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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은 광복절이라고 전 국민이 알고 있다. 그날이 오면 성대하게 축하하며 감격을 함께 나눈다. 그러나 정작 나라를 빼앗긴 날을 기억하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아직도 경술국치를 한일합방으로 부르는 이도 있다. 더구나 별개의 사실로 아는 사람도 있다. 경술국치를 소홀히 교육한 결과란 생각이 든다. 한일합방, 한일병합이 아닌 경술국치로 분명히 말해야 한다. 또한 경술국치를 당한 과정은 모르더라도 나라를 뺐긴 날 만큼은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바로 1910년 8월 29일이다. 1910년 8월 22일 고종이 반대하지만 내각 총리 대신인 이완용을 중심으로 매국노들이 일본 데라우치 마사타케와 한일병합조약을 맺고 공포한 날이 8월 29일이다. 그날을 경술국치라 한다. 일제 식민지 시대의 시작. 경술국치를 모른 채 광복의 기쁨만 축하하는 것은 뿌리를 모른 채 언제 질지 모르는 푸른 잎만을 보며 환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안타깝게 경술국치는 국가기념일이 아니다. 국가기념일은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따라 정부가 제정·주관하는 기념일로, '법정기념일'이라고도 한다. 일부는 공휴일로 지정하여 더욱 그 뜻을 기리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식목일, 국군의 날 등은 국가기념일이다. 다소 생소한 부부의 날(5월 21일), 의병의 날(6월 1일), 세계 한인의 날(10월 5일) 등 많은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행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경술국치일은 국가기념일이 아니다. 국가기념일로 격상해서 경술국치일을 애도하는 게 필요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로 정해 조기를 달거나 기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홍보가 부족해서인지 아는 시민이 많지 않다.

후손들이 부끄러운 역사의 단면을 드러내기 싫어서 소홀히 했다면 이제는 당당하게 그날을 기억하고 치욕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공휴일은 아니더라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본다. 경복궁에 다시는 일장기가 휘날리는 수모를 겪어서는 안 된다.

조기를 다는 공식적인 국경일은 6월 6일 현충일뿐이다. 이 날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을 기리는 날이다. 한편 국가적으로 큰 사건이 나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때 한시적으로 조기를 게양하기도 한다. 

이제 공식적으로 조기를 다는 날을 하루 더 정하자. 그리고 광복절처럼 공휴일은 아니더라도 또 한 번 독립기념관에 수많은 조기를 달아 그날의 치욕을 되새기는 묵념을 하자. 다시는 그런 치욕스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건한 애국애족의 마음을 담아서.

광복절날 문재인 대통령은 김기림의 시를 인용하여 '아무도 흔들지 않는 나라'를 강조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36년의 지배를 당한 출발점(경술국치)을 모른 채 광복의 환희에 도취되어 미래를 이야기해서는 '아무도 흔들지 않는 나라'를 세울 수 없다.
     
경술국치일 기념 안내 공문 경술국치일, 순국선열의 날 계기교육 및 안내 공문
▲ 경술국치일 기념 안내 공문 경술국치일, 순국선열의 날 계기교육 및 안내 공문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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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에 사는 필자는 고3 학생들과 함께 수업한다.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경술국치가 어떤 날이냐고. 아주 소수의 아이만 그 단어의 의미를 알고, 경술국치일(8월 29일)을 아는 학생은 손에 꼽을 지경이다. 이제라도 일제강점기의 시작을 우리 학생들부터 바로 알도록 교육하자.

광복절을 잘 아는 만큼 경술국치가 무엇이고 어떻게 나라를 빼앗기게 되었는지 알도록 상세히 교육하자. 그냥 나라를 뺐긴 날이 아니라 일본의 치밀한 전략에 대한제국이 저항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어떻게 일본의 손아귀에 넘어갔는지 역사교육을 해야 한다.
   
경상남도교육청은 경술국치일 관련 공문을 보내 학교 급식 메뉴로 독립군이 먹었던 주먹밥을 내도록 계기자료 공문을 보냈다. 필자의 학교도 경술국치일날 주먹밥이 나온다고 한다. 

진짜 독립군이 먹었던 주먹밥 그대로 나온다면 아이들이 먹을 수 있을까? 아마 먹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주먹밥은 김이 송송 빼꼭히 박혀 있고 깨가 잔뜩 붙은 주먹밥이니까. 하지만 주먹밥을 통해 경술국치일이 어떤 날인지 가슴에 담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경남교육청은 경술국치일 관련 공문을 보내며 학교 급식 메뉴로 독립군이 먹었던 주먹밥을 내도록 계기자료 공문을 보냈다.
 경남교육청은 경술국치일 관련 공문을 보내며 학교 급식 메뉴로 독립군이 먹었던 주먹밥을 내도록 계기자료 공문을 보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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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입니다.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나누며 지식뿐만 아니라 문학적 감수성을 쑥쑥 자라게 물을 뿌려 주고 싶습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또는 따뜻하게 볼 수 있는 학생으로 성장하는데 오늘도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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