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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어린아이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어린아이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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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연휴, '밥상머리' 여론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탄력을 받아서일까. '반문재인 연합'의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연휴 직후인 31일, <중앙일보>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권유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5일 배석자 없이 김 전 대표가 안 지사와 독대한 자리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는 것이다.

반면 안 전 지사의 경우 정당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정치적 신념과 어떤 정당과 함께할 것인지 밝히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 전 대표 측은 "50대 역할론의 일환"이었다며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김 전 대표의 탈당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나온 보도인 만큼, '50대 역할론' 자체가 '반 문재인 연대', '반 문재인 연합'의 일환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파다하다. 

더불어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김 전 대표의 "탈당 권유"가 사실이라면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문성근 국민의명령 상임운영위원장은 30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안희정 지사는 당신처럼 오락가락 살아오지 않았다. 더민주는 김종인을 징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50대 역할론'이든, '빅텐트'든, 제3지대든, 귀결은 '반문'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운데)가 30일 오전 반기문 전 UN사무총장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표는 "그러나 저는 (반 전 총장이) 설사 국민의당 입당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받을 수 없다', '함께 하기가 힘들다' 하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렸다"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운데)가 30일 오전 반기문 전 UN사무총장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표는 "그러나 저는 (반 전 총장이) 설사 국민의당 입당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받을 수 없다', '함께 하기가 힘들다' 하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렸다"라고 덧붙였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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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종인 전 대표가 주장하는 '50대 역할론'은 결국 구호만 바뀌었을 뿐이다. '빅텐트'든 '제3지대'든 오로지 '반문'으로 귀결된다. 각 대선주자 간, 정당 간, 계파 간 이해관계가 얽혀있긴 하지만, 결론은 '반문'이다.

김 전 대표의 '50대 역할론'도 맥락은 같다.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율은 끝없이 하락 중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은 10%를 넘은 지 오래다. 이 같은 상황에서, '50대 역할론'은 당내 경선 2위 자리를 목표로 뛰고 있는 안 지사나 여타 야당 지지층에게 '반문 연대' 제안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50대 역할론은 또 최근 반 전 총장을 만났다는 김 전 대표가 '반기문 카드'를 버린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반응도 흥미롭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오전 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이) 여기저기 텐트 치러 다니는 것 같은데, 땅이 얼어서 말뚝 박는 게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 역시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반 전 총장이 먼저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 정치 도리상 맞다"라며 "분명한 정체성을 갖고 움직일 때 지지율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더 적극적인 쪽은 역시나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다. 설 연휴 동안 '반문' 연대의 확대를 모색하며 연이어 대권 주자들과의 회동을 한 박 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 열고 견해를 밝혔다. 이날 박 대표는 반 전 총장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빅텐트'나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기는커녕 난항을 겪고 있는 걸로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박 대표는 "손학규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 등과 소위 말하는 정권교체를 위한 텐트 작업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반 전 총장에 대해서는 "설사 국민의당의 입당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받을 수 없다, 함께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못 박았다.

"앞으로 반 전 총장께서 어떻게 하시려는지 물론 저에게 말씀하신 바도 있지만, 그것은 그 분의 몫이고 우리는 우리의 원칙대로 간다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우리는 손학규, 정운찬, 경우에 따라서는 만약 본인이 원하신다면 김종인, 이런 분들과 함께해서 강한 경선을 통해서 정권교체의 길로 매진을 하겠다하는 말씀을 드린다.

일부에서 빅텐트에 대해서 비난을 하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의 길이 있고 그 분들은 그분들의 길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길에 대해서 비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얘기 드린다."

입술 타는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과 기득권 보수층

요약하자면, 굳건한 '문재인 대세론'과 요동치는 '반문재인 연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설 연휴 직전 발표된 각 방송사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반면 설 연휴 내내 종편은 '문재인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도 믿었던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하락 중이고, '반문'을 대표할 대선주자는 뚜렷이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각 대선주자들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이재명 성남시장이 3위 자리를 고수 중이고,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은 반등하고 있다. 민주당 외 국민의당과 새누리당, 바른정당 모두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 갈 만한 상황인 셈이다. <조선일보>의 김대중 주필도 그렇게 애가 탄 이 중 하나다.

"현 상황의 연장선에서 볼 때 다음 대통령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좌파 지도부의 일관된 기획과 전략으로 짜인 준비성과 두 번째 도전에 따른 지명도에다 '때마침 넝쿨째 굴러온'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태가 날개를 달아주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주기로 이어져 온 보수·우파 대(對) 좌파·리버럴의 정권 교체 바람도 타고 있다. 무엇보다도 보수층의 분열이 좌파의 단결을 이뤄주고 있는 시점이다."

31일 자 '김대중 칼럼'의 서두다. 제목 또한 "'문재인 아닌 것'의 연합"이다. 심히 노골적이다.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도 "범보수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다. 글 전반에 불안감이 뚝뚝 묻어난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표에게 '안보, 반북'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잊지 않고 있다.

"문씨에 맞서 싸우려면 문씨를 두려워하고 그의 노선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파고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씨와 비슷해질 것이 아니라 문씨의 대척점에 서서 '문재인이 아닌 것' 즉 anything but Moon의 길로 가야 한다. 지금 박 대통령 탄핵으로 흔들리는 보수층은 박 대통령이 밉더라도 그가 추진하고자 했던 안보 노선, 반(反)북 노선은 승계하겠다는 '용기 있는'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문씨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치는 범(汎)보수 후보들의 단일화다. 적절한 시기가 오면, 또 혼자의 힘으로는 문씨의 집권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 선다면 여권 또는 보수층을 대변하는 주자들은 과감히 한 사람에게 힘을 모아줘야 한다."

심지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까지 '범보수 후보'로 아우르고 있다. 이미 예상됐던 터다. 대신 스트라이커가 바뀌는 중이다. '제3지대'의 중심축이 반기문 전 총장에서 방사형으로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안철수든, 유승민이든, 손학규든, 일단 '범보수 단일화'를 먼저 이루라는 강력하고 직설적인 주문이다. "사퇴"까지 운운한다. 한 마디로, '이보다 더 솔직(하거나 빤)할 순 없다'로 갈무리된다. 

"세월이 변해 이제는 여권이 단일화를 해야 할 국면이 됐다. 언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지 지금은 꼭 집어 말할 수 없지만 아마도 여름 전에 치러진다면 민주당에서는 문씨의 독주가 계속될 것이고 그의 승리는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후보를 못 내는 불임 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고 바른정당은 반기문씨를 영입하거나 유승민 의원을 점찍을 수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출전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고 손학규씨도 모처럼 전력투구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구도로는 문씨를 이길 수 없다.

민주당 이외의 인사들이 단일화를 이뤄낼 가능성은 얼마나 있을까? 소속 정당이나 단체들이 단일화한다는 것을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이 문씨의 안보·외교 노선의 국정 방향에 반대한다면 후보로서 단일화는 있을 수 있다. 공개적인 단일화가 아니더라도 사퇴라는 형식을 취한 단일화도 가능하다.

그리고 단일화를 통한 연합전선은 분권형 개헌 작업의 밑바탕이 될 수 있고 실제로 단일화에 성공해 정권 창출이 이뤄진다면 그 결합은 내각책임제 또는 이원집정부제의 시범적 모형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관건은 '내 힘으로 안 된다면 나의 최소한이라도 공유할 사람에게 길을 내준다'는 정신이다. 보수층은 불안과 두려움을 같이 껴안아준 지도자에게 반드시 보답할 것이다."

"반문재인 빅텐트, 탄핵 순간 물 건너 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포럼광주 출범식에서 지지자에게 둘러싸여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포럼광주 출범식에서 지지자에게 둘러싸여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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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기가 문제였을 뿐이다. '반문재인 연합'의 구체화 말이다. 그런데, 과연 '제3지대'나 '빅텐트'와 같은 '반문'이면 전부일까. 다시 말해,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거나 "민주당 독자 정권은 안 된다"는 식의 연합이고 연대면 끝인 걸까. 이걸로 국민들을, 보수층을 온전히 설득해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도, '반문' 연합의 실체나 이념, 대표선수 역시 확실치 않다. 종편에서 띄우고 있는 '반기문이 지니까, 안철수가 다시 뜬다'와 같은 풍문으론 곤란하다. 조기 대선이 확실시 되는 지금, 지극히 '정치공학'적인 셈법으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심지어 '사회 대변혁'을 촉구했던 현재 '촛불민심'과도 동떨어져 있다. 서서히 잦아들고 있는 '닥치고 개헌' 주장도 민심과 이반되기는 마찬가지다. 

작금의 '반문재인 연합'은 국민들에게 왜 '반문'이 시대정신이고, 왜 절실히 요구돼야 하는지를 지금이라도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귀국 2주 만에 정체성이 탄로난 반기문 전 총장처럼 국민들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문' 연대를 모색하는 이들이야말로 지난 30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정치컨설팅그룹 민 박성민 대표의 해석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만일에 탄핵이 없었다면 문재인 대 반문재인이라고 하는 제3지대론이 힘을 얻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컨대 최순실 사건은 터졌지만, 탄핵이 없이 그전에 무슨 거국중립내각이라든가 책임총리 이런 거 하면서 개헌으로 가자. 이랬으면 문재인 대 반문재인의 빅텐트가 쳐졌을 수 있는데 탄핵이 되는 순간 다 물 건너갔다고 봅니다.

탄핵이 되는 순간은 그냥 정권교체냐 아니냐 이러기 때문에 현재는 제3지대론이라는 게 실체가 없잖아요. 반기문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고 김종인 의원이 탈당한 것도 아니고 김종인 의원계가 탈당하는 것도 아니고 손학규계가 탈당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지금 제3지대의 실체는 국민의당 하나만 있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그냥 과거청산 프레임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이게 이제 가다가 만일에 선거가 4월 26일 날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된다고 그러면 문재인 대 반문재인의 구도는 아마 4월달 정도에나 가야. 민주당 경선까지 다 끝나고 문재인 후보가 됐을 때 문재인이 우리한테 좋은 대통령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쯤 가서야 비로소 작동하게 될 것이지 그전에는 잘 작동을 안 할 겁니다."



태그:#문재인, #반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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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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