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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펠리페 6세 국왕 내외는 문 대통령 초청으로 이날 국빈 방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펠리페 6세 국왕 내외는 문 대통령 초청으로 이날 국빈 방한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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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펠리세 6세(His Majesty King Felipe VI) 스페인 국왕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와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이 의미있게 교차했다.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가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처럼 평화의 길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고, 펠리세 6세 국왕도 이를 적극 지지하며 "DMZ에서의 적대관계 종식으로 그곳이 진정한 '세계 평화의 상징'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 "펠리세 6세, 경제협력·경제발전에 탁월한 리더십"

먼저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왕세자 시절인 88 서울올림픽 때 방한하고, 31년 만에 다시 한국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라고 환영 인사를 건넸다.

펠리세 6세 국왕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누나인 크리스티나 공주의 요트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그의 모친인 소피아 왕비와 함께 방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국왕님의 포용적 리더십으로 스페인은 왕실 개혁과 국가 통합을 지속하면서 EU(유럽연합)의 핵심 주도국으로서 산업혁신과 첨단과학기술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고 있다"라며 "특히 국왕님이 다보스포럼에 직접 참석하고,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경제 통상 행사를 여는 등 스페인의 국제협력과 경제발전에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준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라고 그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그는 "양국은 함께 협력할 분야가 매우 많다"라며 "스페인은 '산업연결 4.0' 정책을 통해 산업의 디지털화를 추구하고, 한국도 미래차,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헬스 같은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혁신성장의 길을 걷고 있다"라며 "자율주행차, 스마트 시티와 같은 5G 핵심 서비스 분야에서 서로 협력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별히 내년 양국 수교 70주년을 맞아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석하는 스페인의 '산업연결 4.0 컨퍼런스'와 국제관광박람회가 양국의 우호 협력을 더욱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펠리페 6세 국왕은 "이번 방한에 산업통상관광부 장관과 통상차관, 관광차관 등이 함께 왔다"라며 "지금까지 문화·경제 등 다방면에서 최상의 관계를 유지해온 한·스페인 간의 우호와 협력이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격상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펠리세 6세 "한국, 4차산업혁명·정보통신기술에서 리더십 발휘"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제3국 공동 진출, 4차산업혁명과 정보통신기술의 협력, 문화관광산업 발전, 한반도 평화 등을 협의했다.

제3국 공동 진출과 관련, 문 대통령은 "스페인은 중남미와 유럽, 북아프리카로 향하는 관문이며, 한국은 동북아시장의 허브인 만큼 양국의 지정학적 장점을 경제협력에 활용해 윈-윈(win-win)의 결과를 만들어내자"라고 제안했다. 

이에 펠리페 6세 국왕은 "이미 한국과 스페인이 이룬 제3국 공동 진출에 대한 실질적 성과가 많다"라며 "향후 아프리카 등 다양한 나라에서도 한국과 손잡고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화답했다.

그는 "4차산업혁명과 정보통신기술에 있어서 한국의 리더십이 국제사회에서 크게 발휘되고 있는 만큼 5G 적용으로 생겨난 보안 문제 등 각종 도전과제에 대해서도 양국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스페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양국 모두 우수한 ICT 기술력과 관련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시티 같은 5G 기반 핵심서비스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길 희망한다"라고 화답했다.

"비무장지대를 '산티아고 길'처럼 평화의 길로 만들겠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스페인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지지해준 것에 감사인사를 건네면서 "앞으로도 완전한 비핵화,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소통하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유엔 총회에 참석해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화'를 제안한 것을 언급하면서 "비무장지대가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처럼 평화의 길이 되어 세계인이 함께 걷게 되길 기대한다, 국왕님도 이 평화의 여정에 함께해주길 바란다"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펠리페 6세 국왕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대통령의 모든 노력에 경의와 찬사를 보낸다"라며 "여러 어려움들이 따르겠지만 한반도 평화는 이미 세계적 문제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분단을 극복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무장지대를 산티아고 길처럼 평화의 길로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적극 지지한다"라며 "DMZ에서의 적대관계 종식으로 그곳이 진정한 '세계 평화의 상징'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화답했다. 

이날 정상회담에는 알폰소 산스 포르톨레스 왕실 외교고문, 시아나 마르가리다 멘데스 산업통상관광부 통상차관, 하이메 알폰신 알폰소 국왕 시종장, 조셉 보렐 폰테예스 외교·EU협력부 장관, 스페펠리페 6세 국왕, 통역, 마리아 레예스 마로토 이예라 산업통상관광부 장관, 이그나시오 모로 비야시안 주한스페인 대사, 이사벨 마리아 올리베르 사그레라스 산업통상관광부 관광차관, 아나 마리아 살로몬 페레스 외교·EU협력부 북미동유럽아태국장 등이 배석했다.

2020년~2021년 한-스페인 상호방문의 해 지정

또한 두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2020년과 2021년 2년 간 한-스페인 상호방문의 해로 지정하는 등 관광협력을 높이기로 하고 관광분야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여기에는 디지털 마케팅과 문화유산 홍보 분야에서의 협력 증진도 포함돼 있다.

한국과 스페인은 지난 2018년 10월 '연간 쿼터 1000명(18~30세), 체류기간 1년'이 포함된 '워킹 홀리데이 협정'을 발효시킨 데 이어 이날 '상호방문의 해 지정' 등이 담긴 관광협력 분야 양해각서까지 체결함으로 양국의 인적 교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내년 1월에 열리는 스페인 국제관광박람회(FITUR)에 주빈국으로 참석한다. 스페인 국제관광박람회는 베를린 국제관광박람회, 런던 국제관광박람회와 함께 세계 3대 국제관광박람회 중 하나다.

2019년 1월에 열린 스페인 국제관광박람회에는 165개국 1만여 업체가 참여했다. 지난 2016년 주빈국 제도를 도입한 이후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내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석한다. 

이와 함께 권평오 코트라 사장과 시아나 마르가리다 멘데스 베르톨로 산업통상관광부 통상차관 겸 ICEX 청장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스페인 무역투자진흥청(ICEX) 간의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에도 서명했다. 여기에는 무역과 투자 관련 정보 교류·진흥, 스타트업·스마트 시티 등 분야에서의 협력 증진 등이 포함돼 있다.

'스포츠 애호가' 펠리세 6세 국왕은 누구?

펠리세 6세 국왕은 지난 2014년 후안 카를로스 1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다. 지난 2014년 9월 유엔 총회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회담하기도 했다. 

그는 스페인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자치대학과 미국 조지타운대 에드먼스월시스쿨에서 각각 법학(학사)과 국제관계학(석사)을 전공했다. 스쿼시, 스키, 요트 등을 좋아하며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요트 국가대표로 출전해 6위를 기록했다.

지난 1986년 1월 선서를 통해 왕위 후계자로 공식 인정받았고, 1995년부터 왕세자로서 공식 활동에 나섰다. 왕세자 시절 과학·문화·인문학적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지난 1980년에 설립된 Príncipe de Asturias 재단, 2009년 설립된 Príncipe de Girona 재단, 취약계층 청년들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2010년에 설립된 Hesperia 재단에서 명예회장을 지냈다.

지난 2009년 7월 스페인 육·해·공군 중령으로 진급했고, 2014년 6월 국왕에 즉위했다. 그보다 앞서 2004년 5월 레티시아 왕비와 결혼해 두 명의 딸(레오노르와 소피아 공주)을 두고 있다.

태그:#한-스페인 정상회담, #펠리세 6세, #문재인, #비무장지대, #산티아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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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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