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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에 작업한 박근혜 대통령 풍자 그라피티다. 민중 총궐기를 앞두고 순방을 가시는 대통령께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하는 그림을 그렸다. 홍대입구역 5번 출구 공사장 가벽에 했다.
▲ 사요나라 2015년 11월에 작업한 박근혜 대통령 풍자 그라피티다. 민중 총궐기를 앞두고 순방을 가시는 대통령께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하는 그림을 그렸다. 홍대입구역 5번 출구 공사장 가벽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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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1월, 박근혜 대통령 풍자 그라피티를 그렸다. 그라피티존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그림이 그려져 있는 홍대 공사장 가벽에 했던 작업이다.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해외순방 떠나는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이다. 영원히 이곳을 떠나도 좋다는 뜻을 담기 위해 '사요나라'('안녕히 가십시오'라는 뜻의 일본어 - 편집자주)라고 새겼다.

늦은 밤이 공사장 벽에 그림 그리는 일 자체가 좋기도 했고, 부정의하다고 느낀 것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서 했던 작업이다. 하지만 그림을 그린 이후 '재물손괴죄'라는 죄명이 붙어 경찰서를 드나들어야 했다. 이뿐만 아니다. 2014년 8월, 세월호 추모집회 당시엔 도로에서 퍼포먼스를 벌였다. 노란 천을 낚싯대에 달고 거리를 행진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길어 올리겠다는 의미였다. 이 퍼포먼스에 일반교통방해죄 혐의가 씌워졌다. 지난해 검찰은 두 가지 사건을 묶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건 잘못됐다'고 말할 자유는 150만 원?

2014년 8월 15일 보신각 근처 세월호 추모집회 퍼포먼스 행진때의 모습이다. 검찰은 이것이 3000명과 공모하여 도로를 점거한 혐의라 했다.
▲ 세월호 추모집회 퍼포먼스 행진 2014년 8월 15일 보신각 근처 세월호 추모집회 퍼포먼스 행진때의 모습이다. 검찰은 이것이 3000명과 공모하여 도로를 점거한 혐의라 했다.
ⓒ 홍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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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1심 재판을 앞두고 1만 2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탄원서를 작성해주었다. 재물손괴죄 무죄, 일반교통방해는 50만 원 벌금으로 감형됐다. 소유자의 재물을 손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재물손괴죄는 무죄를 받은 것이다. 그라피티 건이 무죄가 된 것은 처음이었다. 중요한 판례로 남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심 판결 후 검찰이 항소를 했고,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나오거나 벌금이 감형될 거라 예상했다(관련 기사 : 박근혜 풍자 그라피티 그린 나, 법정에 서다).

2심 선고공판이 있었던 오늘(15일), 가벼운 마음으로 법정을 찾았다. 판사의 판결은 뜻밖이었다. 원심에서의 무죄를 뒤집고 유죄를 판결했다. 이전에도 그라피티 건으로 벌금 전과가 있고, 나를 공사장으로 데려다주었던 공범이 벌금을 냈으며, 공사장 가벽의 주인인 한진중공업에서 50여만 원을 들여 내 그림을 지우느라 피해가 발생했단다. 또, 늦은 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계획적인 '폭력행위 등 공동재물손괴'라고 규정했다.

늦은 밤 모자도 안 쓰고 편안하게 한 그라피티 작업이다. 피해자가 신고도 없었는데 경찰이 먼저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에는 내 그림 위에만 흰색 락카가 덧칠돼 있었다. 내 그림을 제외한 다른 욕설과 커다란 그림들은 그대로다. 재물손괴죄와 일반교통방해 건의 최종 양형은 벌금 150만 원이다. 150만 원이면 내 3개월 생활비다. 낼 돈도 없고, 내고 싶지도 않다. 상고를 하면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다시 법원에 드나드는 수고를 하고 싶진 않다. 다시 노역장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다.

재판이 끝난 후 신촌 어느 골목을 찾아갔다. 2년 전에 새긴 FREEDOM(프리덤, 자유) 스텐실이다. 그림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2심에서 한 최후변론 일부다.

"저는 글 쓰고 그림 그리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저의 생계비보다 많은 벌금을 낼 만큼 큰 죄를 짓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을 아니라고 말할 자유, 그것을 쓰고 그리고 행동할 자유가 있습니다.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저의 생각을 말하고, 쓰고, 그리고, 행동할 것입니다."

재판이 끝난 후 신촌 어느 골목을 찾아갔다. 2년 전에 새긴 FREEDOM(프리덤, 자유) 스텐실이다. 그림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재판이 끝난 후 신촌 어느 골목을 찾아갔다. 2년 전에 새긴 FREEDOM(프리덤, 자유) 스텐실이다. 그림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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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무엇인지, 국가가 무엇인지 생각한다. 국가의 실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오늘도 나는 법 앞에서 무기력하다. 그들이 부르면 나가야하고, 그들이 막으면 입을 다물어야 한다. 내가 그들에게 요청한 도움, 내가 쥐어준 세금은 어디론가 증발한 것 같다. 이 세상 전체가 온갖 금기를 정해놓는다. 금을 넘어간 사람들은 법의 이름으로 다스려진다.

기존의 관습과 직급과 매뉴얼은 곧 그들의 권력이다. 나의 힘은 쓰고 그리고 말하고 살아내는 행위에서 나온다. 나는 입 다물지 않을 것이다.


태그:#홍승희, #박근혜, #풍자 그라피티,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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