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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증권 배당 착오 입력에 대한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증권 배당 착오 입력에 대한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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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이) 자체적으로 입력 오류를 인지하고도 실제 잘못된 주문을 차단하기까지 37분이 소요되는 등, 위기대응도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9일 원승연 금융감독원(금감원) 부원장의 말이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원 부원장이 삼성증권 배당 착오 입력 사고와 관련해 이 같이 지적한 것이다.

앞서 지난 6일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조합원인 직원 2018명에 대해 현금배당 28억1000만 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전산입력 실수로 삼성증권 주식 28억1000만주를 넣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16명의 직원이 실수로 들어온 주식 가운데 501만주를 주식시장에 팔면서 삼성증권 주가가 12% 가량 떨어지는 사태도 발생했었다.

주식 잘못 입력했지만 다음날 오전까지 몰라... 알고 난 뒤에도 37분 허비

이와 관련해 금감원이 생각한 이번 사고의 문제점은 크게 4가지다.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미비와 직원의 도덕적 해이, 우리사주 배당 입력 시스템의 문제, 주식거래 시스템상 한계, 투자자 피해 발생 문제 등이다.

금감원이 판단한 이번 사고의 첫 번째 문제는 삼성증권에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원 부원장은 "이번 사고는 일부 직원의 문제이라기보다는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 부원장은 "주식배당 입력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구축돼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관리자가 이를 확인하고 정정하는 절차 또는 감시기능도 부재했다"고 덧붙였다. 

사고 발생 전날인 지난 5일 담당직원이 주식배당을 잘못 입력하고 최종 결재자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승인했는데, 다음날인 6일 오전까지도 오류가 발견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삼성증권이 입력 오류를 알게 된 시점은 6일 오전 9시 31분이었는데 이런 잘못된 주문이 차단된 것은 10시 8분으로, 이 사이에 37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고 금감원은 꼬집었다.

또 금감원은 삼성증권이 지난 6일 오전 9시 39분 직원들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고, 9시 45분 착오주식을 팔지 말 것을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16명의 직원들이 잘못 들어온 주식을 시장에 파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고 금감원 쪽은 지적했다.

삼성증권 직원들에 현금배당할 때는 예탁결제원 거치지 않아

금감원이 생각한 이번 사고의 두 번째 문제는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과 관련한 것이다.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현금배당을 할 때는 일반주주의 경우와 달리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회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하는 시스템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원 부원장은 "삼성증권을 비롯한 상장 증권회사는 실제 발행되지 않은 주식이 착오 입력에 의해 입고될 수 있는 시스템상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진국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부국장은 "4개 증권사에 대해 입력 시스템을 확인했고, 삼성증권과 유사한 시스템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은 삼성증권의 경우 발행회사로서의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업무가 동일한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면서 시스템상 오류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삼성증권 직원들에게 배당을 해주는 것과 삼성증권에서 주식 투자한 주주들에게 배당을 해주는 업무가 같은 경로를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얘기다.

"삼성증권 분리장치 마련하지 않아 오류 범했다"

이에 대해 원 부원장은 "두 시스템은 분리되는 것이 적당하고, (이 사이에) 장벽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삼성증권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증권이 이런 분리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오류를 범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이렇게 직원들에 대한 배당과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을 분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적 기준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강전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장은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을 법적으로 구분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직원) 현금배당의 경우 배당소득세 문제 때문에 상장 증권사가 별도로 조합원들에게 입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금감원은 이번 사고의 세 번째 문제로 주식거래 시스템상의 한계를 꼬집었다. 이번 삼성증권 사고에서 발행주식수 8900만주를 초과하는 28억1000만주의 주식물량이 들어왔지만 시스템상 오류가 확인되지 않고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 이에 대해 원 부원장은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매매체결까지 이뤄지는 등 주식거래 시스템 전반의 심각한 문제가 노출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금감원은 이번 사고로 인해 일반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는 문제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직원들이 주식을 대량으로 팔면서 한때 삼성증권 주가가 급락해 이에 주식을 판 일반투자자들의 재산상 피해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현재 피해금액을 추산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금감원, 삼성증권에 직원 파견해 특별점검 실시

이번 사고와 관련해 금감원은 9일과 10일 삼성증권에 직원을 파견해 특별점검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금감원은 오는 11~19일 동안 삼성증권에 대해 현장검사를 실시한다. 이에 대해 원 부원장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사고 수습과정 등 후속 조치의 적정성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전산시스템 및 내부통제 체계의 운영실태와 투자자 피해 보상 대책 마련실태도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또 금감원은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관련 직원과 삼성증권에 대해 법규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 이후 질의응답에서는 "징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피해수습을 현재의 경영진에게 맡길 경우 증거인멸 등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김 부원장보는 "검사에 나가서 (삼성증권 쪽의) 수습과정을 충분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일단 자체적인 수습을 중시하면서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삼성증권 직원들이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판 것과 관련해 "무차익 공매도와 같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금감원은 공매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부원장보는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선 무차익 공매도 처리방식과 유사하게 했다"며 "그렇지만 이번 사고는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이라기보다는 더 심각한 시스템상 오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과 공매도 제도를 연결시기는 곤란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태그:#삼성증권, #공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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