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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흐린 하늘에 많이 답답하고 속상했지만, 꽃은 늘 약속을 어기지 않고 피어나 흐린 풍경을 밝고 선명하게 만들어줍니다. 덕분에 봄이 봄답게 느껴지네요. 이 꽃들이 지면 또 어디서 봄을 찾을 수 있을까요? 늘 봄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봄을 선물해 주는 꽃 같은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① 언젠가 돋아날 뿔을 기다리며 <송아지의 봄>
고미 타로 지음 | 비룡소


《송아지의 봄》
고미 타로 지음 | 비룡소
 《송아지의 봄》 고미 타로 지음 | 비룡소
ⓒ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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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고미 타로의 <송아지의 봄>입니다. 화면 가운데 가냘프지만 씩씩하게 네 다리로 서 있는 송아지가 있습니다. 태

어난 지 얼마 안 된 모양입니다. 눈이 녹으면 눈에 가려져 있던 땅이 드러나듯 송아지의 얼룩무늬도 등에 슬쩍 나타납니다.

이윽고 꽃도 피고, 바람도 불고, 태풍도 몰아칩니다. 여러 계절을 지나면서 송아지도 자라게 됩니다. 송아지의 성장은 마지막에 뾰족하게 돋아난 뿔로 알 수 있죠.

봄이 상징하는 시작과 성장의 모습이 이제 막 삶을 시작하는 송아지와 함께 잘 나타나는 책입니다. 엄마들은 아마도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며, 이 책의 송아지처럼 우리 아이도 계절을 잘 견디며 쑥쑥 자라나길 바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② 동물들이 맡았던 냄새의 정체는? <코를 킁킁>
루스 크라우스 글, 마크 사이먼트 그림 | 비룡소


《코를 킁킁》
루스 크라우스 글, 마크 사이먼트 그림 | 비룡소
 《코를 킁킁》 루스 크라우스 글, 마크 사이먼트 그림 |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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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려요. 들쥐들은 잠을 자고 있지요. 눈이 내리는 동안은 이 책에 나오는 달팽이도, 곰도, 다람쥐도, 마르모트도 모두 모두 잠을 자고 있답니다.

그러다가 일순간 모두 눈을 뜹니다. 들쥐도, 곰도, 달팽이도, 다람쥐도, 마르모트도 모두 코를 킁킁. 그러고는 동물들을 킁킁거리게 만든 그것을 향해 모두 달립니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눈 속에서 발견한 그것은 무엇일까요? 동물들의 봄은 코로 먼저 오는 것일까요? '그럼 나에겐 무엇이 봄의 신호일까?' 하고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책입니다.

책의 본문은 부드러운 목탄으로 그려져 있어서 눈 속에 자고 있는 동물들도 한없이 따뜻해 보였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비로소 그림이 왜 흑백이었는지 알게 되지요.

③ 엄마도 아기도 모두가 꾸벅꾸벅 <봄이 오면>
한자영 지음 | 사계절


《봄이 오면》
한자영 지음 | 사계절
 《봄이 오면》 한자영 지음 | 사계절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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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말 졸린 책입니다! 재미가 없어서 그렇다면 소개를 하지 않겠지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봄에 찾아오는 '춘곤증'이란 손님을 잘 담아냈기 때문에, 괜히 읽는 동안 눈이 감기는 기분이 드는 것입니다.

겨우내 옷깃을 여미느라 긴장했던 몸과 마음이, 봄이 되면 눈이 녹듯 사르르 풀어지는 법이지요. 그동안 열 수 없었던 창을 열면, 졸음이 봄바람을 타고 함께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럼 엄마도, 아기도, 바지런한 가겟집 아주머니도, 심지어 오리도, 무당벌레도 잠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고 맙니다.

스르륵 부드럽게 녹아든 그림만 봐도 이 책에서 봄 냄새를 맡을 수 있답니다. 텍스트도 내용을 따라 꾸벅꾸벅 잠을 주체 못하는 듯이 배열되어 있는 것 역시 이 책의 재미를 더해 주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④ 씨앗에서 꽃으로, 다시 씨앗으로 <씨앗은 어디로 갔을까?>
루스 브라운 지음 | 주니어RHK


《씨앗은 어디로 갔을까?》
루스 브라운 지음 | 주니어RHK
 《씨앗은 어디로 갔을까?》 루스 브라운 지음 | 주니어RHK
ⓒ 주니어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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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이는 해바라기 씨앗 10개를 손바닥에 쏟아냅니다. 봄이 되어 부드러워진 땅에 10개의 씨앗을 손가락으로 쏘옥쏘옥 눌러 심습니다.

앗! 개미 한 마리가 나타나 씨앗을 가져가네요. 씨앗은 9개가 되었습니다. 다음 장엔 비둘기 한 마리가 나타나 씨앗을 콕콕 쪼아 먹습니다. 씨앗이 8개가 되었어요.

이런저런 사연으로 7개가 되고, 6개가 되는 동안 씨앗은 자라 떡잎이 되고, 줄기가 됩니다. 마지막까지 남은 씨앗 하나가 마침내 꽃으로 피어나, 다시 10개의 씨앗을 안겨주는 책의 내용이 자연의 위대함과 숭고함을 느끼게 줍니다.

⑤ 신명 나는 생명의 탄생 <덩쿵따 소리 씨앗>
이유정 지음 | 느림보


《덩쿵따 소리 씨앗》
이유정 지음 | 느림보
 《덩쿵따 소리 씨앗》 이유정 지음 | 느림보
ⓒ 느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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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씨앗에 관한 책입니다. 생명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는 씨앗은 봄이란 계절과 떼려야 뗄 수 없지요.

이 책은 씨앗의 생명력을 소리와 엮어 아주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는 우리 장단 중 중모리 장단을 듣고, 그것이 담고 있는 생명 순환의 법칙을 책으로 엮었다고 말합니다.

책에서 쓰인 북의 소리는 글씨가 아닌, 바로 소리이자 그림입니다. 그 자체로도 힘이 넘치는 그림은 캘리그래피를 만나 책을 뚫고 나올 듯 강해집니다. '쿵' 소리에 발을 뻗고 '따' 소리에 새싹을 땅 밖으로 내미는 '째깐한' 씨앗은 절대 '째깐하'지 않습니다.

책을 덮을 때쯤 멋진 판소리 공연 한 판 감상한 기분이 드는 건 저뿐만이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동영상(유튜브 검색)과 함께 보시면 더 실감 나게 와 닿으실 거예요.

⑥ 인연을 만들어 주는 계절 <팔랑팔랑>
천유주 지음 | 이야기꽃


《팔랑팔랑》
천유주 지음 | 이야기꽃
 《팔랑팔랑》 천유주 지음 | 이야기꽃
ⓒ 이야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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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도 반짝 빛나고, 바람도 살랑 부는 날, 나비와 아지는 각자 산책을 나갔습니다. 서로 낯선 둘은 벤치 양 끝에 앉아 도시락을 먹고 책을 읽지요.

그러다가 나비 콧잔등에 꽃잎이 하나 떨어졌습니다. 움찔움찔 킁킁! 꽃잎을 후~ 불어 날려 보내는 나비. 그 꽃잎이 이번엔 아지 콧잔등에 내려앉네요. 아지도 후우우~ 불어 꽃잎을 날려 보냅니다.

이제 하얀 벚꽃잎은 어디로 날아가 내려앉을까요? 그리고 어떤 인연을 운명처럼 빚어낼까요? 섬세한 선으로 그린 곱디 고운 그림이 내용만큼이나 사람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만듭니다.

어서 빨리 꽃 피는 봄이 오고 산책도 하면 좋겠네요. 그러면 제게도 이런 행복한 인연이 찾아올지 모르니까요.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그림책 출판사 이야기꽃 블로그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송아지의 봄

고미 타로 글 그림, 김난주 옮김, 비룡소(2003)


태그:#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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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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