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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닷새째 연속 시행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거리가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게 보이고 있다.
▲ 미세먼지로 뒤덮인 서울 도심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닷새째 연속 시행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거리가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게 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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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미세먼지로 서민의 일상이 잿빛입니다. 비상저감조치가 연일 이어졌고, 학생 건강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컸습니다. 41.9%의 교실에 공기정화장치가 없고 특히 중고등학교는 교실 10곳 중 7곳이라는 소식으로 파장 일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6일, 올해 안으로 모든 학교에 공기정화장치를 전면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초 추진일정을 앞당겨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는 상반기 중으로, 나머지 중고등학교는 올해 완료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결국 예산입니다. 돈이 있어야 기계환기설비 공사를 하든가 공기청정기를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세먼지 추경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국가 추경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꽤 많은 돈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역대급 초과세수의 힘

모든 학교에 공기정화장치를 하려면 0.1조 원이 필요합니다. 미설치 교실 11만 4265개의 소요액은 0.23조 원인데, 시도교육청이 이미 0.13조 원을 확보했습니다. 중고등학교 5만 218개에 해당하는 돈이 추가로 있어야 하는데, 0.1조 원입니다.

국가 예비비나 추경이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역대급 초과세수가 있습니다.

기재부는 지난 2월 8일, 2018회계연도 총세입 총세출 마감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예산보다 더 걷어들인 초과세수가 25.4조 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초과세수에 따른 세계잉여금은 10.7조 원으로,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 등의 순서로 처리한다고 했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 교육청과 지자체로 10조 원 넘게 내려갈 예정입니다. 빠르면 3월말, 늦으면 4월 중하순 시도교육청에 5.4조 원가량의 재원이 추가됩니다.

뿐만 아닙니다. 보통교부금 유보액 3.2조 원도 있고, 특별교부금도 있습니다. 도합 8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든 학교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는데 0.1조 원 필요한데, 시도교육청은 8조 원 이상의 재원이 생깁니다. '예산이 부족해서 어렵다'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예산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입니다

미세먼지 관련해서 보통 교육청은 교실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고 실내체육시설을 확충합니다. 지자체는 경로당이나 어린이집에 설치하고 저소득층 마스크 지원 등을 합니다.

상당한 재원이 생길 예정이니, 기존 사업을 늘리고 새 사업을 하려는 곳이 나올 겁니다. 이미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구요.

반면, 정책의지나 여건이 부족한 곳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중고교 설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를 우선했기 때문입니다. 
 
2019년 2월 기준
▲ 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 현황 2019년 2월 기준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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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도간 편차가 있습니다. 충남과 세종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교가 100%입니다. 인천, 강원, 충북, 전남, 경남, 제주는 유초특 우선설치 학교가 100%입니다. 반면 대구, 울산, 경기, 전북, 경북은 우선설치의 목표(61.7%)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건 정책의지나 여건의 차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살펴봐야 합니다. 교육청 재원의 상당 부분은 내국세입니다. 세금을 어디에 얼마 편성하고 어떻게 쓰는지 잘 살피면 우리 자녀의 학교가 바뀔 수 있습니다.

올해처럼 많은 재원이 추가로 생길 때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미세먼지 대책에 쓸 수도 있고, 다른 곳에 쓸 수도 있습니다. 기계환기설비도 가능하고, 공기청정기도 가능합니다. 입찰을 할 수도 있고, 미세먼지가 재난에 포함되면 수의계약도 됩니다. 미리 준비해서 속도감있게 할 수도 있고, 늑장 행정으로 일관할 수도 있습니다. 정책효과를 고려하면서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일단은 우리 동네 교육청과 의회의 정책의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추가 재원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관건입니다. 이제까지는 나름의 사정을 감안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다르겠지요.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태그:#미세먼지, #공기정화장치, #기계환기설비, #공기청정기, #세계잉여금 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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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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