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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삶의 방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 분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삶의 질은 높아질 것이다.

나는 오늘까지 존경하는 세 분의 스승을 만났다. 한 분에게는 직접 가르침을 받은 바는 없지만, 그 분의 삶과 책을 보면서 '민주 시민의 길'을 배웠다. 두 분에게는 직접 가르침을 받는 행운을 얻었다. 한 분에게서 '사람의 길'을, 또 한 분에게서 '학문의 길'을 배웠다.

그분들의 삶과 학문을 따라 가는 것이 나에게는 행복이었고 자랑이었다. 그런데 학문의 길을 가르쳐 주신 그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 민주 시민의 길을 가르쳐 주셨던 그 분이 세상을 떠나셨던 날 그 슬픔이 그대로 다시 밀려온다. 23일 별세한 김수업 선생님은 25일, 이 세상과 영원히 이별한다.

 김수업 경상대 명예교수.
 김수업 경상대 명예교수.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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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분의 혜안에 감탄하였고, 학문에 다가서는 태도와 사람을 대하는 진지함을 본받고자 하였다. 내가 그 분을 처음 만난 것은 1985년 대학원에 다니면서이다. 그 분이 '모국어교육학회'에서 '심청전'을 발표하는 것을 듣고 전율했다. '심청전'을 심 봉사의 관점에서 보면 주제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심청전'은 눈을 띄워 주는 문학이라는 것이다. 너희들은 봉사이면서 왜 봉사인 줄 모르고 있는가? 봉사임을 깨닫고 눈을 뜨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다. 그 이후로 김유정의 '봄ㆍ봄', 시조의 발생 시기, 박지원의 '허생전' 등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작품의 속뜻을 파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태도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면서 그 분의 <문학교육의 사회 역사적 조건>(1997)의 글을 읽었다. 이제 우리 교육은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고 학생들의 삶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30년이 지난 이제야 그 교육이 우리 교실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당시 그 분의 혜안에 감탄했던 기억이 지금도 온전하게 살아있다.

나는 그 분의 수혜를 톡톡히 받았다. 그 글을 읽고 난 뒤부터 그 분의 가르침을 그대로 수업에 도입하여 '제1회 참교육 실천 사례 수업 부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이와 관련하여 몇 편의 글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우리말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감탄 그 자체이다. 1980년대까지 '문학 장르'라고 문학 이론서나 교과서에 소개되었던 것이 1990년부터 '문학 갈래'로 바뀌었다. '장르'가 '갈래'가 되기까지 20여 년이 시간이 흘렀다. 문학을 '말꽃'으로 바로 잡고자 하였지만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아쉽다.

배달말꽃이 출판되었을 때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픈 마음에 선생님께 말씀도 드리지도 않고 서평을 섰던 적이 있다(관련기사 : 우리 문학을 보는 새로운 눈 - 김수업의 <배달말꽃>). 나에게 선생님의 메일이 왔다.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내가 북경으로 파견 나가면서 선생님께 인사드리러 갔다. 그때 선생님은 한참 생각하시더니, 중국에 있는 동안 북한의 국어 교육에 대해 공부해 오라고 말씀하셨다. 말씀은 고마웠지만 나의 게으름과 능력으로 어찌 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나는 연변에서 교재를 구해 '중국 조선어문 교사와의 교류 필요성과 그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두 편의 글을 썼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조금이라도 다가서기 위한 나의 몸부림이었다.

선생님은 다른 학자와 다름이 있다. 깊이는 물론이지만 실천과 진지함이었다. 국어 교육을 제대로 이끌기 위해 중고등학교 국어 교사가 중심이 된 '함께여는 국어교육'에 모든 권위를 내려놓고 참여하셨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말 대학원도 창설하셨다. 무엇보다 사람을 대할 때 따뜻함과 진지함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우리말과 교육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하셔 책도 꾸준히 펴내었다. 우리말과 국어 교육에 대한 열정이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하셨던 것 같다. 그 분은 가셨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마음 깊숙한 곳에 그 분의 가르침은 남아 있다. 김수업 선생님! 존경합니다. 선생님의 가르침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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