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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구이
 전어구이
ⓒ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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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생선구이를 대표하는 대명사이다. '전어를 구웠을 때의 고소한 냄새가 집 나가려는 며느리의 발길도 돌렸다'는 유명한 속담이 널리 퍼진 까닭에 친숙한 음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유명세와는 달리 전어구이는 많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 아니다. 잔가시가 워낙 많기에 살만 발라내고 먹기는 불가능하고 전어 한 마리를 통째로 들고 뼈 채 뜯어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잔가시가 부담스러운 노인과 아이들에게는 일찌감치 의미 없는 음식이 되었으며, 먹는 법이 익숙하지 않은 청년과 중장년들에게도 그다지 매력적인 음식이 아니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고소함을 아는 사람들이 매년 가을마다 술잔을 기울이며 전어구이를 찾는 모습을 보면 이 음식이 우리의 식탁에서 얼마나 존재감이 큰지 알 수 있다.

전어는 꼭 몸통에 칼집을 내어 굵은 소금을 뿌린 후 굽는다. 흩뿌려진 소금이 전어에 그어진 칼집 속으로 알알이 박힐 때, 전어구이 초보자는 혹시나 너무 짤까 걱정이 든다. 그러나 소금의 탄생을 생각해본다면 이것은 얼마나 바보 같은 걱정인가. 바닷물이 불같은 더위를 만나 태어난 결정체가 소금이다. 그러므로 소금은 애초부터 뜨거움에 의해 녹지 않는다. 오히려 한껏 뜨거워진 전어구이를 입에 넣었을 때 구워진 소금이 '바삭'하며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듯한 상쾌함을 준다.

기름진 전어의 부드러운 살과 짭쪼롬하며 달큰한 천일염이 부서지며 입 안에서 한데 어우러지는 식감은 다른 생선구이에서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한참을 바삭한 경쾌함에 빠져 전어구이를 뜯다 보면 고소하고 진한 냄새가 온 몸에 배인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은 당신의 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깊숙한 곳에 숨어들어 매년 가을마다 당신을 소환하게 될 것이다.



태그:#음식사전, #전어구이, #며느리, #가을, #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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