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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산이 석산 개발로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이배산에는 전기 철탑도 지나가고 있다.
 이배산이 석산 개발로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이배산에는 전기 철탑도 지나가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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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산 승전목이 훼손된 것은 우리 후손들의 책임이다. 승전목이 지닌 역사 문화적인 가치를 지금이라도 재평가해 보전해야 한다."

면천면에 사는 한 주민의 말이다. 충남 당진시 면천면 사기소리에는 승전목이 있다. 승전목은 1894년 이배산과 웅산 사이의 협곡에서 동학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전투를 벌여 큰 승리를 거둔 곳이다. 동학 농민군은 이 전투에서 최초로 승전보를 울렸다.

최근 면천면 일대의 주민들과 지역시민사회 단체들 사이에서는 승전목과 이배산 일대를 사적지와 생태 공원으로 조성해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학군의 승전 역사가 숨어 있는 승전목은 70번 국도 확장 공사로 이미 일부가 훼손됐다. 그때문에 더 늦기 전에 승전목을 사적지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지훈 내포문화숲길 당진 지부장은 "승전목을 완전히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더 이상의 훼손은 막아야 한다"며 "승전목 일대를 사적지로 지정하고 이배산 줄기에 생태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이어 "요즘 면천읍성도 복원을 하고 있다"며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승전목과 면천읍성을 문화 관광 벨트로 묶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승전곡에서는 승전어화가 이루어졌다

왼쪽 상단 석산이 붕괴되어 토사가 흘러 내리고 있다. 붕괴사고의 우려가 있다.
 왼쪽 상단 석산이 붕괴되어 토사가 흘러 내리고 있다. 붕괴사고의 우려가 있다.
ⓒ 안중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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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내포문화 숲길 이지훈 당진 지부장과 안중신 팀장의 안내로 면천면 사기소리의 승전목과 이배산 일대를 둘러 봤다. 승전목이 있는 이배산은 이미 석산 개발로 산자락이 상당 부분 깎이고 훼손된 상태였다. 산의 중턱은 산사태로 인해 깊이 파인 곳도 눈에 띄었다.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승전목과 이배산의 훼손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지훈 지부장은 "골재를 채취한 뒤 복원을 제대로 안 해 산이 허물어진 상태"라며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승전목은 계곡을 끼고 있어 승전곡으로 불리기도 한다. 승전곡은 면천 8경의 하나로 꼽힌다. 승전어화는 밤에 횃불을 들고 은어를 잡는 광경을 뜻한다. 그 옛날 승전곡에서는 횃불을 밝히고 은어를 잡는 승전어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승전목에 장승공원 세운다

이처럼 승전목에는 동학의 역사만 있는 게 아니다. 이지훈 지부장에 따르면 승전목 일대에는 유난히 공소와 공소터가 많다. 공소는 천주교 신자들이 모여 예배를 보던 장소이다. 이와 관련해 이지훈 지부장은 "승전목 부근은 합덕(김대건 신부의 고향)에서 운산과 해미 멀리 청양을 잇는 천주교 전파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배산 승전목 일대에는 조만간 장승공원도 들어설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이지훈 지부장은 "승전목 할애비 바위 앞 검안천 둔치에 솟대 89개 장승 4기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당진 의회의 예산 승인 절차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장승공원은 매년 열리는 동학군 승전 기념 행사장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이배산 뒷편은 그마나 자연 환경이 보존되고 있다.
 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이배산 뒷편은 그마나 자연 환경이 보존되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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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배산 , #당진 , #승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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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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