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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희 '초이스 아트 갤러리' 대표
 최윤희 "초이스 아트 컴퍼니" 대표
ⓒ 초이스아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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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누구나 설레게 하는 푸른 바다. 그런데 바다는 왜 푸른색일까?

빛의 마술 때문이다. 태양에서 나온 빛은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빛깔을 띤다. 바닷물은 이 태양광선 중 파장이 가장 긴 빨간색 빛부터 흡수한다. 파장이 가장 짧아 흡수되지 못한 파란색 빛은 이리저리 부딪히며 사방으로 흩어진다. 빛의 산란 현상, 우리 눈에 바다가 파랗게 보이는 이유다.

하늘이 푸르게 보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파장이 짧다는 것은 진폭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란색 빛이 대기의 공기 입자를 통과하며 끊임없이 산란할 때 우리는 커다랗고 푸른 하늘과 마주한다. 확장된 '블루', 강력한 진폭 속에서 서로 전달하고 소통한다. 은밀하게, 때론 노골적으로. 잠깐 쉬었다 가는 쉼표처럼, 또는 냉정하게 다잡은 마음처럼. 그래서 '블루'는 감각의 색이다.

'블루' 안에서 끝없이 확장하고 파장하는 4명의 작가가 관람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각각의 붓으로 채색하고, 스테인리스 스틸 위에서 강렬하게 반사하고, 풍경처럼 펼쳐지고, 그리고 동적으로 움직인다. 어떤 작가가 어떤 의도로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관객이 바라보는 '블루'는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펼쳐낸다.

초이스 아트 컴퍼니(대표 최윤희)가 기획하고, 오세열, 권용래, 김진우, 이세현 등 한국의 역량 있는 작가들이 참여한 'BLUE' 전시회에서 현대의 회화, 설치, 입체 작가들이 묘사하는 다양한 '블루'의 세계를 감상해보자.

4명의 작가가 빚어낸 '4가지 블루'의 향연
 
 오세열_Untitled_혼합재료_130×162cm_2018
 오세열_Untitled_혼합재료_130×162cm_2018
ⓒ 초이스아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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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낙서' 그림으로 유명한 원로작가 오세열은 우리에게 조용하면서도 깊이 있는 블루를 선사한다. 캔버스에 기름기를 뺀 유화 물감을 여러 차례 덧발라 두꺼운 질감을 만든다. 붓 대신 면도칼 등으로 표면을 긁어내 삐뚤삐뚤한 숫자, 단순한 얼굴 모양이나 꽃, 새 등의 이미지를 넣는다. 그 위에 살짝 얹어진 파란 오브제 하나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1960년대 전형적인 정물화로 시작해 1970~80년대 추상적인 작업을 했던 작가 오세열은 1990년대 이후 칠판에 그린 낙서나 아라비아 숫자 등을 새기는 '기호학적'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물질적인 것에만 매달리는 현대사회에서 소멸해 가는 소중한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작가. 단색에 가까운 배경의 캔버스 위에 붙인 버려진 단추, 플라스틱 포크, 다 쓴 크레파스 조각 등 일상 속 작은 오브제들을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
 
 이세현_Between Blue_리넨에 유채_100×100cm_2017
 이세현_Between Blue_리넨에 유채_100×100cm_2017
ⓒ 초이스아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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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산수로 이름이 알려진 작가 이세현이 이번에는 '블루 산수'로 관객과 만난다. 색은 바뀌었지만, 자신이 유년 시절을 보냈던 거제도의 옛 모습을 재현한 것은 변하지 않았다. 작가는 영국 유학 시절 '가장 나다운 것'의 표현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붉은 산수'를 떠올렸다고 한다. 작가가 군대 생활 중 야간투시경으로 바라본 비무장지대의(DMZ) 풍경이 바로 붉은색이었다. 신비하고 아름답지만, 늘 적의 침입에 대비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던 이중적 경험은 사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붉은색 풍경을 완성했고, 작가의 대표 이미지로 구축됐다.

작가 이세현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뛰놀던 거제와 통영의 자연, 군 시절 전방에서 야간 투시경으로 본 비무장지대와 북한의 풍경. 둘로 나뉜 한반도에서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고 싶었다"면서 "그림도 극단보다는 양쪽 사이에 존재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블루 산수'는 붉은 산수뿐 아니라 다양한 색을 실험하고 싶은 그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권용래_Ficus benjamina to Light_캔버스에 스테인리스 스틸_81×131cm_2019
 권용래_Ficus benjamina to Light_캔버스에 스테인리스 스틸_81×131cm_2019
ⓒ 초이스아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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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근원을 추구하는 작가 권용래는 물성 자체가 빛을 만났을 때 화려하게 피어나는 '빛의 블루'를 작품에 담았다. '빛이 리플렉션 돼서 반사되는 빛의 효과에 주목했다'는 작가의 말대로 블루의 조명 속에서 피어나는 빛의 향연은 시각적으로 강렬한 감동을 선사한다.

조명이 꺼진 상태에서 캔버스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불을 켜자,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색채와 움직임이 캔버스 안에서 스멀스멀 살아난다. 블루 색상이 칠해진 수백 개의 크고 작은 스테인리스 원판이 빛으로 가득 차면 영롱한 푸른 물방울이 캔버스 안을 가득 메우고 흘러넘쳐 차가운 이성을 자극한다. 그러나 정작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빛이 아닌 듯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오묘하게 변하는 그림자의 명암, 인간이 창조할 수 없을 것 같은 아름다운 형상을 따라가면 작가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김진우_The Forest_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_250×370×370cm_2019
 김진우_The Forest_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_250×370×370cm_2019
ⓒ 초이스아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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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진우의 블루는 생동감 넘치는 표정으로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갤러리에 들어설 때 마주치는 블루와 블랙의 플라잉맨은 왠지 우리를 항상 지켜줄 것 같아 든든하다.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다 보니, 완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인기와 희소성이 높다.

회화를 전공한 작가가 작품의 매개체로 철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어린 시절 철의 도시 포항에서 자라면서 체험한 것이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로봇, 기계, 인간, 자연에 관심을 가지면서 신인류에 대한 발견과 가능성을 추구했다. 철로 만들어진 나무, 로봇 등은 키네틱 아트와 신인류의 형태를 모티브로 했다. 로봇을 단순한 기계로 보지 않고 그 안에도 생명과 미학이 깃들어있다는 작가의 철학처럼, 어쩌면 인간적인 로봇의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최윤희 '초이스 아트 컴퍼니' 대표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면서도 편안함을 주는 색상 블루는, 감각 속에서 언제나 우리의 삶과 함께하며 때에 따라서 이성적인 차가움, 편안한 깊이를 주는 색상"이라며 "4명의 작가가 표현하는 4가지 색의 블루를 통해 관람객들과 소통할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BLUE' 전시회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소재한 '초이스 아트 컴퍼니'에서 내달 초까지 열린다. (문의 전화: 02-501-2486, www.choiceart.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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