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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민기자의 첫 기사였다. 새 시민기자의 첫 기사에는 뉴(NEW)라는 의미의 N자 버튼이 보인다. 어떤 분이, 어떤 글을 썼는지 자못 기대되는 순간이다.

그 분이 쓴 기사는, 출산 이후 모처럼 두 아이를 데리고 긴 휴가를 떠났는데 유럽의 박물관 등 공공기관에서는 좀처럼 수유실을 찾기 힘들었다는 이야기였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도 수유실이 없기는 마찬가지. 사정이 여의치 않아 닫힌(closed) 화장실에서 수유하다 생긴 일에 대해 쓰셨다. 문장도 안정적이고 재미도 있고 공감도 가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기사를 보는 내내 의문이 생겼다.

'정말 수유실이 없을까? 박물관이 너무 넓어서 혹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못 찾은 건 아닐까? 이걸 어떻게 확인하지? 수유실 없다고 기사가 나갔는데 어딘가에서 '수유실 있어요!' 하면 큰일인데...'

시민기자를 못 믿는 건 아니었다. 다만,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 이게 에디터로서 내가 해야하는 일이니까. 짧은 영어 실력으로 루브르박물관 홈페이지를 뒤져봤다. 내가 찾고 싶은 내용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루브르박물관에 정말 수유실이 없을까? 시민기자를 못 믿는 건 아니었다. 다만,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 이게 에디터로서 내가 해야하는 일이니까. 손그림 금경희, 채색 이다은.
 루브르박물관에 정말 수유실이 없을까? 시민기자를 못 믿는 건 아니었다. 다만,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 이게 에디터로서 내가 해야하는 일이니까. 손그림 금경희, 채색 이다은.
ⓒ 금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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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갑자기 든 생각. 루브르박물관이 어떤 곳인가. 비록 나는 못 가 봤지만, 워낙 유명한 관광지니까 내 페친(페이스북 친구) 중에 혹시 가본 사람은 알 수도 있지 않을까? 주저없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실제 프랑스에 사시는 페친도 있어서 혹시나 알려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진짜 수유실이 없나요? (가본 적이 없어서 궁금한 1인, 이 아니고 수유실이 없었다는 기사가 들어왔는데, 진짜인지 확인이 필요한 1인)"

몇몇 분의 댓글이 달렸다. "흠..."이라는 '모른다형'부터 "수유실엔 관심이 없는 1인", "요구하면 (수유실을) 마련해 줄 것 같은 프랑스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는 '희망형'까지 반응은 다양했지만, 정작 수유실 존재 여부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 댓글을 단 한 시민기자가 말했다.

"일단, 박물관에 물어보고 연락드릴게요! ^^"

네? 네네? 네네네? 루브르박물관에 물어본다고요? 전화를 해보시겠다고요? "실화냐?"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오마이뉴스>에 사는이야기와 책동네 기사를 쓰는 이창희 시민기자였다. 거의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렸다.

"일단 통화중이라니, 쫌만 기다려 주시어요~~ ^^"
"계속 통화중이기도 해서, 메일을 보내놓기는 했어요! ^^ 연락 오는 대로 회신 할게요~."
"방금 통화 완료!!!!"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그가 확인해 준 내용은 놀라웠다.

"단호하게 없다는데요? 수유실 없고, 그럼 뭔가 수유를 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없냐고 물었더니 미안하다면서도 단호하고 쌀쌀맞고 당당하게 '없다'고 해요. 역시 프랑스! 그런데 수유실이 없다는 것에, 그다지 문제의식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말투가 엄청 당당했거든요."

깔끔한 미션 완료. "정말로 고맙다"는 말을 연거푸 해야했다. 편집기자도 못하는 걸(영어가 짧아가지고 흑흑) 시민기자가 훌륭하게 서포트해 주셨으니까. 이런 우여곡절 끝에 꼼꼼하게 사실 확인까지 마친 기사라고 쓰고 해당 기사의 링크도 밝히고 싶지만, 이 기사는 독자들을 만나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는 다음 글에서 밝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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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