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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밤을 낮으로 낮을 밤으로 뒤바꾸는 일이라구
하늘을 땅으로 땅을 하늘로 뒤엎는 일이라구
맨발로 바위를 걷어차 무너뜨리고
그 속에 묻히는 일이라고
넋만은 살아 자유의 깃발을 드높이 나부끼는 일이라고
벽을 문이라고 지르고 나가야 하는 이 땅에서

(문익환 목사의 詩 '잠꼬대 아닌 잠꼬대'에서)
   
통일의 집 하늘 위로 선 나무가 우뚝하다.
 통일의 집 하늘 위로 선 나무가 우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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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집을 바라보며 생명평화를 기도하는 길벗들.
 통일의 집을 바라보며 생명평화를 기도하는 길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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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순례의 길 걸어가는 길벗들. 기도회를 마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기도순례의 길 걸어가는 길벗들. 기도회를 마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 밝은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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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회 이후 통일의 집 내부를 둘러보기도 했다. 문익환, 박용길 두 분의 사진이 보인다.
 기도회 이후 통일의 집 내부를 둘러보기도 했다. 문익환, 박용길 두 분의 사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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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집 내부에 걸린 문익환 목사의 글씨.
 통일의 집 내부에 걸린 문익환 목사의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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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오후 3시, 문익환 목사와 박용길 장로의 얼이 서린 '통일의 집'에서 10월 생명평화 기도회가 열렸다. 이곳은 문익환 목사와 박용길 장로가 만년(晩年)을 보낸 곳으로 두 분이 돌아가신 후 단장을 거쳐 올해 6월 1일 공개되었다.

예순이 다 된 나이에, 친구의 죽음과 역사의 부름 앞에 자신을 내던진 문익환 목사와 그의 평생의 동지였던 박용길 장로. 통일의 집 앞마당에 심긴 나무의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본다. 소명을 받기에 너무 늦은 시간은 없다는 희망을 나무에게서 듣는다. 흔들리지 않고 걸어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것도 떠올린다.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길벗 150여 명은 통일의 집을 에워싸고 이 땅의 생명평화를 구하는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아이들도 힘차게 산을 오른다.
 아이들도 힘차게 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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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물드는 단풍 속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오른다.
 곱게 물드는 단풍 속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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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경계가 없었다. 백운대까지 오른 길벗들.
 하늘은 경계가 없었다. 백운대까지 오른 길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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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만들고 담을 쌓아 올린 우리의 역사가 치유되기를 바라며.
 경계를 만들고 담을 쌓아 올린 우리의 역사가 치유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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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북한산 냉골매표소를 출발해 알록달록 물든 산을 타고 오른다. 발갛게 물들어 절정으로 치달은 북한산을 아이들도, 어른들도 힘차게 탄다. 냉골약수터를 지나 칼바위 위에 서서 뒤돌아보니 산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대동문에 오른 길벗들은 열 명, 스무 명 정도가 모이면 기도문을 소리 내어 읽으며 생명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드렸다. 어린이를 동반한 일부 길벗들은 대동문에서 하산했지만 백운대까지 힘을 내어 오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말을 맞아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백운대가 가까워질수록 자연스레 걸음이 느려졌다.

백운대 아래 하늘은 끝없이 열려 있었다. 땅도 경계가 사라졌다. 어디까지가 산이고, 어디까지가 서울이고 경기도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수없이 경계를 만들며 담을 쌓아 올리고 살아온 우리의 불행한 현대사가 치유되기를 바랐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사는, 행복하기 살기 힘든 이 땅에 평화가 임하기를 기도했다.
 
정치권력의 중심이자 불행한 우리 역사의 일부였던 청와대 앞에서 드린 생명평화 기도회.
 정치권력의 중심이자 불행한 우리 역사의 일부였던 청와대 앞에서 드린 생명평화 기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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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청소년, 어른들 모두 한마음으로 생명평화를 기도하고 노래했다.
 아이, 청소년, 어른들 모두 한마음으로 생명평화를 기도하고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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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인 10월 21일. 오후 3시, 130여 명의 길벗들은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 앞 도로에 모여 남과 북, 동북아의 평화를 노래했다. 청와대는 정치권력의 중심에 있는 곳이다. 동시에 아픈 역사가 어린 공간이기도 하다. 청와대의 주인이 되었던 인물들은 대부분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살지 못했다. 개개인의 공과가 있겠지만 행복하게 임기를 마치기에는 우리의 역사가 너무나 왜곡되었기 때문일까.
 
아리랑 아리랑 삼천리 온누리에
아리랑 아리랑 목소리 퍼져간다
숨 쉬는 동안에는 끝나지 않을 노래
가슴이 터져라 외친다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 고개 아리랑 고개 아리랑 고개 넘어간다
  
매월 순례 지역의 아리랑이나 그 땅의 얼이 스민 민요를 찾아 부르고 나누는 이들이 '평화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매월 순례 지역의 아리랑이나 그 땅의 얼이 스민 민요를 찾아 부르고 나누는 이들이 "평화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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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옆 사랑채 앞에서 열린 작은소리 음악회. 홍천 삼일학림 학생들이 '바다가 되어 줄게요'를 부르고 있다.
 청와대 옆 사랑채 앞에서 열린 작은소리 음악회. 홍천 삼일학림 학생들이 "바다가 되어 줄게요"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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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청와대 직원들, 경찰들도 함께 어우러졌다.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청와대 직원들, 경찰들도 함께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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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소리 음악회 마지막을 장식한 풍물 공연. 웃다리 사물놀이에 우리는 더 큰 하나가 된다.
 작은소리 음악회 마지막을 장식한 풍물 공연. 웃다리 사물놀이에 우리는 더 큰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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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진행한 기도회 이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온 생명 평화를 염원하는 작은소리 음악회를 이어 갔다. 기도순례 길벗들은 물론, 시민들, 경찰, 청와대 경호원들과 직원들도 한데 어우러졌다. 삼일학림 학생들, 인수동 주민들이 '바다가 되어 줄게요', '새장 속의 친구', '강해지길 바래', '조율', '평화 아리랑'을 불렀다. 생동중학교 학생들이 주축이 된 모둠의 웃다리 사물놀이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비무장 영세중립'이라는 꿈이 순례길 함께 걷는 이들과 연대하면서 삶으로 이루어지리라 기대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생명평화를 일구어 아픔 가득한 이 땅에 거대한 물결로 출렁이는 꿈을 꾼다.

덧붙이는 글 |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가, 2월 홍천과 안산을 시작으로, 3월 제주, 4월 부산, 5월 광주, 6월 천안, 7월 태백, 8~9월 백두산과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바이칼호수, 10월 북한산과 통일의 집, 청와대, 11월 마니산, 판문점으로 이어집니다.


태그:#생명평화고운울림기도순례, #청와대, #북한산, #통일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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