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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때는 아이가 조금만 심하게 울면 어디 아픈 것 아닌가 싶어서 응급실에 가기도 했다. 다행히도 성장통 때문이었고, 병원에 가면 울음을 뚝 그치고는 언제 울었냐는 듯 병원 안을 둘러보며 쌩쌩해졌다.

육아를 하다 보면 정말 크고 작게 아픈 일이 너무나도 많다. 아픈 아이도 힘들지만 그걸 보는 엄마는 마음이 아픈 것은 물론 몸도 같이 아플 때가 많다. 간호하느라 밤잠을 못 자는 것도 괴롭지만, 무엇보다 죄책감이 가장 크다. 내가 잘 돌보지 못해서, 재빨리 대응하지 못해서 더 아픈 것 같아 자꾸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이가 입원을 했을 때는 이주일이 넘도록 나도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키울 때는 정말 사소한 것 하나하나도 주의해야 하고, 예상치 못했던 것에 다치고 아프기도 한다. 만 5년 여간 육아를 하며 겪었던 일들 중 내가 가장 힘들고 후회됐던 순간들을 몇 가지 적었다. 예비 엄마나 나같은 초보 엄마들이 주의하고 미리 대비했으면 하는 것들이다. 

조기 출산으로 인한 황달과 눈물샘 폐쇄증

37주, 출산 안정권이긴 하지만 3주 일찍 태어나서인지 황달이 있었다. 조리원에서 나온 후에도 아기의 노란 얼굴을 보면 황달이 심해질까 걱정스러웠다. 한 달 동안은 틈틈이 아이를 벗기고 배만 가린 채 베란다에서 햇빛을 쐬어줬다.

그러니 황달은 좀 나아지는가 싶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아이의 눈에 자꾸 눈곱이 심하게 끼었다. 안과에 가보니 눈물샘이 막혔다는 것이다. 더 심해지면 바늘로 시술을 해야 한다기에 너무 겁이 났다. 마사지법만으로도 눈물샘을 뚫을 수 있다기에 틈만 나면 아이의 코와 눈 사이를 문질렀다. 아이가 괴로워해도 눈가가 벌게진 걸 보면 빨리 낫게 해주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몇 달이 지나서야 아이의 눈물샘이 자연스럽게 뚫려서 빨간 기가 없어지고 눈곱도 끼지 않았다.

잦은 구토

생후 6개월이 되었을 때 이유식을 잘 먹은 아이가 놀다가 갑자기 분수토를 뿜었다. 처음 있는 일이어서 너무 놀란 마음에 당장 소아과로 달려갔다. 의사 선생님은 너무 많이 먹여서 그런 거라며 안심하라고 했다. 단지 토했을 뿐인데 나는 아이가 잘못될 것만 같아 무서웠다. 이후 자주는 아니지만 멀미를 하거나 소화가 잘 안 될 때 토하곤 한다. 아이는 참 많이 아프면서 자란다.

고열

처음으로 아이가 열이 났을 때는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다그치다가 아이 몸이 뜨거운 것을 느끼고 체온을 재보니 열이 높았다. 갑자기 졸려 하거나 밥을 거부하면 그냥 넘기지 않고 열을 재서 아픈 곳이 없는지 확인해야 했는데 내 불찰이었다. 전날 업다가 떨어뜨리기도 했던 터라 머리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겁에 질렸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놀랐는데 아이의 몸에 큰 이상이 생긴 줄 알고 두려워 벌벌 떨기까지 했다.

병원에 가니 감기니까 해열제를 먹여서 열을 떨어뜨리면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눈물을 더 펑펑 흘렸다. 의사 선생님은 약을 먹으면 낫는다는데도 우는 나 때문에 당황스러워했다. 초보 엄마는 작은 일에도 참 크게 놀라고 꼬마가 된 양 울게 된다.
 
어린이 보호용 자동차 잠금장치


문이 있다면 집 안이건 밖이건 조심해야 한다. 특히 차를 타고 갈 때 아이가 앉은 자리의 문이 열리지 않도록 차일드 록을 걸어둬야 한다. 내 아이도 차를 타고 가던 길에 차문을 만지며 놀기에 몇 번이나 그러지 말라고 주의를 줬지만 말을 듣지 않아서 결국 문이 살짝 열린 적이 있다.

다행히 내가 얼른 알아채고 급히 닫아서 손톱만큼 열렸다 닫혔다. 그러나 아이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거나 늦게 발견했다면 달리는 차에서 그대로 도로로 나뒹굴었을 것이다. 그 후에 차일드 록 기능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안에서는 못 열고 밖에서만 열 수 있도록 해둔 장치다. 뒷문은 모두 차일드 록으로 잠가놓았다.

상비약은 항상 가방 안에 두기

어디에 가든 소아 해열제와 소화제는 챙겨야 한다. 볼일이 있어 강남역에 갔는데 아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했다. 역 인근의 소아과를 검색해보니 한 군데가 나와서 가봤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주변을 걷고 걸어서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소아과를 찾기까지 2시간여를 헤맸다. 배는 이미 다 나아 있었다. 이런 당혹스러움을 겪지 않으려고 그 다음부터는 해열제와 소화제를 꼭 챙겨 다닌다.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
▲ 아이가 아프면 엄마도 아프다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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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입원, 엄마도 아이도 힘든 감옥살이

아이의 감기가 유난히 오래 간 시기가 있었다. 한 달 가까이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하면서 완전히 낫지 않아 걱정했는데 시댁에 가야 할 일이 있어서 장거리 운전을 하고 나니 상태가 악화됐다. 워낙 건강했던 터라 단순히 감기가 오래 이어지나 했는데 폐렴에 걸린 것이다. 그동안 동네 소아과나 이비인후과에 가서 치료를 받아왔는데 청진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긴 시간 동안 차 안에서 아이의 호흡기에 무리가 간 듯했다. 만 3세에 처음 입원을 하게 됐다.

첫날에는 병원의 침실과 링거도 신기하게 바라보고 휠체어를 타면서 신나했다. 주사를 맞을 때도 눈 한번 질끈 감고 울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째가 되자 아이는 갑갑해하기 시작했다. 괜한 것에 짜증을 부리면서 이를 닦기 싫다고 발버둥을 치자 링거 바늘이 어긋나고 말았다. 온통 피범벅인 아이의 손목을 잡고 처치실에 가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이가 입원할 때는 낙상 사고에도 주의해야 한다. 입원실에 처음 들어간 날, 어떤 아이가 잠시 누워 있었는데 퇴원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다 나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어제 병상에서 떨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더 큰 병원으로 옮기는 거라고 했다.

나도 놀라서 병상 난간을 항상 쳐두고 조심해야지 했지만, 웬걸 다음 날 아이가 신나서 병상에서 일어나서 춤을 추다가 난간이 없는 사이로 추락하고 말았다.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병원이라 커튼이 쳐져 있었는데 그게 벽인 줄 알고 기댄 것이다.

아이가 많이 다쳤을까봐 울먹이며 간호사에게 알리니 그렇게 떨어지고서도 잘 뛰어다니며 웃고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다독여줬다. 전에 다친 아이는 떨어지자마자 심하게 구토하고 자꾸 몸이 처졌다고 한다. 그래도 며칠 동안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는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입이 아프면 구내염이나 수족구

밥을 먹고 나서 아이가 자꾸 입안으로 손을 넣기에 이 사이에 뭐가 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프다면서 목 안쪽을 손가락질하며 울상을 지었다. 손전등을 비춰보니 빨간 점이 나 있었고, 입술에도 차차 반점 3개가 생겨났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수족구라고 하면 수포가 생기는 병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만 4세가 되도록 수족구나 구내염을 앓아본 적이 없어서 어떤 병인지 몰랐다.

병원에 가니 수족구 초기이거나 구내염이라고 했다. 유치원 친구들이 고생했다는 말을 들은 후라 몸 전체에 퍼질까 봐 걱정했다. 다행히 약하게 지나갔는지 열도 하루만 나고 입안에 반점이 몇 개 생기고는 더 진행되지 않았다.

소아 장염, 절대 아무거나 먹이지 말자

외출했을 때 아이가 김밥을 먹고 싶다고 졸라서 근처 가게에서 한 줄을 샀다. 여름이어서 김밥이 상했는지, 처음으로 장염에 걸렸다. 하루 세 번씩 구토와 설사를 하고 하루 종일 울렁거림에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다 싶었다.

"엄마, 백혈구들이 싸우고 있대?"

아픈 몸을 어떻게든 견뎌보려고 동화책에서 봤던 세포 이야기까지를 꺼내니 짠하기 그지없었다. 지쳐서 잠들었다가 일어나서는 개운했는지 "세포들이 다 싸웠대"라며 괜찮다고 했지만, 장염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낫지 않았다. 구토는 없었지만 자꾸 구역질을 했다. 아이는 자기 몸이 정말 아프면 병원에 가자고 하는데 저녁쯤 나를 흔들며 말했다.

"엄마, 응급실 가자."

배가 또 아픈가 보다고 넘기려다가 이렇게 오래도록 아픈 게 이상하고 너무나 불안했다. 혹시 나 몰래 뭘 삼킨 건 아닐까. 진짜 심하게 아플지도 모르는데 응급실에 가서 엑스레이라도 찍어봐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청진하고 엑스레이에도 별문제가 없었다. 다만 며칠 동안 잘 먹지 못해서 전해질이 부족해져 구역질을 하는 것일 수 있으니 수액을 맞기로 했다.

링거를 맞는 사이에 잠든 아이가 깨어나면 집에 가려고 했는데 일어나자마자 구역질이 너무 심한지 비명까지 지를 정도였다. 의사 선생님도 그 모습에 놀라서 엑스레이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드문 경우라도 뇌수막염일 수도 있으니 입원시키고 지켜보기를 권했다.

배가 아픈 줄만 알았는데 뇌수막염일 수도 있다니 제발 아니기를 바라며 두 번째 입원을 했다. 첫날에는 별 증상이 없어서 금방 퇴원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다음 날 새벽에 너무 고통스러워해서 또 엑스레이를 찍었고, 이번에는 구토까지 많이 했다. 아파서 배를 잡고 입을 틀어막으며 구토를 참으려는 것을 보니 무섭고 미안했다. 다음 날 초음파를 해보니 염증이 무척 심각한 상태였다.

하지만 염증이 심하다고 해서 더 센 약을 쓸 수도 없고, 시간이 약이라고 했다. 한 달은 더 지나야 낫는다는 말에 아득해졌는데 퇴원을 하고부터는 아픈 동안 못 먹은 게 맺혔는지 뭐든 잘 먹어서 약을 일주일 정도 약을 복용시키고 나니 가끔 아프다곤 하지만 무난하게 회복했다.

아이는 아픈 만큼 쑥쑥 큰다지만, 아프지 않고도 잘 커주면 얼마나 좋을까. 안전하고 건강하게. 당연한 말이지만 지키기 이토록 어려울 줄이야. 앞으로도 어쩔 수 없이 다치고 아프게 되겠지만 아이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빨리 나을 수 있기를 소원한다.  
 
나와 아이보다는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더 건강하게 육아하길 바라는 마음에 선물한 책
▲ 출산을 앞둔 친구에게 선물한 책과 내복 나와 아이보다는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더 건강하게 육아하길 바라는 마음에 선물한 책
ⓒ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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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아이,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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