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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는 공포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으며 생명의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교육적인 관점에서 볼 때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든다.

첫째, 한국이 사이비 종교가 번성하기 좋은 곳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단, 여기서 신천지 교회가 사이비 종교라고 단정하지는 않으려 한다. 다만 신천지 교회가 종교를 아는 일반 시민들에 의해 이단으로 불려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만을 팩트로 인정하기로 한다.

미국의 매체 <포린폴리시>는 한국의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분석기사에서 이 병의 확산 원인으로 '사이비 종교 신천지'와 '수구 정치세력' 두 가지를 꼽고 있다. 

뉴욕타임지는 "한국은 오랫동안 사이비 종교가 생길 수 있는 비옥한 환경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3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한국인들은 충격 속에서 세월호 선박회사가 구원파로 알려진 사이비 종교 리더(유병언)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추정컨대 사이비 종교가 세력을 확장하는 이유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가 취약한 것, 다시 말해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개념적인 인식과 실천이 미약한 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개인들이 사회경제적으로 자신의 능력에 의해 성취할 기회가 봉쇄될수록 사이비 교설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마디로 정신적으로 공허하고 사회적 불안이 장기화될 때다.

이에 더해 정치인들이 사이비 종교단체와 모종의 긴밀한 관계를 맺거나 혹은 방관하면서 그 단체는 더욱 깊이 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것으로 보여진다.

둘째, 젊고 총명한 대학생들 상당수가 신천지 교회에 빠져드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제복을 입고 일사불란하게 이 단체의 행사에 참여하고 복종하는 모습을 접하면서 우리는 무언가 상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첫째의 의문과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개념적으로 학생 때 철학, 역사, 문학, 수학을 탐구하면서 자신의 관점에서 가치판단의 훈련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이들 스스로 세상을 보는 나름의 사고의 창을 갖지 않았기에 공허하다. 다음으로 직업적으로 청년실업이 장기화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대학생들이 직업적으로 전망이 불투명하여 목표의식이 미약해진 환경에서 신천지 교회는 새로운 길이며 세로운 세상을 펼쳐 줬다고 하지 않는가? 누구나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기 마련인데 현실에서는 그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현실 너머에서 찾겠다는 말에 쉽게 미혹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사전에 개념적 사유능력으로서 '인문학적 소양'과 '직업전망' 이 두 가지를 보장하는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정부다. 이탈리아의 젊은 인재들이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독일로 가는 것,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경제난과 취업난에 직면한 나라의 젊은이들이 미국으로의 취업을 원하는 이면에 정부의 역량부족도 문제의 하나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이런 현실에서 교육은 사이비 종교의 번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교육에서 사이비 종교와 같은 사회적 주요문제에 대해 적정선에서 다루지 않는다면 기성인들의 오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그간 우리의 중등교육은 입시교육만 있고 소양(교양)교육은 없었다. 진정한 배움이 없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진실과 거짓의 구분도 어려워진다.

중국의 위진남북조 시대 학자 안지추는 "사람이 배우지 않으면 마치 한 점 불빛도 없는 어둠 속을 헤매는 것과 같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런 맥락에서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감각도 배우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길러질 수 없기 때문에 정의와 부정의의 기준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우리가 얼마나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감각을 지니고 있는가는 한국인들의 부패인식지수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도 있다. 2월 5일자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2019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역대 최고 점수인 59점(100점 만점)을 받아 총 180개국 가운데 39위를 차지했다. 2017년 51위, 2018년 45위를 차지하는 등 순위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는 나라별 공공·정치분야의 부패 정도에 대한 인식을 수치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청렴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물론 부패의 내용은 뇌물수수, 인사청탁과 같은 것이 주요 부분을 이룰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는 대개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취약한 인식능력을 보인다. 전반적으로 이런 환경에서 사이비 종교도 번성하기 쉽다. 각종 끈끈한 부패와 부정의 연결고리가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환멸감을 느끼게 하면서 현실도피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안도 '사유능력'과 '직업전망'이 좀 더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개념적 사고, 인문학적 소양으로서의 사유능력은 마치 면역주사가 질병을 예방하듯이 학생들로 하여금 사이비 교설에 현혹되지 않도록 면역능력을 높여 줄 것이다.

우리가 죽음의 공포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만드는 코로나19와 반사회적 실체가 강하게 의심되는 사이비 종교의 모습이 드러난 지금만큼 합리적 사유를 위한 철학교육을 전면 강화할 기회가 또 있을까?

1800년대 후반기를 살았던 독일 철학자 니체는 헤겔 철학에 반대하면서 양적으로 공교육이 확대되는 가운데 공무원 되는 것이 학업성취의 성공이라고 여겨지는 현실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다. 이때 그가 모델로 삼았던 것이 그리스·로마 문화였다. 이에 따라 그리스·로마의 고전의 향기에 젖고 이를 사회에서 응용할 것을 강조했다. 니체는 1872년 2월 27일 교육문제 강연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대 국가(그리스·로마)는 문화와 교육이 국가에 직접적으로 유용한 인재를 키우는 공리주의적 관점을 결단코 배척했다. 이 때문에 사려 깊은 고대 그리스인들은 국가에 대해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만큼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공리주의적 관점을 버릴 때 국가와 사회를 더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공무원이 되기 위해 줄을 서 있거나 많은 젊은이가 비정규직 혹은 실업 상태다. 고전 한 권 제대로 독파하지 못한 채 시험 서적이 책의 전부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독서에 익숙해질 수 없으며 익숙해져도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그치는 베스트셀러 소설이 최고로 여겨질 따름이다.

개념적 사유가 빈곤하면 영혼이 빈곤하게 된다. 사이비 종교는 이런 빈곤한 영혼을 파고 들기 마련이다. 니체가 언급했듯이 고전읽기는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국가와 사회를 깊이 이해하고 음미하며 사랑하는 문화인을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의 고전읽기와 논리적으로 일관된 평가방식은 논술이다. 이미 유럽의 학교에서 시험은 곧 논서술형이다. 이에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잠시 언급했듯이 수능을 전면 논술로 치르는 방안을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인문학 고전교육의 상징인 철학과목을 개설하고 이에 세계사가 포함된 역사, 문학고전을 전면적으로 읽힐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정의와 공정성의 감각을 키워내는 데 있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사회의 주요 문제를 교실 수업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현재 18세 선거권 확대가 법적으로 보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선거교육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는 제도권이 학생들의 올바른 가치관과 사회현상에 대한 판단력의 발달을 제약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간 전교조가 계기교육 형태로 주요 쟁점이 되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곤 했으나 힘겨웠다. 지금은 전교조가 비합법 상태이기 때문에 민감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민주시민교육뿐만 아니라 남북통일 관련 이념교육, 성교육 등이 더 어려워졌다.

따라서 정통 종교와 사이비 종교의 차이, 철학 및 과학과 종교, 창조론과 진화론 등을 원활하게 토론주제로 다루되 교사의 선입견과 판단을 유보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 방식이 독일이 그 수업원리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보이텔스바흐협약'이 아닌가? 우리가 위기에서 배우지 않으면 그 위기는 또 재현될 수 있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을 작성한 기자는 인천교육청 학생생활 관련 자문위원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위 글은 프레시안에도 송고하였음을 밝혀둡니다.


태그:#코로나19, #신천지 교회, #정의와 공정성, #고전읽기, #사회문제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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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에 교육평론 45편 정도 기고했으며, 현재 인천교육청 공립 대안교육 자문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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