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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조선노동당사 앞에 커다한 화해의 손이 두 손을 맞잡고 있다. 31일 오후 세계평화대회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평화와 통일을 노래하는 행사를 가졌다.
 옛 조선노동당사 앞에 커다한 화해의 손이 두 손을 맞잡고 있다. 31일 오후 세계평화대회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평화와 통일을 노래하는 행사를 가졌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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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딸들과 아들들이여, 지금 서 있는 이곳은 죽음의 냄새가 배어있는 상실과 죽음의 땅, 바람마저 숨을 삼키는 슬픔의 땅입니다. 73년 전 분단의 동토였던 이곳에서 오늘 우리는 전쟁과 서러운 동토에 위로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며 함께 살고자 하는 평화의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한반도 역사 화해와 상생을 위한 세계평화대회' 참가자들은 10월 31일 오후 행사장소인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이동해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에 있는 옛 조선노동당사 건물로 향했다. 남북분단과 갈등의 상징을 안고 있는 철원에서 전쟁의 상처를 드러내고 보듬기 위한 추모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참가자들은 오후 8시쯤 노동당사 앞에 도착하자 6.25전쟁 당시 목숨을 잃은 군인과 민간인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묵념을 올렸다. 남북을 비롯한 한국전쟁에 참여한 나라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제를 통해, 한국전쟁 전후 역사에 대한 공동인식과 희생자를 위한 고백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노동당사 건물 2층에서는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도깨비 난장' 춤꾼들의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불꽃이 피어올랐다. 소리꾼 오영지씨가 희생자들의 넋을 추모하는 노래를 부르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세계평화대회 참가자들이 31일 오후 늦은 시각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옛 조선노동당사 앞에서 6.25전쟁 당시 죽어간 영혼들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묵념을 올리고 있다.
 세계평화대회 참가자들이 31일 오후 늦은 시각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옛 조선노동당사 앞에서 6.25전쟁 당시 죽어간 영혼들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묵념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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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오영지씨가 한국전쟁 당시 죽어간 민간인과 군인들의 넋을 모시는 추모노래를 부르고 있다.
 소리꾼 오영지씨가 한국전쟁 당시 죽어간 민간인과 군인들의 넋을 모시는 추모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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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노동당사 앞에는 커다란 얼굴이 나타났고, 참가자들은 두 손을 마주 잡았다. 마임이스트 조성진씨가 애도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행사에 참가한 세 명의 참가자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편지를 낭송했다.

이들은 "평화와 정의가 입 맞추는 세상을 향해 달려가자"며 "서로 위로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선한 마음을 온 세상에 퍼뜨리십시오. 이 세상을 평화와 생명이 만발한 꽃마당으로 우리 함께 만들자"고 호소했다.

사회를 맡은 김경민 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은 "오늘 우리는 6.25전쟁에서 죽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평화를 염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여기 모인 모든 분들이 서로 껴안고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모으자"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옆에 서 있던 이들을 서로 껴안으며 평화를 기원했다.
 
31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옛 조선노동당사 앞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가국 희생자 추모문화제에서 마임이스트 조성진씨가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31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옛 조선노동당사 앞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가국 희생자 추모문화제에서 마임이스트 조성진씨가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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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청사초롱을 들고 철원평야와 민통선이 보이는 소이산으로 향했다. 이곳 정상에 오르면 백마고지, 철원역, 제2땅굴, 노동당사 등이 한 눈에 들어오지만 캄캄한 밤하늘에는 선명한 별들만 가득했다.

산 정상에 오른 참가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통일을 기원하는 노래를 불렀다. 행사에 참가한 17개국 외국인들도 한마음이 되어 함께 노래했다. 더러는 스텝을 맞추며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미국에서 온 존 페퍼(John Feffer, 54)씨는 "이렇게 중요한 장소인 줄 몰랐는데 평화의 퍼포먼스를 보게 돼 너무 좋았다"면서 "미국에 돌아가면 한국전쟁의 아픔과 한국 사람들이 정말 평화와 통일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존 페퍼씨는 또렷한 한국말로 "한반도에서 남북통일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고 미국인들에게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세계평화대회 참가자들이 31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옛 조선노동당사에서 한국전쟁 참전국 희생자 추모제를 진행한 후 북녘땅이 바라다보이는 소이산을 향해 오르고 있다.
 세계평화대회 참가자들이 31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옛 조선노동당사에서 한국전쟁 참전국 희생자 추모제를 진행한 후 북녘땅이 바라다보이는 소이산을 향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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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평화대회 참가자들이 31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소이산에 올라 평화를 기원한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세계평화대회 참가자들이 31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소이산에 올라 평화를 기원한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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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서 온 후칭유(50)씨는 "한국 사람이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이런 일들을 하는 것에 놀랐다"면서 "주제가 어렵고 무거웠지만 평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고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어 너무 좋다"고 강조했다.

박종찬 춘천YMCA 이사장은 "지금 여러분들은 평화와 분쟁의 현장에 와 있다"면서 "이곳에서 평화가 무엇인지 깨닫고 돌아가셔서 대한민국의 평화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평화가 정착되고 발전되기를 기원하자"고 호소했다.

평화를 기원하는 참가자들의 마음은 하늘의 별빛만큼이나 반짝이고 있었다. 이들은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의 분쟁국가에서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와 사랑이 넘치길 기원하며 산에서 내려왔다.

태그:#세계평화대회, #철원, #조선노동당사, #소이산,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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