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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가 쓰고 있던 안전모
 한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가 쓰고 있던 안전모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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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1일 <경향신문>은 1면을 2018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일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 중 ▲ 떨어짐 ▲ 끼임 ▲ 깔림 ▲ 무너짐 ▲ 물체에 맞음 등의 사고를 당한 1200명의 이름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마치 그들의 위패를 나란히 세워놓은 듯 보였습니다.

<경향신문>은 그렇게 같은 유형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그만큼이나 된다는 것을 알리는 일이 1면 하단의 값비싼 광고 수익을 포기해도 좋을 만큼 사회적으로 더 가치있는 일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동시에 웹사이트를 통해 그 1년 9개월간 죽은 노동자 1692명 모두의 기록을 하나하나 볼 수 있게 공개했습니다. 

그동안 언론은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 중 약 30% 정도만 보도했습니다. 노동건강연대가 2018년 중대재해 사망사고 835건에 대한 보도를 일일이 찾아본 결과 언론에 보도된 건 235건(30.3%)에 불과했습니다.

사실 언론도 그동안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정보를 잘 몰랐을 겁니다. 중대재해 사망사고에 대한 재해조사 의무가 있는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재해원인을 다 조사해 놓고 서류함 속에 봉인해 놓기 때문입니다. 그럼으로써 알려지지 않은 죽음이 유령처럼 떠돌다가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를 같은 방식으로 죽입니다. 그렇게 죽음이 반복돼 1년 9개월간 1692명이 사망했습니다. 한 달에 81명 꼴로, 매일 2~3명씩 죽어간 겁니다. 질병까지 합치면 매일 5~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노동건강연대는 이 죽음을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고 부릅니다. 기존의 산업재해라는 말은 익숙하게 많은 것을 가립니다. 특히, 그것이 왜 어떻게 발생했는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 죽음들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그 원인을 파악하여 사고를 예방할 의무는 그 위험한 환경을 만든 기업에 있습니다. 이 의무를 잘 다듬어 놓은 법률이 '산업안전보건법'입니다. 1981년에 만들어진 이 법을, 우리는 1년 전 2018년 12월, 태안화력의 김용균 노동자 사망 이후, 이제서야 사회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추락사처럼 공통의 경향성을 보이는 죽음에 대해 사회도 예방 의무를 집니다. 오늘도, 내일도, 내년에도 어느 누군가는 같은 이유로 죽을지 모릅니다. 사회적 예방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는 죽음의 원인을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대책을 토론해야 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노동자의 죽음을 집계하고 있는 정부가 사고 원인들을 공개하고 분석을 위한 자료를 제공해야 합니다.

노동건강연대는 매달, 최소한 언론에 보도된 노동자 죽음만이라도 모두 집계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하지 않고 있는 노동자 사망의 현황판을 만들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2019년 11월, 언론에는 총 47명의 노동자 죽음이 보도되었습니다.
   
 2019년 11월에 언론이 보도한 노동자 사망 사건을 유형별로 분류하였습니다.
 2019년 11월에 언론이 보도한 노동자 사망 사건을 유형별로 분류하였습니다.
ⓒ 노동건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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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별로 살폈을 때 '추락'이 가장 많았습니다. <경향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거의 하루에 한 명 꼴로 노동자가 떨어져 죽었습니다. 이번 달에는 노동자 14명이 일터에서 추락사했다고 보도됐습니다. 그중 절반인 7명이 건설 현장에서 사망했습니다. 인터넷 설치를 위해 통신선을 끌어오다가 떨어져 목숨을 잃은 노동자도 2명이었습니다.

추락, 깔림, 끼임, 무너짐, 물체에 맞음 이라는 5대 유형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25명입니다. 절반이 넘는 53%입니다. 

그 외에 '사업장 외 교통사고'로 인한 6명의 죽음이 보도됐고, 그중 4명이 화물차 운전 노동자였습니다. 선박 사고로 인해 6명이 바다에 빠져 사망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현재 14명이 실종상태입니다. 실종자 중 6명은 이주노동자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2019년 11월에 언론이 보도한 노동자 사망 사건을 업종별로 분류해보았습니다.
 2019년 11월에 언론이 보도한 노동자 사망 사건을 업종별로 분류해보았습니다.
ⓒ 노동건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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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 살폈을 때 건설업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건설업은 매년 가장 많은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업종입니다.

건설 및 토목 현장 13군데에서 1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그중 7명이 추락사였습니다. 그 외에 3.5t짜리 철판에, 승강기에 깔려서 죽은 노동자가 2명, 승강기 수리를 하다 승강기와 벽 사이에 끼어 목숨을 잃은 사람이 1명, 철제 H빔이 떨어져 맞아 죽은 사람이 1명, 옹벽이 무너져 깔려 사망한 사람이 2명, 도로 포장 공사 현장에서 신호수를 하다 교통사고로 죽은 노동자가 1명이었습니다. 

제조업, 통신업, 공공부문에서는 모두 1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역시 높은 곳에서 작업하다 떨어져 죽은 사람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기계에 끼인 노동자가 2명, 중장비에 깔린 노동자가 1명, 냉매가스에 질식한 노동자가 1명,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한 노동자가 2명, 폭발 사고로 희생된 이가 2명, 작업장 내에서 덤프트럭에 치인 노동자가 1명, 한달 내내 쉬지 않고 일하다가 과로사한 노동자가 1명 있었습니다. 
 
 2019년 11월에 언론이 보도한 노동자 사망 사건을 재해 노동자 지위별로 분류해 보았습니다.
 2019년 11월에 언론이 보도한 노동자 사망 사건을 재해 노동자 지위별로 분류해 보았습니다.
ⓒ 노동건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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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를 통해서는 죽은 노동자가 원청 정규직이었는지 비정규직이었는지, 하청업체 소속이었는지 일용직이었는지를 전혀 알 수 없는 이들이 19명이었습니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특별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하청노동자 1명이 늘어날 때마다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0.75건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재해 노동자의 고용형태는 해당 노동자가 피부로 느끼게 되는 위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언론 보도는 이를 전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지위를 알 수 없는 노동자 19명 중 10명이 건설 현장에서 죽었습니다. 건설현장은 다단계 하도급을 통한 노동력 활용이 일상적이기 때문에 이들 대부분이 하청업체 소속 혹은 일용직 노동자가 아닐까 추정해볼 수는 있습니다. 

이달에 발생한 주목할 만한 사고성 사건을 좀더 살펴보겠습니다.

인터넷 설치 노동자의 반복되는 추락사

2019년 11월에는 인터넷을 설치하던 노동자 두 명이 떨어져 사망했습니다. 둘 모두 하청노동자였습니다. 2019년 11월 7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의 건물 외벽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은 KT 하청노동자 오아무개씨, 지난 7월 6일 부산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통신선을 끌어오다가 떨어진 후 5개월간 의식불명상태로 병원에 누워있다 11월 15일 숨을 거둔 LG U+ 하청노동자 김아무개씨가 그들입니다. 

통신 설치 업무를 수행하는 하청노동자가 추락사하는 일은 아주 빈번합니다. 지난해에만 KT에서 노동자 3명이 추락사했고, 2017년에는 통신선을 설치하던 노동자가 감전되어 죽기도 했습니다. 

LG U+에서는 김아무개씨가 죽은 이후 웬만한 차에는 실리지도 않는 거대한 사다리를 하청 업체에 지급하는 것으로 사고 예방 책임을 다했다고 합니다. 마치 지난해 7월 KT 자회사 설치 노동자가 사망한 뒤 직원들에게 안전모를 지급하고 하루에 2번씩 안전모 착용 모습을 사진 찍어 팀장에게 보고하라 했던 KT의 예방대책이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통신 중계기가 옥상이나 전신주 위가 아니라 지상에 있었더라면, 혹은 실적에 따라 급여를 받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아니라 위험 작업에 대한 작업중지권을 당당히 행사할 수 있는 원청 정규직 노동자였다면 이들은 죽지 않았을 겁니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죽음이었던 겁니다.

2019년 11월 '노동자의 죽음'

11월 1일
- 서울 성북구에서 폐기물 상차 작업 중이던 트럭이 경사진 도로를 내려오다가 제때 멈춰서지 못한 채 방향을 틀다가 빌라 담벼락을 들이받고 전복, 운전자 사망.

- 전남 광양항 SM터미널에서 야드트럭을 운전하던 노동자가 선박의 해치커버와 추돌하여 사망.

- 경기도 안성시에서 신축건물공사 철거 작업 중 추락하여 사망.

11월 3일
- 대구 달성군의 ○제지공장에서 입사 한 달 만에 제지 롤에 끼어 사망. 안전교육 없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짐.

- 전북 고창의 한 양파농장에 일을 하러 가던 중 미니버스가 도로 옆 논으로 떨어져 전복되어 탑승하고 있던 양파 파종 노동자 중 1명 사망, 11명 부상.

11월 4일
- 충주시에 위치한 한 레미콘 공장에서 레미콘 폐슬러지 원통형 탱크 위에서 시설 내부 청소 중 원인미상의 이유로 지면으로 추락(약 6~7m)하여 사망.

11월 5일
- 충북 영동군 영동읍 오탄리 한 교량 보강공사 현장에서 철제 H빔이 7m 아래로 떨어져 그 아래에서 미니굴삭기로 작업하고 있던 노동자가 맞아 사망.

- 과천시 중앙동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K씨가 22층에서 내부 유리창 공정작업을 벌이던 중 추락해 현장에서 사망.

- 부산 사상구의 한 아스콘 공장에서 도로 먼지제거작업을 하던 노동자,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

11월 6일
- 충남 공주시 사곡면 야산에서 굴착기 작업 중 굴착기가 산비탈로 추락하여 굴착기 운전자 사망.

11월 7일
- 영월군 채석장에서 화약작업 후 석재를 적재하기 위해 후진하다 지반이 무너져 덤프트럭 전복되어 화물 노동자 사망.

-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소재 건물에서 통신 개통을 위해 건물 외벽에서 사다리를 이용해 작업을 하던 오아무개(49)씨가 약 3.5m 높이에서 바닥으로 추락, 병원 후송 이후 이튿날(8일) 사망.

- 양재동에 위치한 냉난방 설비업체에서 에어컨 냉매 정제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쓰러진 채 발견, 질식으로 추정.

11월 8일
-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호법분기점 인근에서 견인중이던 12t 화물차를 1.2t 화물차가 들이받아 1.2t 화물차 운전자 사망.

-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고등학교 건설 현장에서 6m x 2.5m의 3.5t짜리 철판에 화물차 기사가 깔려 사망.

11월 9일
- 제주 한경면 차귀도 남서쪽 약 87㎞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안강망 어선 A호(153톤)에서 그물을 걷어 올리던 중 회전하는 기계에 몸이 끼어 사망.

11월 11일
- 인천 서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철골 구조물을 잇는 작업을 하던 노동자 9m 높이에서 추락하여 사망.

- 군포 쓰레기소각장 내 촉매 반응탑에서 유독물질 여과기를 교체 작업하던 중 15m 아래로 추락, 병원 후송후 사망.

- 코레일 화순시설사업소 소속 노동자, 인사발령에 대한 문제제기 이후 사측의 지시로 인한 직장 내 괴롭힘이 이어짐. 이로 인해 자살.

11월 12일
- 시흥시 과림동 한 제조업 공장에서 6m높이 비계 위에서 작업중 철근이 발판을 강타하여 용접공 추락사.

11월 13일
- 국방과학연구소(ADD) 9동 젤 추진제 연료 실험실에서 로켓 추진제 연료(니트로메탄)를 다루며 작업하던 중 폭발, 1명 사망 6명 부상.

- 부산 영도구 대선조선 부두에 정박 중인 선박의 폐유 보관탱크 안에 B씨(62)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A씨(30대)가 구조하러 안으로 들어갔다가 유독가스에 질식해 A씨 사망, B씨 중태.

11월 14일
- 전남 장흥군 인근 국도 아스콘 포장 공사 현장에서 신호수를 하던 노동자가 차에 치여 사망.

11월 15일
- 전남 목포 한 아파트에서 승강기 점검을 하던 중 승강기에 깔려 사망. 2인1조 작업이 지켜지지 않음.

- 7월 6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인터넷 개통작업 중 외부 케이블을 집안으로 끌어오다가 6m 높이에서 떨어짐. 뇌출혈로 여러번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불명으로 4개월 넘게 누워있다가 이날 사망.

11월 16일
- 경북 칠곡의 한 패널 생산 공장에서 스티로폼 파쇄기에 끼어 사망. 목격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짐.

- 강원도 평창군의 한 공장에서 페이로더가 움직여 바퀴에 깔려 사망.

11월 17일
- 부천시 중동의 한 병원 확장공사 중 옹벽에 깔려 2명 사망. 작업계획서도 없이 철거작업중 사고 발생. 전면작업중지.

- 충남 보령시 대천항에서 어획물 하역작업을 하던 25t 크레인차량이 넘어지면서 깔려 사망. 크레인 운전자 이동식 크레인 자격증 없고 교육도 받지 않은 채로 운전한 것으로 알려짐.

11월 18일
- 고양시 덕양구의 원흥동 아파트 지하 1층 승강로에서 정비작업(보호필름 제거 작업)을 하던 중 승강기가 갑자기 내려와 벽체와 승강기 사이에 끼어 사망.

11월 19일
- 제주 차귀도 앞 해상에서 어선에 화재가 발생해 침몰. 승선원 12명 중 1명 발견되어 현재 1명 사망, 11명 실종 상태. 실종자 중 6명이 이주노동자라 알려짐.

- 충남 보령시의 한 채석장에 있는 직원용 숙소 컨테이너에 불이 나 노동자 1명 사망.

11월 21일
- 강원도 평창군 야산에 설치된 한전 고압선 철탑에서 작업중 추락하여 사망.

11월 25일
- 군산 앞바다 김양식장 부근에서 선장1명 선원4명(한국인 2명 러시아인 2명)이 타고 있던 어선이 전복되어 선원 1명 사망, 2명 구조, 2명 실종.

- 제주 마라도 인근 해상에서 14명의 선원이 승선해 조업중이던 어선이 침수되어 해경이 구조하였으나 그중 3명 사망, 1명 실종.

- 파주시 법원읍 무건리 훈련장에서 육군의 모 공병부대가 폭파 시연 훈련을 마친 뒤 훈련장을 정리하던 중 갑자기 폭발 사고가 일어나 장교1명 사망 병1명 부상.

11월 27일
- 제주시 제주항 인근 해상에서 조업중이던 선원이 양망기(그물을 끌어올리는 기계)에 걸려 해상에 추락, 이후 구조되었으나 끝내 사망.

- 부산 기장군 한 아파트에서 로프를 타고 외벽 보수공사중이던 노동자가 추락하여 사망.

11월 29일
- 부산에 위치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숙소에서 승부조작 등 부정한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말탈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유서를 남기고 기수가 자살.

11월 30일
- 강원 영월군의 한 석회석 광산에서 A(68)씨가 20m 아래로 추락하여 사망.

- 충남 홍성군의 한 돼지 축사 신축 공사 현장에서 6m 높이에서 비계 설치를 하다 추락하여 사망.

- 한국GM부평공장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 구토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병원에 후송되었으나 사망. 부검 결과 심근경색으로 밝혀졌고, 사망 노동자는 11월 초에 두 번만 쉬고 매일 연장근로를 하였다고 알려짐. 또한 GM 부평공장이 1개월 일하고 1개월은 무급 휴직하는 순환 휴직 중이었기에, 사망 노동자는 지난달에는 택배 배달을 하고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등 신체에 부담이 가는 작업을 쉬지 않고 해왔다고 알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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