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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1호 '이명박 4대강을 탄핵하자' 특별 기획은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이 진행합니다. 금강 현장은 김종술, 정대희 기자, 낙동강 현장은 정수근, 권우성, 조정훈, 김병기 기자가 취재합니다. 현장 기사는 오마이뉴스 SNS(페이스북 등)를 통해서도 동시에 송고합니다. [편집자말]
3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불온면 흥호리 남한강(왼쪽)과 섬강(오른쪽)이 만나는 지점. 4대강 사업으로 남한강을 3미터 준설했다. 이후 섬강 모래가 남한강으로 쓸려들어가 재퇴적되어, 하중도가 형성되는 등 4대강 사업 이전의 모습으로 자연 복원되고 있다.
 3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불온면 흥호리 남한강(왼쪽)과 섬강(오른쪽)이 만나는 지점. 4대강 사업으로 남한강을 3미터 준설했다. 이후 섬강 모래가 남한강으로 쓸려들어가 재퇴적되어, 하중도가 형성되는 등 4대강 사업 이전의 모습으로 자연 복원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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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게 강이죠."

차 운전대를 잡은 이항진 여주시의원이 탄성을 지르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따라오던 오마이뉴스 4대강독립군 차도 멈췄다. 3일 오전 8시30분경 충청북도와 강원도를 가로지르는 남한강대교 위에서다. 다리 상하류에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이 연출됐다.

강물 중간, 세차게 흐르는 여울에 들어간 사람들이 긴 낚시대를 드리우거나 휘두르면서 플라잉 낚시를 즐겼다. 아침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강물 위에 허리를 반쯤 담근 사람들이 20여 명쯤 된다. 이들의 차는 강변의 반질반질한 자갈밭에 주차해놓았다.

"다리 밑도 한번 보세요. 물속 자갈이 훤히 비치죠? 저기 물고기도 보이네요. 남한강의 거의 전 구간이 이런 곳이었어요. 그런데 남한강 바닥에서 3500만 세제곱미터의 자갈과 모래를 퍼낸 뒤에는..."

남한강의 원래 모습은 거기까지였다. 다시 차에 올라타고 간 곳부터는 쌓이고 깎이고 무너지고의 연속이었다. 그는 비포장길로 차를 몰더니 다리 밑으로 들어갔다. 흙바닥에서 뿌연 먼지가 일었다. 경기도 안성과 장호원을 지나 남한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청미천 하류에 있는 삼합교였다. 그는 다리 교각쪽으로 다가갔다.

"여기 나이테처럼 표시가 나있는 게 보이죠? 이게 4대강 사업 후 지금까지 해마다 모래가 빠져나간 흔적입니다."

그 나이테의 위쪽 끝 지점은 이 의원의 키를 훌쩍 넘겼다. 2m정도 였다. 이곳은 남한강 합수부와 2.5km 떨어져 있다. 남한강 바닥을 3m 준설한 뒤에 역행침식(본류 준설로 인해 지천의 모래가 쓸려 내려가는 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된 것이다.

3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삼합리 삼합교 교각의 모습. 이항진 여주시의원이 4대강사업 후 지천의 모래가 쓸려나가 교각 아래부분이 드러난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3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삼합리 삼합교 교각의 모습. 이항진 여주시의원이 4대강사업 후 지천의 모래가 쓸려나가 교각 아래부분이 드러난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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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확인된 것만해도 여주시 인근의 신진교 등 지천 다리가 4대강 사업의 영향으로 5개 이상 무너졌습니다. 이 다리도 조만간 검사를 받아야할 것 같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은 강이 아니다. 물줄기가 없다. 모래와 자갈, 흙이 뒤섞인 거친 들이다. 자갈은 회색빛 펄을 뒤집어 쓴 채 말라 있다. 군데군데 잡초가 무성한 채 강바닥이 드러나 있다. 이 의원은 "4대강 사업이 강물을 마르게 하고 가뭄을 불러왔다"면서 바닥에 남아있는 모래를 파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모래를 파면 물기가 있습니다. 모래는 물저장 탱크입니다. 주변에 있는 논과 밭으로 물을 보냅니다. 그런데 그 모래가 사라지자 주변의 논과 밭이 마르고 있습니다."

그의 차를 타고 청미천과 남한강 합수부로 향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두 강이 만나는 지점에 쌓아놓은 하상 보호공이다. 그물망에 자갈을 넣어 굵은 밧줄로 얼기설기 엮었다. 청미천의 역행침식 방지용이었다. 청미천에서 더 이상 물이 공급되지 않았기에 보호공은 바깥으로 드러나 있다. 그 위에 바짝 마른 조개와 우렁, 재첩의 사체가 즐비했다. 4대강 독립군 김종술 기자는 남한강 본류 물가에서 죽어있는 멸종위기종 2급인 삵도 발견했다.

"이 보호공은 몇 번이나 무너졌습니다. 지금은 퇴적토가 쌓여서 양쪽이 수평을 이루고 있기에 쓸모없게 됐습니다. 4대강 공사를 할 때에 바로 앞쪽까지 수심 3m로 팠습니다. 청미천 토사가 밀려와 저기 남한강 중간까지 퇴적됐습니다. 몇 년 뒤에 일어날 일도 예상치 못한 날림공사였습니다." 

3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삼합리 남한강변에 4대강사업으로 준설한 모래와 자갈이 20여미터 높이로 쌓여 있다. 2012년 준설작업 이후 현재까지 방치되어 나무와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3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삼합리 남한강변에 4대강사업으로 준설한 모래와 자갈이 20여미터 높이로 쌓여 있다. 2012년 준설작업 이후 현재까지 방치되어 나무와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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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미천은 남한강에서 퍼낸 모래로 인해 '배고픈 강'이 되었지만, 남한강 주변에는 팔리지 않은 준설토가 산처럼 쌓여있다. 합수부에서 50여m 떨어진 골재 적치장으로 올라갔다. 높이만도 30m다. 골재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덮어놓은 녹색 그물망은 군데군데 찢겨있었다. 그 틈에서 잡초가 자라고, 심지어 아카시 나무도 훌쩍 커 있었다. 그 위에 올라간 신재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2016년 12월 말까지 남한강의 준설토는 35%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아직 65%가 남아있어요. 상황이 여의치 않자 여주시청은 준설토 적치장의 임대기간을 20년 연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땅의 임대 단가는 평당 6천 원입니다. 이곳 농지의 평당 임대 단가는 보통 1500원정도 하는데, 3~4배나 됩니다. 원래 이곳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이 돈도 다 국민 세금으로 나갑니다."     

여주시에서 지난 6년간 지출한 골재적치장의 농지 임대료는 300억 원이다.

지난 1일 4대강 6개 수문 개방 조치에서 남한강의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등 3개 보는 제외됐다. 5년에 준설했던 곳은 다시 퇴적되고 있고, 준설토는 강 주변에 널브러져 있다. 남한강에 토사를 내어준 지천의 물을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국민 세금은 계속 강 주변 보강 공사에 쏟아붓고 있다. 수문개방 3일째 되는 날, 4대강 독립군은 남한강을 취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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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로 구성된 '4대강 독립군'은 그동안 '이명박근혜 정권'으로부터 4대강을 해방시키려고 죽어가는 강의 모습을 고발했습니다. 정권이 교체된 뒤 문재인 정부가 오는 1일부터 우선 4대강 수문 6개를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4대강 독립군은 수문 개방 전과 후의 현장을 전해드리고, 4대강 청문회가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적폐 청산 1호 '이명박 4대강' 탄핵하자> 기획 보도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진행합니다. 4대강 독립군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 전화 010-3270-3828입니다




태그:#4대강독립군, #남한강, #역행침식,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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