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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와 교육자, 그리고 우리말과 지역문화 살림이로 한 삶을 바치다 지난해 세상을 뜬 김수업 선생(1939~2018)을 기리는 책이 나왔다.

김수업선생1주기추모사업회가 펴낸 <새벽을 열어 길이 된 사람, 빗방울 김수업>(도서출판 피플파워 간)이다.

경상대 국어교육과 교수와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으로 공직은 마친 그는 배달말학회와 모국어교육학회를 이끌었고, 우리말교육현장학회장과 우리말살리기겨레모임 공동대표,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심의회 위원장,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 등을 지냈다.

고인이 2018년 6월 세상을 떠난 뒤, 정부는 지난해 10월 9일 '한글날'에 보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사업회는 전국 200여명과 26개 단체가 참여해 구성되었고, 첫 사업으로 추모집을 이번에 낸 것이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이라도 굳게 앞서 나아갔다"

김중섭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은 "평생을 겸허하게 사신 선생께서는 이런 책의 출간을 못마땅하게 여기실 것이라는 염려도 없지 않지만, 항상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해오신 선생의 가르침을 이 책을 만드는 빌미로 삼았다"고 했다.

선생은 <배달말 가르치기>에서 "배달말 가르치기는 과녁을 어디에다 두어야 마땅한가? 우리는 왜 국어를 교육해야 한다는 말인가? 대답부터 하고 보자면, 국어를 '더욱 잘 알도록' 하고, 국어를 '더욱 잘 살도록' 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배달말 가르치기의 과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수업 선생은 많은 저서와 논문을 남겼다. 저서는 <배달문학의 길잡이>(1978)부터 <삼국유사 이야기>(2015)까지 12권, <문화고을 진주>(2015), <진주문화를 찾아서-논개>(2001) 등 지역 관련 책도 많다.
  
 김수업선생1주기추모사업회가 펴낸 책 <새벽을 열어 길이 된 사람, 빗방울 김수업>.
 김수업선생1주기추모사업회가 펴낸 책 <새벽을 열어 길이 된 사람, 빗방울 김수업>.
ⓒ 피플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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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에서 한때 같이 근무했던 최시한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선생의 연구에 대해 "선생은 논리를 추구하되 통찰을 값지게 여겼다. 늘 탐구하면서 실천하였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이라도 굳게 앞서 나아갔다"며 "따르는 이가 찾기 쉽도록 선생은 길을 닦아놓았다. 어머니한테 배운 말로 길잡이를 세워 놓고 '빗방울'처럼 낮은 곳으로 흘러 씨앗들의 땅을 적시었다"고 했다.

김수업 선생은 <배달말 가르침>에서 "교사는 학생의 배움에 불을 질러서 애살을 북돋우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물음을 일깨우는 일에 전문가로서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임규홍 경상대 교수(국어국문학)는 "선생은 국어교육에서 말이 가지는 힘(앎) 가운데 겨레를 동아리 짓는 힘에 대해 늘 도드라지게 강조하셨다"며 "빗방울 선생은 우리나라 배달말 가르침(국어교육)의 참 뜻을 세워, 세상에 널리 알리고 교사를 가르치며 교육마당에 실천하였던 분"이라고 했다.

김수업 교수는 려증동 교수와 함께 1982년부터 '배달말학회'를 만들어 이끌어 나갔다. 조규태 경상대 명예교수는 "배달말학회는 울타리를 넘은 학문연구 공동체"라며 "배달말학회 회장을 맡아서 학회를 이끌어 가는 동안 전국 규모의 이름 있는 학회로 발전해갔다"고 했다.

고인은 모국어교육학회와 중등교육연구소도 이끌었는데, 조 명예교수는 "한국 국어교육사에 그 공로가 길이 남을 것이고 그 가운데 김수업 선생의 역할이 지대한 것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권유경 교사(경상대사대부고)는 '입말교육연구모임'을 소개하면서 "어느날인가 '빗방울'이라는 제목의 시를 내어놓으며, 다들 인터넷에서 별명을 쓰길래 뭘 할까 궁리하다가 언제나 가장 낮은 데로, 낮은 데로 흘러서 바다에 이르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빗방울이 좋아서 이걸로 이름 삼기로 했다며 잔잔한 웃음을 머금고 말하던 선생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이야기말꽃모임'을 소개한 김정호 강사(경남과기대)는 "2017년 7월, 선생과 마지막으로 모임을 가졌던 날의 수첩에는 사람이 죽으면 상주 아닌 사람 중에 누군가의 죽은 자의 속옷을 들고 지붕에 올라가 '북, 북, 북' 세 번을 외치고 옷을 태운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메모가 있었다"며 "죽음은 '돌아가는 것'이며, 우리 겨레가 모셨던 신이야말로 최고의 종교였다고 마무리했다"고 소개했다. 이 모임 사람들은 <문학시간에 단편 소설 깊이 읽기>, <이야기문학과 여성연구> 등을 펴내기도 했다.

선생은 대학 민주화에도 앞장섰다. 선생은 <내가 겪은 경상대 교수회>라는 글에서 "나라의 법령을 따를 것인가, 양심의 진리를 따를 것인가? 이것은 뒤틀린 정권 아래 살아가는 국립대학 교수에게 늘 붙어 다니는 물음이었다"며 "그러나 대학평의원회는 문교부가 승인하든 말든 개정학칙이 경상대의 실질적 학칙임을 확인하면서 그릇된 법령을 버리고 진리를 따르기로 결의했다"고 썼다.

안동준 경상대 교수(국어교육)는 "나중에 선생이 최초로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보관문화훈장을 받게 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며 "선생이 보여준 배달말 가르침은 나라와 겨레 사랑으로 이어지는 거룩한 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말을 살리는 일에 한 삶을 바쳤다"
  
 김수업선생1주기추모사업회는 6월 22일 경남과기대 대강당에서 추모 행사를 열었다.
 김수업선생1주기추모사업회는 6월 22일 경남과기대 대강당에서 추모 행사를 열었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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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경상대 도서관장과 교수협의회 회장을 지냈다. 1988년 4월 2일, 백기완 선생 초청 강연회가 끝난 뒤 경찰이 대학에 진입해 진압했고 그 과정에서 39명의 중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고인은 교수협의회 부회장이었다. 안동준 교수는 "교수협의회에서는 전국 주요 일간지에 그 사건의 내막을 알리는 성명서를 발표하여 사태의 진상을 세상에 알리고 교내의 학생들을 감싸는 데 앞장을 섰다"며 "대학 민주화의 열기 속에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가면서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속으로 감추고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고종민 교사(남해제일고)는 국립국어원 국어심의회 활동을 소개하면서 "배달말을 심은 사람", 김미숙 전 전국국어교사모임 이야기대회 이사는 '전국 중고등학생 이야기대회'를 소개하면서 "온 나라 아이들 이야기 잔치", 김강수 전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회장은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과 '이오덕김수업교육연구소'를 소개하며 "교사의 스승"이라고 했다.

이대로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는 "우리말을 살리는 일에 한 삶을 바쳤다", 구자행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이사장은 "선생은 말을 어떻게 하고 글을 어떻게 쓰고 사느냐가 이 세상에 얽힌 문제를 푸는 열쇠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고인은 '진주' 고을문화를 되살리는 데 앞장섰다. 고인은 삼광문화연구재단(이사장 윤철지) 이사와 남성문화재단(김장하 이사장) 이사, 진주탈춤한마당 대회장, 진주오광대복원사업회 이사장,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 옛 <진주신문> 대표이사 등을 맡았고, 솟대쟁이놀이보존회도 이끌었다.

남성진 진주문화연구소장은 "선생은 진주문화를 일러 진주만의 문화가 아니라 우리 겨레의 문화며 나아가 세계 인류의 문화라고 하였다"며 "진주문화는 오늘날의 문화가 아니라 지난 날 우리 선조들의 문화며 나아가 다가오는 앞날 우리 후손들의 문화라고 하였다"고 했다.

다문화가정한국어교실에 대해, 정명규 교사(진주중앙고)는 "선생이 제안해 2007년 처음 문을 연 교실은 봉곡초교에서 다시 도동초교로 옮겨 매년 40~70명의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며 "수강생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도록 유아반도 운영하고 있다며 자랑하던 선생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추모사업회는 고용우 전국국어교사모임 이사장과 김중섭 진주문화연구소장, 정병훈 진주시 유네스코창의도시추진위원장, 하재태 경상대 국어교육과총동문회장이 공동대표를 맡았고, 정경우 고성음악고등학교장이 집행위원장을 ㅁ맡고 있다.

추모사업회는 지난 6월 22일 경남과기대 본관 대강당에서 "빗방울 김수업 선생 1주기 기림굿"을 열었다.

김수업 선생이 썼던 시 <빗방울>은 다음과 같다.

"떨어지네//하늘에서 땅으로/한없이/아래로만/떨어지네//곤두박질로 떨어지고서도/다시/올라가려 하지 않고/낮은 데로, 낮은 데로만 찾아/손에 손잡고 하나되어/내려만 가네//마침내/바다에 가서/모두 모여/한데 어우러져/더불어 울렁이며 춤추네//해님이/빙그레 웃으며 내려다보더니/수증기 만들어/다시 불러/들어올려 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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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말 으뜸학자 김수업 교수 1주기 기림굿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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