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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해 3월 16일 북한이 억류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재판받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웜비어는 지난해 1월 북한 내 숙소인 호텔 제한구역에서 선전물을 훔쳐 형법 60조에서 규정된 '국가전복 음모죄'를 저지른 혐의로 이날 오전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2016.3.16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해 3월 16일 북한이 억류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재판받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웜비어는 지난해 1월 북한 내 숙소인 호텔 제한구역에서 선전물을 훔쳐 형법 60조에서 규정된 '국가전복 음모죄'를 저지른 혐의로 이날 오전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2016.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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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죽음이 북미 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의 죽음은 또한 오는 28일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새 정부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버지니아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오토 웜비어는 2016년 1월 4박 5일 일정으로 북한을 여행했다 공안에 억류됐다. 그가 선전 포스터를 찢는 행위를 했다는 게 이유였다. 북한 당국은 그해 3월 웜비어에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그는 이후 17개월 동안 억류돼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고향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로 돌아왔다. 고향에 도착했지만, 그는 식물인간 상태였고 6일만인 19일(현지시간) 결국 숨을 거뒀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에 따르면 그는 재판 직후이던 2016년 3월부터 의식불명 상태였다고 한다. 이를 두고 미국에서는 그가 억류되던 당시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의혹이 무성하다. 미 <뉴욕타임스>는 익명을 요구한 미국 국무부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웜비어가 북한에 있는 동안 반복적인 구타를 당했다는 내용의 의혹을 최근 미국 정보 당국이 입수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에 그의 가족은 성명을 내고 "끔찍하고 고문에 가까운 부당 대우가 우리 아들의 끔찍한 운명을 낳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측은 이에 대해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식중독 증세를 보였으며 수면제를 복용한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며 가혹 행위 의혹을 부인했다. 북한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여론은 들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서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한다"며 "법치와 인권을 무시하는 정권에서 이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외부와 철저히 고립돼 있어서 정보 접근이 쉽지 않다. 게다가 북한 당국의 비밀주의는 악명 높다. 오토 웜비어의 경우도 북한 측이 1년 넘게 그의 건강상태를 미국에 알리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 측의 해명을 검증할 수도, 수용하기도 곤란하다.

과연 웜비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북한 측 주장대로 그가 체제에 적대적인 행위를 했던 것일까?

웜비어의 죽음, 북한의 가혹 행위? 혹은 의료사고?

웜비어는 재판을 앞두고 북한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번 기자회견이 웜비어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에 대한 재판은 기자회견 이후 보름 만에 열렸고, 여기서 웜비어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때 북한은 웜비어가 묵고 있던 양강도 국제호텔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엔 한 남성이 호텔 복도에 걸려 있는 무언가를 떼어내는 장면이 담겨 있다. 북한 당국은 이 영상을 웜비어가 적대행위를 한 근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상 속 남성이 웜비어인지, 그리고 이 남성이 떼어낸 무언가가 체제 선전물인지 확실하지 않다. 그럼에도 북한은 일사천리로 재판을 진행했다.

그런데 웜비어는 재판 직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간절한 어조로 호소했다.

"미 정부가 앞으로 사람들을 부추겨 저처럼 북한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요청합니다."

그의 말은 미국 정부가 웜비어에게 모종의 '임무'를 줬음을 시사한다. 음모론의 시각에서 접근해 보자. 미국 정부가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에게 '임무'를 주는 일은 낯설지 않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암살을 소재로한 영화 <더 인터뷰>는 훌륭한 참고 자료다. 시사 토크쇼 진행자인 데이브 스카일라크와 애런 래퍼포트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인터뷰를 추진한다. 미 중앙정보부(CIA)는 비밀리에 이들을 불러 김 위원장 암살작전을 지시한다.

영화와 비슷하게 미 정보당국이 웜비어를 통해 무언가를 확보하려 한 건 아닐까? 과장이 섞여 있고 음모론에 불과하지만, 얼마든지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세계 최고의 정보력을 가진 미국조차 북한을 상대로 한 정보 수집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지점까지는 음모론이다. 다른 반론도 없지 않다. 탈북자 출신의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는 의료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21일 자신의 SNS계정에 이렇게 적었다.

"웜비어의 사망 원인은 무엇일까. 돌아가면 기자회견부터 열 미국인에게 '감히' 고문을 했을 것 같지 않고, 식중독 뒤 수면제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자살시도라면 북한이 벌써 이야기했을 것이고. 개인적으론 의료사고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웜비어는 북한에 갇힌 이후부터 열도 나고 몸이 아팠다고 한다. 북한은 워낙 의약품이 후진 데다, 북한 의사들이 서방인에 대한 치료 경험도 없다. 웜비어가 고향 가서 6일 만에 사망한 것을 보면, 어쨌든 북한도 당황해서 1년 3개월이나 생명은 끊어지지 않게 열심히 최선을 다 한듯하다."

웜비어의 사망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 여론이 싸늘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은 김일성 시절부터 위기를 조성해놓고선 요리조리 피해 가는 재주를 부려왔다. 1976년 8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벌어진 도끼 살해사건, 그리고 1994년 핵위기가 대표적이다. 특히 북한은 1994년 핵위기를 통해 미국과 제네바 합의에 도달했다. 이번 사건 역시 북미 관계의 물꼬를 터줄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다시 주성하 기자의 주장을 살펴보자.

"웜비어가 고향 가서 6일 만에 사망한 것을 보면, 어쨌든 북한도 당황해서 1년 3개월이나 생명은 끊어지지 않게 열심히 최선을 다 한듯하다. 그런데 일이 정말 커졌다. 트럼프는 물론 미국이 격앙됐다. 아직 북한은 아무 반응도 없다. 대응책을 고심 중인 것 같다. 하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곧 북한도 해명 자료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예상되는 반응은 고문과 구타가 없다는 증거를 공개하는 것이다.

(중략)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이 조사단 형식으로 사람을 파견하는 경우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이 극적으로 석방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어쨌든 북한이 미안한 짓을 한 것은 사실이니 이런 방식을 통해 간접으로 미안함과 사죄를 표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북미 관계가 극적 반전되는 상황도 어쩌면 기대해 볼 수 있다."

이 같은 전망이 정말로 실현될 수 있을까? 아직은 낙관하기 어렵다. 북한의 돌출행동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어서다. 단, 미국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 위원장만큼이나 예측불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커넥션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처지다. 국면전환을 위해 북한과 대화에 나설 여지는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정치적 셈법을 떠나 오토 웜비어는 불행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의 명복을 빈다.

덧붙이는 글 | 미주 한인매체 <뉴스M>에 동시 송고했습니다.



태그:#오토 웜비어, #주성하 기자, #워싱턴포스트, #의료사고 , #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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