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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0월 말, 포항의 한 카페에서 플라스틱 포장 없는 '굿바이 플라스틱 장터'가 열렸다.

'플라스틱 프리(Plastic-free)', ' 제로웨이스트(ZeroWais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도권 밖에서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이 생기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장터를 기획하고 진행한 이들은 포항에서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하는 '쓰맘쓰맘(쓰레기에 맘 뺏긴 쓰레기 구출 맘)'이다. 신용카드에 붙이는 일회용품 거절하기 스티커, 손수건을 넣어 쓰는 물티슈 등 쓰맘쓰맘 회원들이 고안해 낸 깨알 같은 아이디어와 팁은 이미 포항시에서 화제였다.

일과 살림, 육아로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는 엄마들이 쉽고 편리한 일회용품을 거부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이들은 쓰레기 문제에 마음을 뺏겼을까 궁금해졌다. 장터를 성황리에 마치고 한숨 돌리고 있을 쓰맘쓰맘에 이메일 인터뷰를 요청했다.

맘 카페에서 만난 엄마들, 쓰레기 문제에 눈 돌리다 
 
 칠포 해변 쓰레기줍기
 칠포 해변 쓰레기줍기
ⓒ 쓰맘쓰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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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맘쓰맘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저희는 포항 맘 카페에서 활동하다가 만난 사이에요. 2018년 1월 중국의 폐기물 수입 규제로 인한 '쓰레기 대란'에 이어 2019년 초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던 '한국산 쓰레기'가 반송돼 오는 사태를 보면서,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뭐든지 창작소'라는 업사이클링 모임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업사이클링보다는 쓰레기를 줄일 캠페인을 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했어요. 쓰레기에 맘 뺏긴 쓰레기 구출맘을 줄여서 '쓰맘쓰맘'이라는 이름을 지었네요." 

- 모임은 어떻게 하고 진행되나요? 
"
처음 만남을 가진 건 2019년 3월이에요. 총 활동 멤버는 11명인데 워킹맘을 제외한 7명 정도가 정기적으로 모이고 있어요. 매주 목요일에 아이들 등원시키고 만나요. 영유아가 대부분이라 아이들이 갑자기 아프면 빠지지만 언제라도 참석 가능하도록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어요."
  
- 쓰맘쓰맘에서 첫 번째로 한 활동은 뭔가요? 
"
신학기가 시작된 때였어요. 마침 한겨레 베이비트리에서 안 쓰는 책가방을 지구촌 아이들에게 보내주는 '반갑다 친구야' 캠페인을 하더라고요. 저희도 포항맘 카페에 '가방모으기 캠페인' 글을 올렸어요. 두 차례에 걸쳐 총 10박스를 보냈어요. 새것 같은 가방이 매년 엄청나게 버려진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고, 재활용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지구촌 친구들에게 가방을 나눔 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가방을 한두 해만 쓰고 버린다고 생각하니 교복 물려주기처럼 가방 물려주기도 꼭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반갑다 친구야' 캠페인으로 모은 헌 책가방
 "반갑다 친구야" 캠페인으로 모은 헌 책가방
ⓒ 쓰맘쓰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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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감 교환 장터
 장난감 교환 장터
ⓒ 쓰맘쓰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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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운 바다에서 해변 쓰레기 줍기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쓰맘쓰맘이 꾸준히 하는 활동 중 하나예요. 지난 2019년 5월부터 회원들이랑 일반 시민들이랑 주로 칠포해수욕장, 신항만 해변 등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어요. 갈 때마다 너무 많은 쓰레기가 있어요. 큰 너울파도가 오거나, 태풍이 다녀간 후에는 바닷속 쓰레기가 해변으로 몰려오는데 다 줍지 못할 정도로 양이 어마어마해요. 주말 지나고 평일에 가보면 어김없이 나들이객이 버린 쓰레기가 넘쳐나고요. 

해변쓰레기 줍기를 하면서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할까,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바닷속에 있을까 상상해 보기도 해요. 누가 언제 어떻게 버린 쓰레기이길래 바다에서 이렇게 떠돌고 있는지, 내가 버린 건 아닌지 등을 생각하면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어요. 플라스틱을 먹고 죽어가는 동물들, 오랜 세월 동안 이렇게 몰려온 쓰레기를 치우셨을 지역 주민분들, 해류를 타고 오는 쓰레기에 속수무책인 섬나라 주민들 다 연결되어 있겠죠. 

우리가 해변 쓰레기를 줍는 정도로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그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어요."

제로웨이스트, 너무 대단한 일이라 못하신다고요? 

- 신용카드에 붙이는 '빨대는 빼주세요', '비닐포장은 필요없습니다' 스티커라든지, 선물세트 보자기에 자수를 놓아서 재활용한다든지 실용적이고 반짝반짝한 아이디어가 많은 것 같아요.
"저희가 워낙 보자기를 좋아해요. 명절 선물세트 대부분이 과대 포장이잖아요.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과대 포장 없이 아름답게 전할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마침 프랑스 자수를 잘하는 멤버가 있어서 보자기에 프랑스 자수를 놓아보기로 했어요. 멤버 포함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임 방에 앉아서 텀블러에 커피를 마시며 프랑스 자수를 놓고 '쓰레기 없는 삶' 에 관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눴어요.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에요." 

- 아이들 장난감을 교환하는 장터에 이어 최근에는 '굿바이 플라스틱 장터'를 진행했는데 어떤 취지로 기획한 건가요? 
"보통 장터라고 하면 물건을 파는 곳으로 생각하는데 저희는 물건을 팔기보다는 '우리의 활동을 알리고자'하는 캠페인의 의도가 더 컸어요. 물론 물건도 팔지만 '플라스틱 없이 무언가를 사는 경험'을 여러 사람에게 건네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달까요. 저희가 물건을 사기 위해 장바구니에 밀폐용기, 텀블러 등을 들고 다니면 '대단하다' '멋지다'라는 반응이 많아요. 그런데 그 말 뒤에 '너무 대단해서 난 못해'라는 마음이 엿보이더라고요.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조삼모사'처럼 가기 전에는 준비하느라 약간 불편할 수 있지만 갔다 온 뒤에는 오히려 냉장고 정리라든지, 쓰레기 분류·처리 등을 생각하면 훨씬 부담이 덜하다는 것을 느껴요. 거기다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으니 좋은 선택이지요. 너무 대단해서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별로 어렵지 않다는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 힘든 점은 없었나요? 사람들 반응도 궁금해요. 
"자체 선정 기준이 까다롭다 보니 (웃음) 셀러를 모집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어렵게 준비한 장터에 사람들이 많이 안 올까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이 장터에 와 주셨어요. 다른 지역에서 온 분도 계셨고 초등학생들이 단체 방문을 오기도 했어요. 어린이들이 후기를 많이 보내줬는데 그 내용이 감동적이었어요.

'먹거리는 포장 없이 구매하기 어렵다'라는 고정관념을 깨주기 위해 준비된 용기가 없으면 사갈 수 없는 두부, 스콘이랑 흙 묻은 당근, 감자, 고구마 같은 걸 준비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용기를 가져오셔서 준비된 물건이 순식간에 매진됐어요. 담아갈 통을 준비해야 하는 세제도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좋았어요. 또 다회용 빨대나, 수세미 열매 같은 대안용품을 신기해 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굿바이 플라스틱 장터
 굿바이 플라스틱 장터
ⓒ 쓰맘쓰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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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바이 플라스틱 장터
 굿바이 플라스틱 장터
ⓒ 쓰맘쓰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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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맞대니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보였다 

- 쓰맘쓰맘 활동을 하면서 회원님들이 달라진 점은 뭐가 있나요?
"기본적으로 쓰맘쓰맘은 환경에 대한 민감성이 있는 분들이 모였다고 볼 수 있어요. 회원 한 분은 아이가 어린데 천기저귀 사용, 물티슈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제가 봐도 정말 대단해요. 가끔은 내가 저 시절 지나고 나서 제로웨이스트를 알게 되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을 할 정도니까요. (웃음)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또 어떻게 이 상황을 바꾸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생각하지 못했어요. 여럿이 모여서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게 된 거죠.

개인적 차원에서는 장바구니를 이용하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모임을 하고 나니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보이더라고요. 해변 정화 활동이나 장터를 여는 것 등은 함께 할 때 가능한 것들이잖아요. 그럴 때마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하는 것보다 좀 더 의미 있는 일들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껴요. 그것이 다시 저희에게 더 좋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자극이 되는 것 같거든요."

- 플라스틱 프리, 제로웨이스트를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아요. 쓰맘같은 변화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쓰맘쓰맘 회원들도 문제의식-실천-고민-관찰-되돌아보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변해 왔고 또 지금도 그런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도 모른 척 해 왔던 쓰레기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되면, 아주 조금씩 변화의 물결이 생겨날 거라고 봐요. 

쉬운 것부터 실천해 보기를 제안해요. 외출할 때 휴대폰이랑 지갑을 챙기는 것처럼 텀블러, 손수건, 장보기용 주머니 등을 챙겨 다녔으면 해요. 기저귀 가방에 아이들 물병, 기저귀, 물티슈, 손수건 이런 것을 늘 챙겨 다니잖아요. 아이들 용품 챙길 때 어른들 것도 좀 챙겨 보면 어떨까요?"

- 포항이라는 지역에서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역적 특성이 활동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을까요? 
"다른 문화들처럼 제로웨이스트 활동도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어요. 더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생각을 나누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반면 포항 사람들이 조금 더 여유가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대도시 사람들은 훨씬 더 바쁘게 사는 것 같고, 길거리에 넘쳐나는 일회용 컵 사진이나 초대형 마트에서 사재기 쇼핑하는 모습을 보면 '포항은 저 정도는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쇼핑몰이나 초대형 마트들이 없는 게 우리에게는 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대도시는 1인 거주자도 많으니 소포장, 배달문제도 더 심각하겠죠. 

포항은 바다를 접하고 있어 사람들이 바다를 가깝게 느껴요. 그 바다가 쓰레기로 넘쳐나고, 생물 다양성,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고, 미세플라스틱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이야기하면 훨씬 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아요. 

참고로 저희는 포항 지역 내 행사에 대해 제안하는 활동도 하고 있어요. 포항 지역에서 굉장히 많은 축제 행사가 열리는데 그때마다 먹거리 부스에서 사용하는 일회용품 쓰레기가 엄청나요. 포항문화재단 축제준비위원회에 메일을 보내서 '먹거리 부스에서 일회용품 사용 자제 권고하기, 다회용기 사용 홍보하기, 다회용기 사용자 할인 등의 혜택 제공하기' 등을 요구해서 긍정적인 답변을 받기도 했어요."

가정을 바꾸는 엄마가 사회도 바꾼다 
 

- 쓰맘쓰맘의 새해 포부, 향후 활동 계획이 궁금해요. 
"저희 멤버들은 다 엄마이기 때문에 저희는 늘 아이들을 가장 염두에 두고 있어요.  환경 문제는 지금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우리 다음 세대에게 조금이라도 덜 피해를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앞으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열 계획을 조금씩 세우고 있고요.

가족들의 삶을 돌보는 역할로서 여전히 아빠보다 엄마의 비중이 더 높다는 것은 슬프지만 엄마가 살림하면서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많고, 엄마의 변화는 가족의 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에 우리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장 볼 때 불필요한 쓰레기가 많이 들어오는데 그것을 모두 빼고 장을 볼 수 있다는 점, 집안의 플라스틱 용품을 최대한 바꿀 수 있고 그것을 보고 듣는 아이들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 등 엄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 많이 있어요.

우리가 어떤 활동을 했을 때 가장 좋은 결과가 있을까 하는 게 저희 고민이에요. 결국 우리가 바라는 건 '더불어 사는 사회'가 아닐까 해요. 나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하기를 바라고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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