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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난 뒤 그 꽁초를 벽면에 꽂아 두었다
▲ 담벼락에 꽂혀진 담배꽁초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난 뒤 그 꽁초를 벽면에 꽂아 두었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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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을 지나가다가 낯선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벽면이 사선의 정연한 패턴으로 구획된 가운데 일정한 높이로 무언가 하얀 것들이 붙어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 궁금해졌습니다. 한걸음 다가가 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교묘하게 끼워 넣은 담배꽁초라는 것을.

서울 강북의 어느 번화한 거리에서 만난 골목길입니다. 이런 곳에는 연극이나 공연을 알리는 벽보와 새로 개업한 가게의 전단지도 많이 붙이며 때로 그래피티를 그리고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결코  반가운 손님이 아니겠지요. 그나마 벽보나 전단지는 떼어내면 고만이지만 스티커는 떼어 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고 심지어 그래피티를 그리고 가면 지우기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스티커와의 전쟁이 싫었는지 떼어내기가 쉽도록, 그리고 그래피티를 그리기가 불편하도록 오톨도톨한 플라스틱 고무판을 벽면에 붙여 놓았습니다. 그러자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스티커를 붙이지 못하도록 오톨도톨한 고무판을 설치했더니 거기에 담배꽁초를 끼워 놓고 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 벽면에 끼워진 담배꽁초  스티커를 붙이지 못하도록 오톨도톨한 고무판을 설치했더니 거기에 담배꽁초를 끼워 놓고 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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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 흡연이 금지되면서 구석진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늘어났는데, 그 꽁초를 저기에 교묘히 끼워두고 가는 것입니다. 누군가 한 사람이 시작하면 이내 다른 사람도 따라하기 시작합니다.

줄을 지어 주욱 늘어선 꽁초도 있고 직각방향으로 무언가 무늬를 찍어 내듯 꽂혀진 꽁초도 있습니다. 혹여 이러다가 무언가를 비웃는 듯한 'ㅋㅋㅋ' 가 등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래는 스티커와의 전쟁을 위해 붙인 고무판이었지만 이제는 스티커 대신 담배꽁초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태그:#길거리 흡연, #담배꽁초, #서윤영,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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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건축학과 졸업 후 설계사무소 입사. 2001년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작가 데뷔 2003년부터 지금까지 15년간 12권의 저서 출간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오마이뉴스를 시작합니다. 저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2015) /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2009) / 꿈의 집 현실의 집(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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