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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번지는 와중에 부동산과 관련해 의미 있는 기사가 나왔다. 강남구 아파트 전세가격이 작년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 동안 서울 평균 상승률의 2배 이상 올랐다는 기사다. 

11일 부동산정보 서비스 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770만 원 수준이던 강남구 아파트의 3.3m²당 평균 전세가격은 지난달 3028만 원으로 8개월간 9.3% 올랐는데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평균 상승률(4.3%)의 2배가 넘는 규모라고 한다.

특기할 건 강남구에 이어 송파구(6.2%)와 양천구(5.9%), 서초구(5.8%), 광진구(5.2%) 등의 상승률도 높았다는 사실이다.

눈여겨 볼 기사가 더 있다. 반포 및 개포에서 반전세 아파트 계약이 전세계약을 앞지른 단지들이 나왔다는 기사가 그것이다.

반포나 개포에 위치한 초고가 아파트 단지들에서 반전세 계약이 전세 계약을 앞지른 사례들이 발견됐을 뿐 아니라 서울시 전체의 임대차 거래 유형을 봐도 반전세 거래 비중이 작년 10% 안팎을 유지하다가 12월 14.07%, 1월 11.63%, 2월 12.87%로 뛰었다. 반면 75~80% 선을 오가던 순전세 비중은 70% 안팎까지 떨어졌다 한다.

강남권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반전세 비중도 동반 상승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강남권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들 중 상당수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접고 보유주택을 전세에서 반전세 혹은 월세로 돌리고 있다는 뜻이다.

본디 대한민국 특유의 제도인 전세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와 적정 수준의 금리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유지될 수 있다. 그리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전세제도의 존속에 보다 중요하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당연히 다주택자들은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것이다. 다주택자들이 월세라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포기하면서까지 전세를 유지하는 건 집값 상승분이 월세 누적액 보다 훨씬 크다고 예상하기 때문인데, 이 예상이 바뀐다면 전세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진다.

임대차 시장은 매매시장과 달리 투기적 가수요가 없고 실수요를 반영한다. 다주택자들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접고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면 공급이 줄어든다. 반면 구매력 있는 임차인들은 전세로 머물며 매매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엿본다. 전세공급은 줄고 전세수요는 느니 전세가 품귀현상을 빚고 전세가격이 폭등하는 건 정한 이치다. 이명박 정부 후반 및 박근혜 정부 초기에 발생한 전세대란은 바로 이런 매커니즘에서 연유한 것이었다.

전국 아파트 가격의 최상단에 위치하며 일종의 닻 역할을 하는 강남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소식은 문재인 정부의 강남 아파트값 잡기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의미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택시장은 매매가격 상승과 전세가격 상승 사이를 왕복하는 메커니즘이다. 

태그:#강남아파트, #전세가격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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