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단풍철이 끝나고 묵은 때를 벗겨내듯 나뭇잎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간 나무들이 더욱 쓸쓸해 보이는 초겨울. 곳곳을 뒤덮고 있던 미세먼지가 지난 비로 말끔히 씻겨 내려간 구례는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합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날에는 집 안보다 집 밖이 더 따사롭습니다.
구례를 여행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구례 화엄사를 휙 둘러보고는 다른 지역으로 가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화엄계곡을 따라 이어진 화엄숲길, 그 끝자락에 위치한 연기암, 내려오는 길에 마주하는 구층암 등은 여행자들에게 치유의 시간, 여유의 시간을 주기에 충분한 곳입니다.
화엄숲길
화엄숲길은 화엄사부터 연기암까지 이어지는 약 2km의 산책로를 말하며 치유의 숲길로도 불리기도 합니다. 편백나무, 참나무, 서어나무, 소나무, 산죽나무, 동백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산재해 있어 우리 몸에 좋은 피톤치드 성분과 음이온이 풍부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엄사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화엄숲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바위를 볼 수 있는데 그중 용머리바위는 용의 기운이 너무 세 용머리의 일부분을 잘랐다고 전해지는 바위입니다.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화엄숲길을 걸어 도착한 연기암에는 국내 최대 문수보살상이 구례를 내려보다 보고 있습니다.
연기암
문수보살은 부처님의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로 지혜와 관련한 소원을 이루어주는 보살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험생들이 꼭 가봐야 할 곳이 바로 연기암입니다. 문수보살상 앞에서 구례읍을 휘감고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 보면 세상의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듯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문수보살님께 지혜를 얻고 올라간 길을 내려오다 보면 계곡 건너 구층암 가는 대숲 길이 나옵니다.
대숲길을 지나 도착한 구층암에는 모양도 특이한 모과나무 기둥이 소리 없이 반겨줍니다. 자연 그래로의 모습으로 선방을 지키고 있는 모과나무 기둥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구층암
'차향사류'라는 글귀가 보이는 선방은 차 시배지로 알려진 화엄사 일대의 야생차밭에서 딴 찻잎으로 만든 죽로야생차를 마실 수 있는 곳입니다.
찬바람이 불 때 절집의 선방에 앉아 마시는 차 한 잔은 단순한 차가 아니라 약이며 여유롭게 차 한 잔 마시며 스님과 담소를 나누다 보면 여행의 피로가 싹 씻겨 나갑니다. 구층암에서의 아쉬운 시간을 마무리하고 화엄사에 들어서면 넓은 마당 위에 두 개의 중심 법당이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화엄사
보물 제299호인 대웅전과 국보 제67호인 각황전 중 어느 법당이 중심법당인지 알 수는 없지만 두 법당이 대가람 화엄사의 중심을 나란히 잡아주고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구례 화엄사를 방문하시거든 짧은 시간 휙 둘러보지 마시고 치유의 길인 화엄숲길을 산책하고 연기암에서 소원을 빌어 보세요. 그리고 구층암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갖다보면 절로 몸과 마음이 치유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