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더라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 Ella Mai >는 빌보드 앨범 차트 5위를 차지했다.

부족하더라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 Ella Mai >는 빌보드 앨범 차트 5위를 차지했다. ⓒ Universal Music Group

 
엘라 마이는 2018년 역주행과 재발견의 아이콘으로 남을 뮤지션이다. 발매 후 1년이 지나 빛을 본 'Boo'd up'은 이번 여름 빌보드 싱글 차트 5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를 통해 대중은 영국 출신의 이 여성 알앤비 싱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1990~2000년대 초반 알앤비를 복구한 듯한 그의 노래는 스트리밍에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들으며 자란 곡들과 맞닿아있다. 엘라 마이가 영향 받은 뮤지션이기도 한 데스티니스 차일드, 브랜디, 앨리샤 키스 등의 알앤비 뮤지션들은 대중과 그를 연결해준 중요한 존재가 된 셈이다.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음악'이라서 성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엘라 마이는 자신이 좋아했던 음악들을 영리하게 '재구성'한 사례에 가깝다. 본인의 이름을 제목으로 정했다는 것과 더불어 독백으로 이뤄진 'Emotion'을 제외한 모든 수록곡에 공동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 말해주듯 데뷔 정규 앨범에는 그의 음악적 자신감과 정체성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를 대중과 만나게 한 DJ 머스타드는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과 리아나, 티나셰(Tinashe)를 비롯한 블랙 뮤직 아티스트와 작업한 경력을 살려 음반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앨범은 전형적인 알앤비 스타일답게 '사랑'을 주제로 한다. 그것도 요즘 세대의 쿨한 사랑이 아닌 그가 듣고 자랐던 음악들처럼 열렬한 로맨스, 사랑을 향한 적극적인 태도, 조금은 자극적인 노랫말들까지 담겨있다. 엘라 마이에게는 대선배인 크리스 브라운, 존 레전드를 피처링에 섭외한 이유 또한 그가 좋아하던 뮤지션들의 흔적을 노래 속에서 부각하려는 의도다. 요즘 '핫한' 가수들과 함께해 자신의 인기를 굳히려는 게 아닌 그와 어울리는 파트너를 찾았다는 점에서도 음악적 취향과 고집이 나타난다.

부드러운 보컬과 가벼운 비트의 조화, 서정적인 편곡은 그의 음악을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게 돕는다. 시대를 타지 않는 세련된 코드 진행, 매혹적인 보이스로 주목받는 H.E.R.과 함께한 'Gut feeling'과 피아노 선율이 중심이 되는 'trip'은 상대를 향한 강렬한 끌림을 담고 있는 곡이다.
 

존 레전드가 참여한 'Everything'이나 'Sauce' 같은 곡에서는 리듬을 타며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트랙 'Naked'에서는 '나의 부족한 모습도 받아줄 수 있는 완벽한 사랑을 찾는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앨범의 주제를 정리한다.

엘라 마이는 타협보다 정공법을 택했다. 어린 시절부터 쭉 들어왔고, 꿈꿔왔던 음악들로 첫 정규 음반을 가득 채웠다는 점에서 그의 뚝심이 느껴진다. 밀레니얼 세대가 기억하던 과거 찬란한 뮤지션들처럼 듣는 이를 압도하는 가창력은 없지만 '부족하더라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 Ella Mai >는 빌보드 앨범 차트 5위를 차지하며 성과 측면에서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분명한 메시지, 일관된 태도로 나아가는 이 음반은 오늘날의 음악 신에 또 다른 의미를 남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엘라마이 BOO'D UP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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