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지난 21일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진 더불어민주당의 '신정부의 국정 환경과 국정 운영 방향' 보고서에는 '교원노조 재합법화 선언'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추진한다는 설이 제기됐으나, 청와대에서는 "현 정부는 논의하거나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임기 초반 전교조 법외노조를 철회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고, 이를 원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여전합니다. 정은균 시민기자가 전교조 법외노조화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서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전교조 조합원은 합법화 이후 5만 명 이하였던 적이 한 번도 없었으므로 <조선> 기사는 제목부터 허위”라고 밝혔다.
 전교조 간판
ⓒ 강성란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정권 출범 1년차였던 2013년 10월 24일 고용노동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법상 노조 아님' 통보 공문을 팩스로 보냈다. 이명박 정권 시기였던 2010년 3월 정부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내부규약에 대해 최초로 시정명령을 내린 지 3년만에 전교조는 '법외노조'가 되었다. 1999년 합법화 이후 우리 정부가 전교조 내부규약을 특별히 문제 삼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조합원 6만 명 중 9명의 해고자가 있다는 이유로 14년간 '법내노조'로 유지되어 온 노동조합이 법 밖으로 밀려났다. 이후 전교조는 헌법재판소에 '법외노조 효력 정지' 신청 소송 제기와 '교원노조법 2조'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며 법외노조와 법내노조를 사이를 널뛰듯 오갔다. 그러나 2016년 1월 21일 서울고등법원이 법외노조통보처분 취소청구에 기각 판결을 내린 뒤 쭉 법외노조로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관 "단결권 지나치게 제한"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핵심 쟁점은 법외
노조 통보 처분의 법률적 근거가 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단결권 침해 여부다.

<교원노조법> 제2조에서는 교원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초·중등학교의 재직 중 교원으로 제한한다. 전교조는 이 규정이 교원노조와 교원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015년 5월 28일 헌법재판소(헌재)는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로 지명한 김이수 헌법재판관은 당시 교사라는 직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조합원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이들의 단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았다. <교원노조법> 제2조의 입법목적이 교원노조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확보하는 데 있음에도 오히려 이 조항이 다른 행정적 수단과 결합해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교원의 노동기본권 보장 논의는 1995년 이후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 이후 본격화했다. 전교조는 1998년 노사정위원회 합의에 따라 1999년 1월 29일 설립 신고를 마치고 2013년까지 약 15년간 법내노조로 활동해 왔다. <교원노조법> 제2조를 지극히 형식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법외노조 통보라는 가장 극단적인 행정조치를 취한 '이명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국내의 법질서 체계와 행정 연속성을 정부 스스로 무너뜨린 사례이자, 국제 기준과 노동조합의 자주성 원칙 등에 맞지 않는 부당한 조치의 대표적인 보기다.

해직교원의 교원노조 가입 인정은 1998년 노사정위원회 합의사항이었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처음부터 일정한 사용자와의 종속관계를 조합원의 자격요건으로 하지 않는 노조. 교원노조가 대표적임) 가입 보장을 합의하면서 해고자와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을 인정하는 입법이 이루어지면, 이에 연동해 교원노조에서도 해고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 구체적인 내용이었다.(1998년도 노사정위원회 활동현황 58~59쪽)    

OECD 국가 중 해직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건 한국 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통보 철회?2017년 전임자 인정?2016년 전임 해고자 복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통보 철회와 2016년 전임해고자 복직 그리고 2017년 전임자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지난 2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통보 철회?2017년 전임자 인정·2016년 전임 해고자 복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통보 철회와 2016년 전임해고자 복직 그리고 2017년 전임자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 최윤석

관련사진보기


교원노조 조합원 자격에 관한 국제 기준 역시 전교조 법외노조화 사태의 부당성을 말해준다. 일반적으로 정규직 교사 외에 해고자, 은퇴자, 실업자, 대학생 등에게까지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국제 기준이다. 이는 김 재판관이 2015년 당시 논거로 쓴 ILO 제87호 '결사의 자유' 원칙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노동자단체 및 사용자단체는 그들의 규약과 규칙을 작성하고, 완전히 자유롭게 대표를 선출하며, 관리 및 활동을 조직하고, 계획을 수립할 권리를 가진다. 행정기관은 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이 권리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삼가야 한다."    

ILO는 교원노조의 단결권과 자주성을 침해하는 <교원노조법> 제2조와 관련해 수차례 폐지 권고 의견을 냈다. 2002년 제327차 보고서를 통해 "조합원 자격요건의 결정은 노동조합이 그 재량에 따라 규약으로 정할 문제이고, 행정당국은 노동조합의 이러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그 어떠한 개입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1997년 제307차 보고서에서도 거의 비슷한 취지로 폐지 권고 의견을 냈다.

OECD 회원국 중 해직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에서는 교원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다. 영국에서는 교원이 일반노동자와 동일한 법적 규율을 받는다. 노동조합 결성과 관련하여 교원을 대상으로 한 특별한 제한이 없으며, 학생이나 퇴직자 등이 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허용한다.

프랑스에서는 실업자의 조합원 자격과 관련하여 직업 수행의 '현재성' 원칙이 적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한 번 직업을 수행한 적이 있는 자는 이후 그 직업 활동을 그만두더라도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계속해서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독일의 교원노조 조합원은 초·중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유아교사, 교육학적 문제를 연구하는 사회교육자, 어학교육기관이나 연구소나 대학 등 교육과 관련한 기관에서 일하는 자로서 교육관계단체에 소속되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모두 교원노조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고 한다. 파트타임 노무 관계에 있거나 이미 교직을 은퇴한 자, 실업 중이거나 아직 대학생인 경우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 취소하길

 대법원 앞에서  전교조 합법 판결을 요구하는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대법원 앞에서 전교조 합법 판결을 요구하는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 전교조

관련사진보기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헌법> 제33조 제1항의 자주적인 단결권 규정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노동조합의 자주적 단결권의 핵심은 조합원 자격을 노동조합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행정부가 개입해 간섭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 스스로 국가와 사용자(자본가)에 대항하여 투쟁하는 과정에서 발전해 온 역사적 산물이다. 앞서 언급한 ILO 협약 제87호나 제327차 보고서 들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절대 불가침의 영역임을 방증하는 사례들이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다. 문재인 정부가 2013년 고용노동부장관이 내린 '법상 노조 아님' 통보를 직권으로 취소하면 된다. 법외노조 통보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사법적 판단이나 국회 입법과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헌재 또한 2015년 5월 행정당국의 법외노조화 조치가 재량적 판단에 달려 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직권취소 조치가 내려지면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법적 판단 절차도 자연스럽게 중단된다.

현재 정치권과 언론에서 쓰고 있는 '합법화'라는 말도 고쳐써야 한다. '합법화'는 현재의 '불법' 상태를 전제로 한다. 전교조는 '불법노조'가 아니라 '법외노조'다. 사용자인 정부에게 받을 수 있는 몇몇 지원사항이 취소된 것일 뿐이다. 법률상 노조 실체를 엄연히 인정받는 '헌법노조'다. '전교조 재합법화'가 아니라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나 '전교조 법내노조화'가 적실한 표현이다.

우리 정부는 1996년 OECD에 가입하면서 교사와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등 두 가지를 약속했다. 1999년의 전교조 합법화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다.

그때로부터 20년이 지났다. 우리 정부는 교사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는커녕 자유로운 결사의 자유를 옥죄어 합법노조를 법 밖으로 밀어내는 '폭거'를 저질렀다.

지금 우리나라는 리투아니아, 라이베리아와 더불어 해직자의 교원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불명예스러운 국가 목록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 적폐 청산이 시대의 화두다. '비정상의 정상화'도 회자된다.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철회가 교육계 적폐 청산이나 비정상의 정상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고도로 정치적인 수완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규정한 헌법 정신과 노동조합에 관한 '상식'을 실천하면 된다.


댓글4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학교 민주주의의 불한당들>(살림터, 2017)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살림터, 2016) "좋은 사람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도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 -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