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디 꽃이 피지는 않았는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산을 오릅니다. 때가 좀 이른지 꽃은 아직 피지 않았지만, 봉오리는 봄 햇살을 받으며 팽팽하게 부풀어 오릅니다.
 어디 꽃이 피지는 않았는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산을 오릅니다. 때가 좀 이른지 꽃은 아직 피지 않았지만, 봉오리는 봄 햇살을 받으며 팽팽하게 부풀어 오릅니다.
ⓒ 배석근

관련사진보기


봄기운이 스멀스멀 옷 속으로 파고듭니다. 귓속에 하아~ 하고 부드러운 입김을 불어넣듯 겨우내 움츠려 있던 피부세포를 간질이며 깨웁니다. 두 팔을 벌려 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에 받으니 몸 구석구석까지 야릇한 쾌감이 번져 갑니다. 망설이지 않고 재킷을 벗어 배낭에 쑤셔넣고 티 차림으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지난번 산행을 마쳤던 외항재에서 고헌산을 향해 가파른 등로를 치고 올라갑니다. 고헌산은 영남알프스를 이루는 7개 가문 중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는 명산입니다. 영남알프스에서 한 개의 가문을 이루려면 먼저 해발 1천m가 넘어야 합니다. 우월한 '기럭지'가 첫 번째 조건입니다. 그 다음 우람한 덩치와 더불어 당당한 품격이 있어야 합니다. 고헌산은 이런 조건을 두루 갖췄습니다. 떡 벌어진 어깨에 당당한 풍채… 한눈에 봐도 명산 그 자체입니다.

고헌산을 향해 된비알을 올라가는 일행.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올라가는 병사들 같습니다.
 고헌산을 향해 된비알을 올라가는 일행.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올라가는 병사들 같습니다.
ⓒ 배석근

관련사진보기



날이 가물 때 기우제 지내던 고헌산

고헌산을 한자로는 '高獻山'이라고 씁니다. '높을 高'에 '바칠 獻'이니 높은 곳으로 바친다는 뜻입니다. 옛날에는 하늘과 가까운 산 정상에서 제사를 지내는 일이 많았으니,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곳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허겁지겁 가느라 어디 있는지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산 정상에 '용샘'이 있고 날이 가물면 이 샘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합니다. 어쨌든 하늘과 만나는 신성하고 신령스러운 곳이었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고헌산은 언양 고을을 둘러싼 진산이기도 합니다.

이웃 마을 경주시 산내면 사람들은 고헌산을 고함산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발음하기가 조금 불편한 '고헌산'보다는 '고함산'이라 부르는 게 조금 편해서 그렇게 변한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그런데 '고함산'으로 이름이 바뀌고 보니 어쩌다가 전설도 하나 따라붙었습니다.

경주시 산내면에 있는 문복산(이 산도 1천m가 넘지만 영남알프스 7개 산에 족보를 올리지는 못했습니다)의 어떤 바위에 나무꾼 하나가 줄을 잡고 내려와 석이버섯을 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커다란 거미가 줄을 물어뜯어 곧 끊어질 것 같은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모습을 건너편에 있는 산에서 한 사람이 보고는 조심하라고 고함을 질렀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 이름이 '고함산'이 됐다는 얘기지요.

버들강아지... 봉오리가 터질 일만 남았습니다.
 버들강아지... 봉오리가 터질 일만 남았습니다.
ⓒ 배석근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고헌산과 문복산 거리는 어림짐작해도 5~6㎞는 돼 보입니다. 아득하게 먼 거리입니다. 줄이 끊기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도 보이지 않을 만큼 먼 거리입니다. 대북 확성기가 아닌 바에야 아무리 크게 고함을 질러도 소리가 들릴 수 없을 만큼 멉니다. 거미가 줄을 물어뜯는다는 것도 좀 황당합니다. 하지만 굳이 따지고 들어갈 것은 없습니다. 터무니없는 허풍과 웃자고 하는 해학… 이 전설은 그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한 번 웃자고 하는 얘긴데 죽자고 덤빌 것까지는 없겠습니다.

1m 차이의 봉우리 세 개

지난번 오른 가지산은 정상 가까이에 중봉을 하나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고헌산은 서쪽과 동쪽에 서봉과 동봉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고헌산과 동봉은 밋밋한 능선으로 이어져 있어서 두 개의 봉우리라기보다는 그냥 한 개의 펑퍼짐한 봉우리로 보입니다. 그런데 서봉은 고헌산과 500m쯤 떨어져 있고 그 사이에 푹 파인 부분이 있어서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고헌산(오른쪽)과 동봉은 밋밋한 능선으로 이어져 있어 두 개의 봉우리라기보다는 그냥 한 개의 펑퍼짐한 봉우리처럼 보입니다.
 고헌산(오른쪽)과 동봉은 밋밋한 능선으로 이어져 있어 두 개의 봉우리라기보다는 그냥 한 개의 펑퍼짐한 봉우리처럼 보입니다.
ⓒ 배석근

관련사진보기


문제는 높이에서 생깁니다. 고헌산이 1033m, 이어져 있는 동봉이 1034m인데, 떨어져 있는 서봉은 1035m입니다. 간발의 차이긴 하지만 서봉이 더 높습니다. 그런데 '고헌산'이라고 하는 명예는 가운데 있는 1033m짜리가 차지하고, 1035m는 고헌산에 딸린 '고헌산 서봉'으로 남았습니다.

요즘 법적인 다툼이 꽤나 많이 벌어지는 시기를 지나가면서 봉우리끼리 '고헌산' 명예를 두고 법적인 다툼을 벌이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봅니다. 기우제를 지내는 등 전통과 관습을 중시하는 역사적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 그대로가 맞지만, 이론을 중시하는 '법리적' 판단을 한다면 '고헌산'이라는 명예는 2m 더 높은 서봉으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고헌산 서봉 높이는 1,035m... 고헌산(1,033m)이나 동봉(1,034m)보다 약간 높습니다.
 고헌산 서봉 높이는 1,035m... 고헌산(1,033m)이나 동봉(1,034m)보다 약간 높습니다.
ⓒ 배석근

관련사진보기



고헌산 동봉을 지나 소호령으로 가는 내리막길을 조심스레 걸어갑니다. 오늘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촛불집회가 열립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마음의 봄도 어서 왔으면 하고 간절하게 바라는 이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을 가득 메울 것입니다. 지난해 말, 어느 방송 연말 시상식에서 배우 차인표씨가 했다는 말을 떠올려 봅니다.

"첫째,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둘째,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셋째, 남편은 아내를 이길 수 없다."

어둠이 물러나고 거짓이 탄핵을 받는 첫째와 둘째 항목은 3월 초에는 꼭 그렇게 되는 모습을 확인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지만, 세상이 하도 흉흉하고 탐욕이 넘쳐나고 역풍도 건듯 불어오니 소망대로 이루어질지 조마조마하기만 합니다. 상식과 양심만 있으면 되는데… 그게 없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데 셋째 항목은 그렇게 된다는 확신이 듭니다. 제가 아내를 만나 26년을 살아오면서 아내를 이겨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단언컨대 없습니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서 한참 어린 아내는, 더욱이 천사표 장모님을 닮아 착하디착한 아내는 어차피 제가 이기고 자시고 할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아내의 말을 잘 들어 온 편이지만 이제 '더욱' 잘 들으려고 합니다.

숲이 빽빽해도 나무가 아직 잎을 내지 않으니 산은 속살을 그대로 내보입니다.
 숲이 빽빽해도 나무가 아직 잎을 내지 않으니 산은 속살을 그대로 내보입니다.
ⓒ 배석근

관련사진보기



아내의 말을 경청하고 순종하기

아내의 말을 듣는다는 건 두 가지 의미에서입니다. 하나는 경청입니다. 어린이집에서 조리사로 일하는 아내는 그날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저녁 식탁에서 곧잘 이야기하곤 합니다. 때로는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때로는 씩씩거리기도 합니다. 그러면 저는 그 이야기를 잘 들어 줍니다. 그렇지, 맞아, 좋지, 저런~ 같은 추임새를 넣어 주면 이야기하는 아내는 더욱 신이 납니다.

아내가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열심히 얘기하는 것은 그 얘기에 동의나 조언을 구하는 건 아닙니다. 사리판단을 부탁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내는 그저 그날 있었던 일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고, 저는 그 얘기를 그냥 '잘' 들어 주면 됩니다. 그게 다입니다.

또 하나는 순종입니다. 순종이라는 말이 다소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순종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냥 순종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선사시대부터 남자와 여자의 역할은 좀 달랐다고 합니다. 남자는 사냥을 해야 하니 들짐승 같은 목표물을 향해 달렸습니다. 당연히 시야가 좁습니다.

여자는 남자가 사냥을 위해 떠나간 집을 온전히 보호하고 돌봐야 했기 때문에 주위를 360도 살펴가며 낯선 사람이나 짐승을 경계해야 했습니다. 당연히 안목이 넓습니다. 그래서 남자는 한 가지 일에 몰두하지만, 여자는 몇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사진 촬영에 푹 빠진 제 모습을 일행 한 분이 찍어 주셨습니다.
 사진 촬영에 푹 빠진 제 모습을 일행 한 분이 찍어 주셨습니다.
ⓒ 배석근

관련사진보기



그러니 상황에 대한 판단은 안목이 넓은 여자가 더 빠르고 더 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내의 판단이 더 적합하고 올바를 확률이 큽니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아내의 말을 잘 듣고 잘 따르면 대세 판단을 그르칠 위험이 적습니다. '말을 듣는다'의 첫 번째 의미 '경청'은 지금까지 잘 해 온 것 같고, 앞으로는 두 번째 의미 '순종'도 잘 실천해 갈 작정입니다.

결심 8 / 아내의 말을 잘 듣자. 그게 정답이다.

♤ 낙동정맥 8구간 종주

날짜 / 2017년 2월 25일 (토)
위치 / 울산광역시 울주군, 경상북도 경주시
날씨 / 날은 화창했고 울산 기온은 7~10도(산 위에서는 4~5도쯤 됐을 듯)
산행 거리 / 12.3㎞
소요 시간 / 4시간 30분
산행 코스(북진) / 외항재 → 서봉 → 고헌산 → 동봉 → 소호령 → 백운산 → 삼강봉 → 소호고개

영남알프스 산줄기가 겹겹이 펼쳐집니다. 가장 멀리 뽀족하게 솟은 산이 영남알프스의 최고봉 가지산입니다.
 영남알프스 산줄기가 겹겹이 펼쳐집니다. 가장 멀리 뽀족하게 솟은 산이 영남알프스의 최고봉 가지산입니다.
ⓒ 배석근

관련사진보기



오늘은 산행을 하면서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두리번거립니다. 어디에 꽃이 피어나지 않았을까 살펴보는 것입니다. 아직은 꽃이 피기에 좀 이르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합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여성호르몬 분비가 더욱 왕성해지는지 꽃이 점점 더 예뻐집니다.

찬바람 속에 고고한 척 피어나는 매화도 좋고, 눈이 어지러울 만큼 화사하게 피어나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벚꽃은 뭔가 좋은 일을 가져올 것 같기도 합니다. 진분홍 진달래가 온 산에 번져 가면 저는 정신이 아뜩해지기까지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고 흥분하는 꽃이거든요. 봄이 오는 길목에 서면 진달래꽃 볼 생각에 마음이 들떠서 지낼 정도입니다.

소금 지게 지고 울산에서 추풍령까지…

인가가 있고 밭도 눈에 띄는 소호령을 지나갑니다. 울산 소금장수가 소금 두 섬을 지게에 지고 이 고개를 넘어 멀리 추풍령까지 갔다고 합니다. 울산에서 여기까지 오는 거야 옛날에는 흔한 일이었을 테지만 여기서 추풍령까지라면 상상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옛날에 바닷가에서 먼 곳은 소금이 귀하고 비쌌기 때문에 그 먼 길도 갈 수 있었을 거라고 짐작해 볼 뿐입니다.

소호령... 울산 소금장수가 소금 두 섬을 지게에 지고 이 고개를 넘어 멀리 추풍령까지 갔다고 합니다.
 소호령... 울산 소금장수가 소금 두 섬을 지게에 지고 이 고개를 넘어 멀리 추풍령까지 갔다고 합니다.
ⓒ 배석근

관련사진보기



백운산에 눈앞에 나타납니다. 이 땅에는 백운산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산이 참 많습니다. 특별한 전설이나 유래가 있다기보다는 흰 구름이 산에 걸려 있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는 "저 산을 백운산(白雲山)이라 부르자" 하고 이름을 쉽게 짓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지금 올라가는 백운산 말고도 제가 만난 백운산이 여럿입니다. 경기도 포천에서 강원도 화천으로 넘어가는 광덕고개 옆에 있는 백운산, 매화 피어나는 요즘 많이들 찾는 광양 백운산, 수원 광교산에서 청계산까지 종주할 때 만나는 백운산이 있고, 가지산에서 뻗어나가 우뚝 솟은 백운산은 지난번 종주 때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김유신이 수련하던 백운산 자락

지금 오르는 백운산은 그다지 특별한 산은 아닙니다. 높이가 893m이니, 1천m 넘는 봉우리가 즐비한 영남알프스에서는 눈에 잘 띄지도 않습니다. 멋진 바위나 깊은 계곡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전해 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기는 합니다. 삼국 통일의 주역이 된 김유신이 17살 때인가 이 산에 홀로 들어와 수련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화랑 신분으로서 다른 화랑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왜 혼자 산속에 들어와 수련했을까 하는 가벼운 궁금증이 일어납니다. 혹시, 가야에서 귀화한 가문이기 때문에 신라의 전통 귀족들한테서 알게 모르게 따돌림을 당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김유신이 남기고 간 체취는 없을까 하고 크게 숨을 들이마셔 보기도 합니다.

백운산 풍경... 별다른 특징이 없던 백운산에 김유신 장군 이야기가 스며들면서 산행에 작은 재미가 따라붙습니다.
 백운산 풍경... 별다른 특징이 없던 백운산에 김유신 장군 이야기가 스며들면서 산행에 작은 재미가 따라붙습니다.
ⓒ 배석근

관련사진보기



전해 오는 이야기 하나에도 산행에는 작은 재미가 붙습니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산을, 별다른 특징이 없는 계절에 걸으면서도 이야기 하나가 작은 흥미를 불어넣어 줍니다. 봉우리마다 고개마다 그리고 산골짝마다 깊숙이 숨어 있을 전설을 하나하나 파내어 그것을 이야기로 엮어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땅이름 하나에도 수천 년을 살아온 선조들의 숨결이 깃들어 있고, 전설 하나에도 선조들이 살아온 삶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돼 있을 것이니 그걸 이야기로 풀어 가면 산행이 더욱 재미있고 즐거워질 것입니다.

낙동강, 태화강, 형산강 갈라지는 삼강봉

백운산을 지나 1㎞쯤 가면 삼강봉이 나옵니다. '삼강(三江)'은 강이 세 개라는 뜻입니다. 이 봉우리에 떨어지는 빗물은 간발의 차이로 낙동강으로 흘러 남해에 닿기도 하고, 울산 태화강이나 포항 형산강으로 흘러 동해에 이르기도 합니다. 세 강의 물길이 이 봉우리에서 갈라집니다. 그래서 삼강봉입니다.

삼강봉... 낙동강, 태화강, 형산강 세 강의 물줄기가 이 봉우리에서 갈라집니다.
 삼강봉... 낙동강, 태화강, 형산강 세 강의 물줄기가 이 봉우리에서 갈라집니다.
ⓒ 배석근

관련사진보기



삼강봉을 지나 소호고개에 이릅니다. 오늘 같은 이름의 고개를 두 개 만났습니다. 아까 지나온 소호령과 지금 서 있는 소호고개… 둘 다 울주 쪽에서 소호리로 넘어가는 고개입니다. 두 고개를 구분하기 위해 하나는 한자어를, 다른 하나에는 우리말을 붙였습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를 하나 읊으며 소호고개에서 오늘 낙동정맥 종주를 마칩니다.

山에서 큰다

이해인

나는
山에서 큰다

언제나 듣고 싶은
그대의 음성
대답 없는 대답
침묵의 말씀

고개 하나
까딱 않고
빙그레 웃는 山

커단 가슴 가득한
바위
풀향기

덤덤한 얼굴빛
침묵의 聖者

인자한 눈빛으로
나를 달래다
호통도 곧잘 치시는
오라버니 山

오늘도 끝 없이
산에서 큰다 *

* 시집 <민들레의 영토> / 이해인 / 33~35쪽


태그:#낙동정맥, #고헌산, #영남알프스, #백운산, #삼강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