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봄날이다. 16일, 오늘은 안산 합동 분향소에서 4.16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4주기 영결식·추도식이 열렸다.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나는 새벽부터 마음이 부산하다. 직장으로 학교로 가족들을 보내고 목욕재계를 했다.
어제는 '그날 바다'를 봤다.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빼놓지 않고 시청했었기에 내용은 익히 알고 있었다. 관객 수 1명 더 있고 없고가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테지만 한명이라도 더 보고 있다는 걸,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누구에게라도.
며칠 전에는 세월호 희생자 엄마들이 출연한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를 관람했다. 코미디 연극이다. 엄마들의 혼신의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배우들도 관객들도 하나가 된 무대였다. 전문 배우들이 아니기 때문에 연기에 틈이 없을 순 없겠지만 그 작은 틈은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 웃음과 눈물로 꽉 채워졌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에서 세월호 희생자 엄마들은 울음을 터트렸고 나도 울음을 참느라 끅끅댔다.
나는 안산에서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큰 아들은 세월호 희생자 아이들과 같은 나이다. 그 해, 내 아이는 단원고에서 멀지 않은 다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2014년 4월 23일은 내 아이가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를 가기로 한 날이다. 그날 이후 모든 일정은 취소되었다. 크지 않은 도시기에 학교가 달라도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연결이 되어 있었고 때문에 안산은 집단으로 침몰했다.
그때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하루하루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눈만 뜨면 한 다리 건너 연결된 사람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미처 애도를 시작하기도 전에 또 다른 사연들에 밀려들어갔다. 엉망진창 된 가슴으로 다른 가슴들을 만나러 분향소를 뛰어 다녔다. 우리는 서로 눈만 마주쳐도 눈물을 흘렀다. 아무리 광장으로 뛰어나가도, 수십 개의 초가 다 타도록 불을 켜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아무도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4년이 흘렀다.
오늘은 공기가 다르다. 슬픈 마음 위에 희망이라는 마음을 얹고 추도식에 참가했다. 오늘이 특별한 이유는 정부가 주관하는 첫 번째 합동 영결, 추도식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임에도 여기까지 오는데 오래 걸렸다. 재앙을 당하고도 죄인처럼 음지로만 내몰리던 희생자 가족들도 이제 양지로 나와 깜깜하고 젖은 가슴을 말릴 차례다.
추도식이 열리는 화랑유원지는 입구부터 훈훈하다. 사람들이 물을 나눠준다. 길을 안내하는 사람들, 연을 날리는 사람, 리본을 나눠주는 사람들, 모든 게 물 흐르듯 매끄럽다. 분노와 슬픔에서 한 발 떨어져서 이제 비로소 우리가 아이들을 제대로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진행자가 대신 읽었다. 끝까지 세월호 진실규명 하겠노라 약속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희생자들을 향해 애도하며 다시 한 번 약속했다. 그 약속을 믿고 지켜보며 우리는 또 내일을 살아가리라.
따스한 바람이 볼을 스쳐 지날 때마다 한 아이 한 아이가 다녀가는구나 생각하며 아이들을 위해 손을 모았다. 아이들은 엄마의 눈물을 날리려고 바람으로 왔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