 낸 세금으로 뭐라도 해주세요. 단, 스티커는 사절합니다."


태그:#연트럴파크, #마포구청, #경의선숲길공원, #홍대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