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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편에서 이어집니다.  "만인을 아우르려면 인간 내면의 깊은 본성까지 도달하는 울림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는 김성욱 조각가. 그는 말을 할 때도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릴까 신경 써야 하고, 글을 쓸 때도 읽는 이를 배려하는 문체로 써야 하는 것처럼, 조각 작품을 만들 때도 '감상자들을 위로하고 다독이고 어루만지는 오아시스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업한다. 
그가 선택한 오아시스는 '위로와 격려의 오아시스', 바로 치료의 힘을 발휘하는 '힐링 오아시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 중에 하나가 <붕새와의 시간여행>이다. 무엇보다 환자들이 좋아해주는 것이 고맙고 감사하다.
일이 잘 된 후에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김성욱 조각가가 비움을 실천하는 방법은 다르다. 그는 일을 시작하는 시점에 먼저 감사와 나눔을 실행한다.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붕새와의 시간여행>도 그런 마음으로 기증했기 때문에 돌을 깼다가 붙이기는 했지만, 안쪽 면은 비우지 않은 과도기적 작품이라고 한다. 

김성욱 조각가의 최근 작품은 10년 전부터 서서히 변신했다. 27년간 돌의 외부만 조각했는데, 돌의 안쪽도 조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계기는 "특별히 주문 받아 거의 다 완성한 작품의 한쪽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몹시 속상했다. 속상함을 달래려고 돌의 속성을 생각해봤다. 돌은 단단하면서도 결이 있어서 부서지기 쉬운데, 부서지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것은 돌의 속성을 무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돌을 조각냈다가 이렇게 저렇게 다시 붙여보았다. 붙일 때 안쪽을 비워냈다. 그랬더니 2004년 추락 사고로 죽음을 체험한 이후, '비움'이 삶의 모토가 된 자신과 닮은 작품 세계가 열렸다. 돌의 안팎을 얇게 저며 가며 붙일 수 있는 최적의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해내야 하는 작업 과정은 이중 삼중으로 많아졌다. 하지만 기존 작품과는 차원이 다른 고도의 집중력과 묘미가 있기 때문에 뭔가에 중독된 것처럼 미친 듯이 작업한다는 그.  
"작품은 작가를 닮는다는데, 드디어 저를 닮은 작품들을 만난 것 같아, 작업하면서 제 자신도 힐링 된다"는 그는 "조각가로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오아시스 같은 작품을 남긴다면 그보다 더 보람되는 일이 어디 있겠나 싶다. 그러면서도 내면적으로 비워지지 않는 빚이 하나 있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때, 저의 미술적 재능을 발굴해주시고 펼치도록 이끌어주신 전광영 스승님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다.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저도 조금이라도 인재양성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비워내면 안 되는 사명 같은 것이기도 하다."

그가 홍대 미대를 가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만류가 거셌다. 특히 "고2 담임은 남자선생님이셨는데도 눈물 흘릴 듯 눈시울이 붉어지면서까지 반대하셔서 하마터면 조각가가 못 될 뻔 했다"고. 그 당시 어린 나이였음에도 예술의 가치와 예술가에 대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선생님을 설득할 수 있었다.
김성욱 조각가는 자신이 조각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초등학교 때 알았다. 아버지께서 종종 가져다주신 옥을 갖고 놀면서 조각했다. 보는 이들마다 신기해 하며 감탄했다. 배우지도 않았는데 발현된 예술적 재능은 "6.25 전에 지역에서 이름난 건축가로 활동하셨다는 증조부(김화현)께 물려받은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는 현재 박사과정 논문을 남겨 놓고 있다. 늦은 나이라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강사 활동을 하면서도 거의 전업 작가로 작업에만 빠져있는 자신을 보며, 변신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아름답게 변신하는 방법을 찾다가 공부를 선택했다는 그는 "논문도 써야 하고 할 일이 몇 배나 많아지긴 했지만 도전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한다.
조각가나 예술가들은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 각종 재료와 다양한 방법들을 구상한다. 그때 예술의 오아시스 역할도 생각하길 바란다는 김성욱 조각가. 예술의 본질은 망각하고 화려한 외형만 추구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하는 그.
그는 "예술이라도 오염되는 세상을 정화하고 감성이 메말라 가는 현대인들의 인성을 회복시켜 주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며, "나부터 먼저 그런 제대로 된 오아시스를 만들기 위해 항상 궁리하고 공부하고 연구한다"고 말한다. 
김성욱 조각가는 좋아하는 것도 많다. 조각하는 것도 좋아하고, 운동하는 것도 좋아하고, 공부하는 것도 좋아하고 산행도, 여행도... 그 중에 책읽기와 글쓰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좋은 취미이고 습관이다.
김성욱 조각가는 자신의 작품이 힐링 작품으로 통하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다들 멀쩡한 얼굴로 살아가지만 남 모르는 아픈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상처를 봉합한 것처럼 보이는 제 작품의 외형도 감정이입이 되어 위로가 되지만, 단단해서 비울 수 없을 것 같은 돌의 내부를 비웠다는 사실에, 절대 비울 수 없을 것 같은 단단한 집착과 욕심, 아픈 상처의 기억들도 모두 비워낼 수 있다는 격려와 북돋움을 느끼는 것 같다."

"삭막해져 가는 시대의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려면, 오아시스 같은 예술을 향유하는 생활 예술인들도 많이 육성되어야 한다"는 그는 6년째 성북구 평생학습관에서 목조 강의를 하고 있다. 그가 조각을 통한 예술치료의 효과를 연구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수강생들은 입을 모아 "몰입에는 조각이 최고다. 세상의 모든 걱정 근심을 잊게 해준다. 작품을 완성하면 부족해도 뿌듯한 행복감이 있어 좋다"고 말한다.
매주 토요일에는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어린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청소년 목공예>와 <가족목공예>도 진행 중이다. 김성욱 조각가는 "어렸을 때, 조각을 배우면 집중력도 좋아지고 두 손의 활용 능력도 좋아져 두뇌 활동에도 도움된다"라고 말한다.
"예술이 세상을 정화하고 사람들을 위로하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며, "예술가의 과제는 수행하듯이 정진하여 힐링 에너지 넘치는 오아시스 같은 작품을 토해내는 것"이라는 독특한 개념의 '오아시스 예술론'을 주장하는 힐링 조각가 김성욱. 그는 힐링이 필요한 이 시대를 토닥토닥 다독이는 가슴 따뜻한 힐링 예술가다. 


김성욱 조각가는 작품의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비움의 목표가 채움을 위한 비움이 아니라면 제대로 된 비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진정 비워낼 수 없는 소중한 것을 발견해 내려면 먼저 비워내는 작업이 필수다. 다 비워내고도 절대 비울 수 없는 그것이 삶을 지탱하고 전진시키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찾아내지 못하면 행복도 성공도 지지부진한 시행착오의 삶을 살게 된다. 그래서 "원대한 꿈을 상징하는 붕새를 주제로 치료 예술로서 조각이 가지는 파격적인 가능성을 실험하는 작품을 기획 중"이라 자신도 기대된다는 그의 표정에는 해맑은 기쁨이 가득 했다. 그의 바람대로 예술적 풍경이 가득한 오아시스 세상이 되길 기대한다


 
마포중앙도서관에서 김성욱 조각가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목공예> 프로그램에서 미래의 오아시스 세상을 책임질 조각 꿈나무들이 성장하고 있다. 한 어린이는 "조각 작품을 만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집에 갖다 두면 마음에 행복하기 때문에 열심히 배워서 나중에 조각가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다.
▲ 선생님처럼 유명한 조각가가 될 거에요 - 김성욱 조각가와 어린이 제자들 마포중앙도서관에서 김성욱 조각가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목공예> 프로그램에서 미래의 오아시스 세상을 책임질 조각 꿈나무들이 성장하고 있다. 한 어린이는 "조각 작품을 만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집에 갖다 두면 마음에 행복하기 때문에 열심히 배워서 나중에 조각가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다.
ⓒ 김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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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성욱, #조각가, #붕새, #예술,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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