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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대정부질문을 하루 앞둔 지난 9월 25일 조국 법무부 장관은 <시사IN>과의 인터뷰를 통해 "언제 어디까지일지 모르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검찰개혁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조 장관의 다짐은, 모두가 아는 것처럼 오래가지 못했다.

조 장관이 결국 14일 사의를 표명했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66일, 취임한 지 35일, "한 걸음이라도 더 달리겠다"고 결기 어린 인터뷰를 한 지 19일 만이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입장문을 내며 전격 사퇴했다.

조 장관은 입장문에서 "가족 일로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밝혔다. 검찰수사와 여론의 압박이 사퇴를 결심한 배경 중 하나였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고강도 검찰수사로 검찰개혁에 대한 부담이 점점 가중되고 있던 터였다.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조 장관이 과연 검찰개혁을 제대로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국론 역시 '지지'와 '반대'로 첨예하게 갈렸다. 주말마다 '서초동'과 '광화문'에서는 '조국수호'와 '조국구속'을 외치는 목소리가 요동쳤다. 자신의 거취를 둘러싸고 민심이 크게 분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까지 급락하자 더 이상 장관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국 장관 사퇴, 패스트트랙 수사 향방은?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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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지명 이후 두 달 넘게 이어진, 이른바 '조국대전'은 조 장관의 사퇴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특히 강력한 대여투쟁을 바탕으로 결과적으로 조 장관의 사퇴를 이끌어낸 자유한국당은 이 기세를 내년 총선까지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은 '포스트 조국'의 최우선 현안으로 손꼽히는 패스트트랙 저지에 당력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의 본회의 상정과 통과를 저지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조 장관 사퇴 이후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조국 이후 너무도 많은 일이 남았다. 이제부터가 진짜"라며 "불법 패스트트랙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선거법을 통과시키려는 좌파독재 시나리오에 맞서 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검찰개혁안 처리를 다음 국회로 넘겨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황 대표는 조 장관 사퇴 직후 입장문을 내고 "검찰개혁은 국회에 맡기고 대통령은 손을 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정권의 검찰 장악 시나리오에 다름 아님을 국민이 똑똑히 확인했다"며 "공수처법을 다음 국회로 넘겨야 한다. 현재의 공수처법은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잇따른 대규모집회로 범보수진영이 결집하고 지지율 역시 상승세를 타자 적극적인 대여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줄어들면서 한국당의 행보에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한국당은 조 장관 사퇴의 여세를 몰아 경제·외교·안보 등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국정 아젠다 전반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겠다는 복안이다.

변수는 검찰이 수사 중인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이다. 지난 4월 말 국회에서 발생한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과 관련해 현재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60명에 이른다. 이는 한국당 의석(110석)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남부지검은 9월 말부터 수차례에 걸쳐 소환 통보를 보낸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국정감사 이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계속해서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경찰 수사까지 포함하면 벌써 수개월 동안 관련자 소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에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신속한 수사와 함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 행태와 비교하면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의 경우 검찰이 너무 느슨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 강도 높은 수사 돌입할까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교안 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교안 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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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선진화법 위반은 처벌 규정이 대단히 엄격하다. 국회법 '제166조(국회 회의 방해죄)'에 따르면,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 체포·감금, 협박, 주거침입·퇴거불응, 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러한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 집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제165조를 위반하여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사람을 상해하거나, 폭행으로 상해에 이르게 하거나,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을 폭행 또는 재물을 손괴하거나,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그 밖의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으로부터 고소·고발된 한국당 의원들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처리를 막는 과정에서 국회 의안과 안팎을 봉쇄하고 법안 접수를 가로막는가 하면, 동료의원과 국회직원을 감금하고 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국회 의사일정을 물리적으로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한국당이 국회 집기와 기물을 파손하고 법안을 갈취하는 등 폭력을 행사한 정황은 국회 CCTV 등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공직선거법상 국회 회의 방해죄로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확정되면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 수사에 따라 한국당의 총선 전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될 당시 한국당이 크게 반발했던 것도 그와 무관치 않다. 원칙주의자이자 강골검사로 알려진 윤 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데다,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조국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입각설까지 더해지며 한바탕 사정정국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상황은 정반대로 진행됐다. 환상적 조합이 될 것이라 기대했던 '조국-윤석열' 카드는 한낱 미몽으로 끝이 났다. 윤 총장은 조 장관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청와대 및 여당과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한국당의 우려와는 달리 윤 총장의 칼에 되레 조 장관이 찔린 모양새가 된 것이다. 

문제는 조 장관이 물러난 지금부터다. 현직 법무부 장관을 수사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난 검찰의 수사가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검찰개혁에 대해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고 의심받아온 검찰이 이같은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강도 높은 수사에 돌입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뜨겁게 분출되고 있는 가운데, 조 장관 관련 수사와 패스트트랙 수사의 공정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것도 이같은 추론에 무게를 실어준다.

한국당은 지난 두 달간 조 장관 이슈를 정치공세화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황 대표를 비롯해 많은 당내 인사들이 삭발까지 감행하는 등 강력한 대여투쟁을 진행시켜 왔다. 그 결과 조 장관의 사퇴를 이끌어 냈을 뿐 아니라 보수 결집과 지지율 상승이라는 쏠쏠한 실리까지 챙겼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한국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조국 이슈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패스트트랙 수사라는 거대한 암초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 장관 수사와 관련, 검찰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법대로, 원칙대로'를 외쳐오던 그들의 입에서 그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도 있다. 한국당이 그토록 원했던, 조국 사퇴의 기막힌 역설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와 '국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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