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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에서 한 의료생협이 조합원 모집 후 정상적인 진료를 하지 않은 채 병원 영업을 접어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3월 충남도의 설립인가를 받은 S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S의료생협)은 충남 태안군 태안읍 신터미널 인근에 치과와 한의원 등을 개원해 운영해 왔다.

S의료생협은 충남 태안군 안면읍 출신의 퇴직한 태안군청 고위 공직자 K씨와 역시 안면도 출신으로 경기도 부천에서도 의료생협 관련 일을 한 것으로 알려진 P씨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설립 후 P씨가 이사장을, K씨는 이사를 맡았으며 총경으로 퇴임한 전직 경찰 L씨를 경영본부장으로 영입해 공격적인 조합원 모집과 환자 유치에 나섰다.

그 결과, 당초 450여명이던 조합원 수는 1년여만에 1000명을 넘어섰고 치과에도 환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처럼 환자들이 몰리면서 호황이라던 이 치과에 대해 지난해 초부터 이상한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치과 재료상에게 외상이 누적되고 직원들의 인건비가 밀린다는 내용이었다.

S의료생협이 운영하던 치과에 진료가 중단된 환자가 항의하고 있다.
 S의료생협이 운영하던 치과에 진료가 중단된 환자가 항의하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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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1억여 원에 가까운 외상 대금을 받지 못한 재료상들이 소송을 걸어 가처분을 받으면서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치과는 진료를 중단했고 환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이후 병원 측은 임시로 의사 한 명을 배치, 2주일 정도 임시 진료를 진행했다. 치과 측은 서산시에서 새롭게 개원을 준비 중이라고 환자들을 달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달 임시로 진료하던 의료진도 철수하고 지난 주말에는 3층에 있던 치과 의료기기를 빼내갔다. 사실상 폐원 수순을 밟은 것이다.

S의료생협 P 이사장은 "태안 쪽은 폐원하고 서산에 개원 준비가 다 되어 2월 중으로 서산에서 진료를 계속하겠다"고 항의하는 환자들에게 각서를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산 쪽 병원 인테리어업체에도 대금이 지불 안 돼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S의료생협 환자들은 태안경찰에 수사를 촉구하고 고발장을 제출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태안지역에서는 S의료생협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10억원 대가 넘는 것으로 보고있다.

일시금으로 710만 원의 진료비를 냈다는 조합원 K씨는 "독일제 임플란트를 조합원 가입과 일시금으로 하면 할인을 많이 해준다기에 선금으로 계산을 했다, 그런데 6개월 동안 시간을 끌더니 진료가 중단되었다"며 "병원 측이 여러 차례 거짓으로 환자들을 우롱하고 이제는 진료를 중단해 새 병원에서 어쩔 수 없이 진료를 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피해를 본 대부분 환자들이 고령의 어르신들이다, 자녀들이 보내준 돈으로 할인을 해준다 해서 조합원에 가입하고 일시금으로 현금으로 계산한 경우가 많다"며 "곧 명절인데 자녀들이 고향집에 오면 진료가 중단된 사실을 알까 전전긍긍하는 분들도 상당수다, 반드시 경찰이 엄정히 조사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분개했다.

특히 S의료생협이 내세운 전직 공무원들의 영향으로 공무원들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산 경찰은 부모님과 본인 등 치료비 2200만 원을 일시금을 내는 등 경찰 10여명, 태안군청 직원 상당수도 피해를 입었다. 또 안면읍과 고남면, 원북면 등에 피해자가 몰려있는데, 이 지역에서 알 만한 인사가 이사로 활동하면서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유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치과가 환자들에게 조합원 가입을 권유하기위해 설치한 안내판 이 역시 의료법상 금지 행위로 알려지고 있다.
 치과가 환자들에게 조합원 가입을 권유하기위해 설치한 안내판 이 역시 의료법상 금지 행위로 알려지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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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피해가 커지자 태안경찰도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서 관계자는 "환자들이 내방을 하면 조합원 가입, 일시불 선불 계산, 현금 계산 등의 할인율을 유도하여 자연스럽게 현금으로 일시금으로 계산하도록 한 것으로 피해자들이 진술하고 있다"며 "얼굴 마담으로 활동한 이사 등 S의료생협 관계자를 대상으로 소환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의료법 위반, 의료생협법 위반, 사기죄 등 다양한 각도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안군보건의료원 관계자에 따르면 "의료생협 측이 오는 9일에 병원은 폐원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전달해와 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태안군 치과의사협회에 기존 치과 환자들에 대한 진료를 당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 관계자들은 이미 치료 중인 환자들을 중간에 치료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편 S의료생협 P 이사장은 "병원의 경영상의 문제로 태안에서의 정상적인 진료는 어려운 상황이다, 서산 쪽에 최대한 빨리 개원해서 태안 지역 환자들의 진료 재개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의료생협, #태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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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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