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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하면 벚꽃을 비롯해 금융과 정치가 떠오른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KBS본사가 있으며, 신뢰도 1위 마봉춘 시대를 휘날리던 구 MBC 사옥도 남아있다.

지난 25일 저녁 최승호 PD가 여의도 CGV에 나타났다.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을 비롯해, 광우병소고기 파동 등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특종으로, 마봉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그였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MBC에서 일하지 않는다. 오늘 일정도 최근 개봉한 그의 두 번째 영화, <공범자들>의 시사회 때문이었다. 본 행사에 앞서 그와 함께 2018년 뉴스타파 달력사진을 찍었다.

최승호 PD와 총선시민네트워크의 젊은 활동가들이 함께 뉴스타파 달력촬영을 하고있다. 박근혜정부는 2016년 총선패배 후 낙선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를 표적수사했다. 현재 22명이 재판을 받고있다. 총선넷 사건의 재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맡은 김진동 판사다.
 최승호 PD와 총선시민네트워크의 젊은 활동가들이 함께 뉴스타파 달력촬영을 하고있다. 박근혜정부는 2016년 총선패배 후 낙선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를 표적수사했다. 현재 22명이 재판을 받고있다. 총선넷 사건의 재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맡은 김진동 판사다.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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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초창기인 2012년부터 후원해온 덕인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를 달력모델이 되었다. 총선시민네트워크의 젊은 활동가들이 함께 했다. 지난 총선 패배 이후 박근혜 정부는 '낙선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를 표적 수사를 했다.

이 때문에 22명의 활동가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을 담당한 김진동 판사가 이 사건을 맡고 있다.

가까이서 본 그는 소탈하고 무뚝뚝해 보이는, 동네 아저씨의 전형이었다. "자, 여기 카메라 렌즈를 보시고 좀 웃어보세요." 연거푸 계속되는 사진작가의 바람에도, 그의 표정은 한없이 어색했다.

"난 웃는 게 잘 안 돼. 어쩔 수 없어."

작가의 고개가 갈수록 갸우뚱해지자, 최PD가 겸연쩍게 웃었다. 진중하게 핵심을 찌르는 멘트를 날리던 방송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데 시민단체 활동하면서 후원할 여력이 되나요?" 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한 달에 5000원 밖에 안 되는 정말 소액이라고 답했지만, "그래도 초창기부터면... 시민단체도 어려우니 이제 안 해도 돼요"라고 불쑥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언론을 장악한 지난 9년은 공영방송의 암흑기였다. 1·2위를 다투던 KBS와 MBC의 신뢰도는 끝없이 추락했다. 저항하는 언론인들은 비제작부서로 밀려나고, 끝없이 불이익을 입었다. 그 역시 석연치 않게 해고당했고, 이직해야 했다.

영화감독으로 여의도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고도 했다. 그는 막간을 이용해 싸인도 해주었다. 은근히 푸근한 구석이 있었다. 함께 세상을 바꿔보자는 가슴 뛰는 한 문장이 적혀있었다. "그럼 잘 마무리하고 힘냅시다."

25일 최승호PD가 여의도CGV에 나타났다. 공범자들 시사회 때문이었다. 무뚝뚝해보이던 그는 소탈하고, 나름의 유머감각도 있는 동네아저씨 같았다. 막간을 이용해 싸인도 해주었다.
 25일 최승호PD가 여의도CGV에 나타났다. 공범자들 시사회 때문이었다. 무뚝뚝해보이던 그는 소탈하고, 나름의 유머감각도 있는 동네아저씨 같았다. 막간을 이용해 싸인도 해주었다.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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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한 지 30분정도 흘렀을까. 그가 부랴부랴 청계광장으로 향했다.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요즘 영화개봉 일정 때문에,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칼 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두 시간의 상영이 끝날 무렵 그가 다시 돌아왔다. 관객과의 대화시간 때문이었다. MBC 김민식PD와 임현주 아나운서가 함께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한 시간 가량 대화가 이어졌다. 최 PD는 언론을 장악하려 해온 이들이 참 지독했다고 회상했다.

"상식적인 방법으로 안 되니까 공영방송의 DNA를 아예 바꿔버리려는 시도였죠. 공채도 안하고. 왜냐? 공채로 뽑았는데 노조에 가입하는 거야... 싹을 없애려고 전부 경력직으로, 아나운서도 계약직으로만 뽑고..."

그는 공영방송을 상수도에 비유했다.

"공영방송을 왜 살려야 하느냐 질문들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상수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자연스럽게 마시는 것처럼, (공영방송을) 통해 여론이 형성되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도 하지요."

"지금은 이 상수도가 완전히 오염된 거고요. 우리 돈으로 만든 이 상수도를 제대로 써야하지 않을까요?" 그는 마지막까지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기자·피디·아나운서 등 350명이 제작거부에 들어갔으며, 29일까지 총파업 투표를 벌이고 있다. 전일 기준으로 투표율은 85%를 넘었다. KBS 본부도 기자 295명과 피디 40명이 제작거부에 들어갔으며, 다음 달 4일과 7일 순차적으로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태그:#최승호PD, #공범자들, #공영방송정상화, #총선시민네트워크,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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