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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수 전주시장
 김승수 전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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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사태로 우리 사회가 1998년 IMF 경제위기, 2002년 카드대란, 2008년 국제금융 위기 때 겪은 거대한 우울에 빠져들 수 있다. 경제 위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살과 가출, 범죄 등으로 사회를 병들게 하고 인간의 존엄을 해칠 수도 있다."

인간의 존엄. 전국 최초로 중앙 정부 지원 밖에 있는 사각지대 계층에 '재난 기본 소득'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전주시의 김승수 시장이 13일 관련 예산안 통과를 전주시의원들에게 요청하며 한 말이다. 이후 시의회는 '긴급 생활 안정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지원금' 263억 5천여 만 원이 포함된 556억 5790만 규모의 긴급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저소득 주민의 생활안정 지원조례'에 따른 결정이었다.

기초수급 대상이 아닌 기준중위소득 80%(건강보험료 납부금액을 기준으로 4인 가족 기준 직장가입자는 12만 60원, 지역가입자는 11만 3534원 이하의 건강보험료를 내면 대상에 포함)의 '비수급 취약계층' 약 5만 명에게 3개월 동안 전주 시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월 50여만 원을 현금 체크카드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김 시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장 희망의 끈을 놓고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말했다. "50만 원이 많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도 했다.

위기 상황 속 제한적인 지원인 만큼, 보편적 지원을 뜻하는 기본소득 대신 재난 수당, 구호 수당 등의 용어가 더 적합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용어 자체가 주는 힘을 강조했다. 김 시장은 "구호를 받으러 간다는 느낌을 주기보다, (재난 시) 지급이 일상화된다는 보편적 느낌을 주도록 용어를 차용했다"면서 "카드를 내밀 때 전혀 거리낌 없이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책 입안 배경 중 하나로 전주 한옥마을 임대료 인하 이슈를 꼽기도 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적 자본이 공급될 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틈새를 "연대를 통해 상대방의 존엄을 지켜주고 보호하는" 사회적 자본으로 매울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간접 지원 위주 편성으로 집권여당에서조차 '확대 추경' 요구가 나오고 있는 중앙 정부의 추경안에 대해선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직접 지원이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번 추경 또한 증액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 정부가 결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김 시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재난수당 아닌 재난기본소득인 이유는..."

- 전주시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준중위소득 80% 이하에 해당하는 5만 명을 대상으로 52만 7158원의 지원금을 '재난기본소득'의 이름으로 지원 결정했다. 편성 기준은 무엇인가.
"시 예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책정한 것이다. 지원을 받으시는 분들이 너무 적다고 느껴지면 거꾸로 상처가 될 수 있다. 전주시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예산을 50만 원이라고 봤고, 의회 논의를 거쳐 지금의 지원금을 책정했다."

- 보통 기본소득은 소득에 관계없이 보편적 지원을 뜻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재난 시 한정적으로 지원되는 만큼, 재난 수당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는데. 재난 기본 소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기본소득이란 재산과 노동 여부에 관계없이 균등하게 지급하는 거다. 그럼 점에서, 지자체장 몇 분이 언급하신 것도 원래 의미에선 벗어난 형태다. 의회에 제안할 때도 위기 기간 제한적인 재난 소득이라고 이야기했다. 경기도에서도 청년에 한정한 기본소득이 꽤 일상화 돼있다.

긴급수당, 구호수당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있지만, 용어 하나로도 상처가 될 수 있다. 구호를 받으러 간다는 느낌을 주기보다 일상화된 개념, 보편적인 느낌을 주는 용어를 차용한 것이다. 지원 방식으로 현금 체크 카드를 준비 중인데, 이 카드를 내밀 땐 이분들이 전혀 거리낌 없이 사용하도록 할 것이다."

- 정부 지원 밖에 있는 사각지대를 지원 대상으로 설정했다.
"제일 어려운 것은 비수급 빈곤층이다. 완전한 사각지대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난제이기도 하다. 경제는 도시 단위가 크든 작든 생태계가 있다. 관광도시인 전주를 예로 들면, 관광회사, 전세버스, 택시, 숙박, 식당, 가이드 산업이 모두 연결돼있다. 그런데 이분들의 매출이 0(제로) 상태다.

최근 만난 학습지 선생님은 아이 학부모님이 코로나19로 오지 말라고 해서 학습지만 주고 왔는데, 이후 선불 완료된 학습지를 환불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단다. 재난기본소득이 필요한가 아닌가 논쟁하기 전에, 현장에 나가 보면 어떤 대답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심각하다.

정부가 추경으로 좋은 정책을 많이 내놓긴 했지만, 사실 이건 간접 지원이다. 시민들이 처한 각자의 간절한 요구가 있다. 감세나 쿠폰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선 재난기본소득도 별 것이 아니다. 어려운 분들이 당장 희망의 끈을 놓고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소득이다. 다른 방법이 없다."

- 전주시 뿐 아니라 남원시도 기본소득 지원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 인구 밀집 지역이 아닌 중소도시에서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큰 도시는 큰 도시대로 수요가 많고, 작은 도시도 그에 비례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주의 순수 시비가 250억 원이다. 도서관을 두 개 지을 수 있는 큰 예산이다. 아침 출근길 교통 체증 때문에 도로 안 뚫는다고 욕도 많이 먹는다.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지금 더 엄중하고 급한 것은 위기 상황 속 시민의 삶이다. 도시가 감당하지 못하면, 이걸 공공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힘들어도 나서야 할 때다."

- 자금조달은 어떻게 할 예정인가.
"추경이 540억 원 규모인데, 기본소득 예산은 260억 원 정도다. 재난 관리기금과 순수 시비로 만들어진다. 물론 어렵다. 우리도 예산이 남아돌아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 체크카드로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역화폐를 사용하면, 가맹점 하나가 생겨야 한다. 가맹점이 아니면 사용을 못하는 돈이다.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가맹점 없이 전주시 내 가게에서 훨씬 넓게 사용할 수 있다. 현금으로만 지급하면, 유흥업소 등 (부적절한) 사용이 생길 수도 있다. 정책은 평가도 중요하다. 모든 정책은 실험적 요소가 있는데, 재난기본소득은 지자체 중 우리가 처음 하는 것이다. 이 위기 상황에서 어떤 것을 더 많이 구입하고 사용하는지 추후 평가해서, 전주 기본소득에서 부족한 점도 다른 도시에서 진행할 때 채우도록 할 수 있는 장치를 준비 중이다."

한옥마을 '임대료 인하'가 준 영감
 
텅 빈 대형마트 옥상 주차장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장기화로 고객이 줄면서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 옥상 주차장이 평소와 달리 텅 비어 있다. 2020.2.28  
ichong@yna.co.kr
▲ 텅 빈 대형마트 옥상 주차장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장기화로 고객이 줄면서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 옥상 주차장이 평소와 달리 텅 비어 있다. 2020.2.28 ichong@yna.co.kr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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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시민 의견은 어떤가.
"현장에서 직접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다. 다만 (여론조사 등을 통해) 찬반을 물을 순 없다. 수렁에 빠진 분들의 손을 꽉 잡아야하는데, 찬반을 묻는 건 이 사람들 구해줄까요 말까요를 묻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기의 엄중함을 말씀드리고 있다."

- 집권여당 안에서도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마련한 추경안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번 정부안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큰 도움이 될 거다. 다만, 직접지원이 주는 효과가 크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때문에 이번 추경도 증액해야 한다고 보고,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자체장으로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중앙 경제 관료들에게 어떤 협조를 구하고 싶나.
"전쟁 때 전방 후방이 어디 있나. 다 전쟁터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 그래도 지금은 장관과 지자체장 간 회의도 많이 하고 소통이 활발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이 차츰 밀려올 것 같다. 지금 관료들이 위기의식이 없다기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달라는 요청을 하고 싶다."

- 13일 본회의에서 재난 기본소득 도입을 요청하며 '인간의 존엄'을 언급했다. 어떤 의미인가.
"전주의 슬로건은 사람의 도시, 품격의 전주다. 격을 강조하고 싶다. 양의 시대에서 질의 시대로, 질의 시대에서 격의 시대로 가고 있다. 격은 바로 사람에 대한 존엄이다. 돈이 있든 없든, 인간이 최소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마음을 나와 상대방이 함께 나누는 것이다. 희망의 끈을 놓으면 인간의 존엄이 무너진다. 50만 원이라는 게 크다고 생각해 본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최소한, 힘든 상황에서 우리가 당신 옆에 있다는 것이다."

- 정책 입안의 계기가 있다면?
"전주 한옥마을 임대료 인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원래 건물주와 임차인들의 사이가 좋지는 않았다. 임대료 인하를 결정하신 분들이 사실 큰 건물주가 아니다. 생계형 건물주들이다. 지금은 사이가 되게 좋아졌다. 우리가 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 즉 돈이지만, 공급 과정에서 틈새가 많다. 이를 메워주는 것이 사회적 자본이다. 재난기본소득과 시민들의 연대를 통해서 나와 상대방의 존엄을 서로 지켜주고 보호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앞두고,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기준이 만들어졌다. 10명이라는 기준이 있다면, 11번째가 되는 사람들은 '나와 백짓장 차이인데' 이런 섭섭함도 느낄 것이다. 다만 사회적 연대가 가장 필요한 시기다. 한옥마을에서 느낀 것처럼, 힘들 때 사회적 우정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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