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이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첫 경기를 앞두고 가장 민감할 시기에 말이다. 스웨덴을 흔들고 있는 이는, 전 스웨덴 국가대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다. 경기장 밖에서 자국 대표팀을 응원해줘야 할 그가 대표팀의 방해꾼이 됐다.

한국과 스웨덴이 속한 F조엔 독일과 멕시코가 있다. 1강(독일) 2중(스웨덴, 멕시코) 1약(한국)인 형태다. 독일이 16강 진출권 한 장을 갖고 2중, 스웨덴과 멕시코가 남은 한 장을 두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누구도 경기의 승자와 조 1, 2위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스웨덴으로선 한국을 잡아야만 토너먼트 진출 확률이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다.

본선 첫 경기라는 점과 반드시 승점 3점을 따내야 하는 부담감을 지니고 경기를 앞둔 스웨덴은 어느 때보다 신경이 곤두서 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스웨덴의 전설, 즐라탄이 그들의 신경을 건들고 있다.

유로2016 이후 즐라탄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스웨덴은 '즐라탄의 팀'에서 '원팀'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곤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즐라탄은 2002 한일, 2006 독일 월드컵을 경험한 바 있다. 그리고 자신의 전성기 시절인 2010 남아공, 2014 브라질 월드컵엔 진출조차 하지 못했다. 즐라탄의 월드컵 예선 득점 수는 19골이다. 하지만 본선에서 득점 수는 0골이다. 월드컵에 대한 기억은 즐라탄의 아픈 손가락이다.

그렇기에 즐라탄에게 이번 월드컵은 마지막 기회다. 러시아 월드컵이 그간 월드컵에서 남겼던 아쉬움을 지울 수 있는 마지막 무대다. 그래서 즐라탄은 대표팀 은퇴선언을 했음에도 스웨덴의 본선진출 소식이 들려오자 대표팀 복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스웨덴 대표팀은 그를 거부했다. 얀네 안데르손 대표팀 감독은 "즐라탄을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 이후 대표팀에서 은퇴했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존중한다" 고 밝히며 즐라탄 대표팀 합류불가에 못을 박았다. 즐라탄의 주장 완장을 이어받은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 역시 감독과 비슷한 뜻을 내비쳤다.

대표팀의 이러한 반응엔 다 이유가 있다. 즐라탄은 월드컵이 3개월 앞둔 시점에서 대표팀 복귀의사를 표명했다. 현 스웨덴 대표팀은 유로 2016이 끝난 이후 2년간 다듬어진 팀임을 고려하면 즐라탄이 팀에 녹아들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또 다른 이유는 즐라탄의 태도다. 스웨덴이 이탈리아와 플레이오프전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그는 "스웨덴이 진출한다고 해도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웨덴이 진출을 확정 짓자 돌연 대표팀 합류 의지를 보였다. 이러한 즐라탄의 태도가 대표팀에게 좋게 보였을 리 없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스웨덴의 득점력 부재에 대한 목소리다. 최근 9경기에서 스웨덴은 4골에 그치고 있다. 즐라탄 같은 주포가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스웨덴이 마땅한 공격수가 없는 것도 아니다. 현재 주전 스트라이커 마르쿠스 베리는 예선전에서 8골을 터트리며 스웨덴을 월드컵으로 이끌었다. 

그런데도 최근 스웨덴의 득점력이 저조하다 보니 즐라탄를 두고 스웨덴 안에서도 말이 오가는 상황이다. 스웨덴전을 앞둔 한국 대표팀에게 즐라탄을 뽑았어야 했냐는 스웨덴 기자의 질문이 나온 걸 봐선 아직까지 '즐라탄' 논쟁은 끝나지 않은 것으로 비춰진다.

한편, 즐라탄은 한 카드사 홍보대사로 러시아를 방문하며 스웨덴을 흔들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있었다면 스웨덴은 모든 경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을 것"이라며 "내가 없는 스웨덴 대표팀은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후배들이 그저 대회를 즐기고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즐라탄은 스웨덴이 독일과의 무승부, 멕시코와 한국을 상대론 대승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딘가 이상한 부분이 있다.

첫 경기를 앞두고 즐라탄의 이러한 자국 흔들기가 한국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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