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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대해 할 말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을 지나면서 각자의 시각에서 학교의 의미를 설명하는 인터뷰 참가자들. 왼쪽부터 김진서(고양국제고 2학년), 공채원(덕이중 3학년), 이수빈(17세 홈스쿨러) 청소년과 윤순애(일산동중 진로 담당) 교사.
▲ "학교"에 대해 할 말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을 지나면서 각자의 시각에서 학교의 의미를 설명하는 인터뷰 참가자들. 왼쪽부터 김진서(고양국제고 2학년), 공채원(덕이중 3학년), 이수빈(17세 홈스쿨러) 청소년과 윤순애(일산동중 진로 담당) 교사.
ⓒ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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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0일 고3 학생들의 등교를 시작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장기간 휴교 상황은 일단 마무리되었다.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재확산이 염려되는 상황이지만, 아직은 학년별 순환 등교 등을 통해 학사 일정이 운영되고 있는 상태다. 해마다 3월이면 입학, 개학을 변함없는 일상으로 여겼던 청소년, 학부모, 교사들은 2020년 봄, 매우 이례적인 체험의 시간을 보냈다. 당연하던 것이 전혀 당연하지 않은 일로 다가오면서 혼란과 위기가 초래되기도 했지만, '학교'라는 익숙한 존재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기회도 마련되고 있다. 코로나19를 통해 '학교', '공교육'이라는 단어는 어떤 새로운 통찰과 마주쳤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재학생, 홈스쿨러, 그리고 일선 교사를 만나보았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장기간 휴교를 경험한 재학생들은 '학교'에 대해 어떤 느낌과 생각을 품게 되었을까? 인터뷰에 응한 두 명의 청소년은 학교라는 제도 자체에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학교를 사회생활을 학습하는 중요한 성장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은 학교라는 제도 자체의 필요성에도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Q. 코로나19로 뜻하지 않게 긴 시간 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다. 휴교 중 마음은 어떠했나?
" (김진서, 고양국제고 2학년) 학교에 너무 가고 싶었어요. 친구들도 모두 보고 싶고…. 우리 학교는 기숙사 학교라서 친구들과의 관계가 더 친밀하다는 말이에요. 그런 친밀한 관계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있는데 그것을 못 느끼는 것이 정말 아쉬웠죠. 초, 중, 고 10년 동안 3월에 학교에 가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잖아요. 그런데 그 당연한 것을 못 했으니까, 이제는 제 몸이 반응하는 것 같아요. 학교에 가서 마음껏 어울리지 못하니까 지루하고 우울감도 올라오는 것 같았어요."

"(공채원, 덕이중 3학년) 처음에는 쉴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성적 등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걱정이 늘기 시작했어요. 더구나 올해는 중3이고 내년에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다 보니까 진로를 생각해서도 학교에 오지 못할 때는 불안하기도 했어요."

Q. '학교'라는 제도는 나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하나?
"(김진서, 고양국제고 2학년) 저는 학교라는 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는 하나의 작은 사회라고 생각하거든요. 다양한 친구들과 교류하고, 맞지 않는 친구들과도 어쩔 수 없이 한 공간 안에서 활동해야 하는 구조에 있다 보니 사회성을 배우기에는 너무 좋은 자리인 것 같아요. '사회성'이라는 차원에서 학교라는 제도는 우리의 성장에 필수적인 구조라고 봐요."

"(공채원, 덕이중 3학년) 학교는 사회생활을 연습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부딪히면서 사교성을 늘리고 적극적인 성격도 커진 것 같아요. 미래 직장을 얻는 데 필요한 지식을 얻는다는 측면에서 학교라는 제도는 여전히 중요한 것 같아요."

Q. 학교생활이 스트레스와 억압으로 다가온 적은 없는가?
"(김진서, 고양국제고 2학년) 수행평가, 시험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때 스트레스를 받죠. 중학교 때와는 부담감의 크기가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이제는 매 순간의 평가가 대학의 등급은 물론, 내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 때 스트레스가 더 올라오는 것 같아요. 외모, 복장 등에 대해 획일적인 규율이 적용되는 상황도 억압적으로 느껴진 것은 사실이고요."

" (공채원, 덕이중 3학년) 학교가 나에게 주는 이점이 그대로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친구들과 만나는 중에 사회성을 배울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역으로 그런 인간관계, 특별히 친구들과 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니까요. 시험, 성적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부담이고요. 획일적인 규율에 따라야 하는 것도 언짢기는 해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학교생활은 만족한 편이에요."

Q. 만일 지금 당장 나에게 학교에 다니거나 그만두는 선택을 해야 한다면?
" (공채원, 덕이중 3학년) 학교에 간다고 할 것 같아요. 학교에 다니면서 느낄 수 있는 좋은 점들이 있어요. 선생님, 친구들과 만드는 추억. 또 학교라는 작은 사회가 주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버리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성적이나 인간관계가 주는 부담이나 스트레스도 없지 않지요. 획일적인 규율 같은 것 때문에 답답한 면도 있고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보자면, 저는 학교에 가는 것을 선택할 것 같아요."

"(김진서, 고양국제고 2학년) 저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학교에는 가는 것을 선택할 거예요. 지금 무엇보다 속상한 것은 제 인생에서 2개월의 학교생활이 사라진다는 것이에요. 왜 저희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학교생활이 학업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동아리 활동, 수학여행, 여러 행사 등 학창 시절의 추억을 수놓아 줄 소중한 체험의 기회들이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아무 예고 없이 제 인생에서 사라지는 것이 정말 아쉬워요. 특히나 저처럼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서 힘을 얻는 사람들에게는 더욱더 그렇죠."

그러나 모든 청소년에게 '학교'는 그들 청소년기의 한복판을 차지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학교라는 공간과 자기 성장 경로와의 관계를 고민하며 자발적으로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의 경우를 이제는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2019년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2019 청소년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등교육 학령기의 학교 밖 청소년 비율(2.82%)은 일본(1.59%), 미국(2.53%)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사회·경제적인 문제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근래에는 학교 제도 자체가 자기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이른바 '학업형' 자퇴자들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눈에 학교는 어떤 눈으로 비칠까? 올해 17세인 한 명의 홈스쿨러를 만나봤다.

 Q. 학교를 그만두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 계기로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나?
"(이수빈, 17세 홈스쿨러) 저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자퇴를 염두에 두기는 했어요. 우선 처음 계기는 가고 싶은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어요. 그래도 일단 진학한 학교에 다니다 보니 통학 거리도 너무 멀었고, 학교 환경이 제가 마음을 잡고 공부하고, 성장하기에는 너무 큰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자퇴의 결심을 더욱 굳히게 되었어요. 이렇게 이야기를 드리면 저에게 현실 회피의 한 방법으로 자퇴를 결심한 것이 아니냐고 물으실 수 있지만, 저는 '내게 고통을 주는 공간'에 머물기보다 제 미래에 더 도움이 되는 성장 방식을 적극적으로 '선택'했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Q.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주변에 알렸을 때 반응은 어떠했나?
"(이수빈, 17세 홈스쿨러)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자퇴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친구, 선생님, 부모님께는 오래전부터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자퇴 이야기를 드렸어요. 그때마다 모두 극구 반대하셨어요. 부모님의 반응은 때로는 차가웠고, 때로는 불처럼 뜨거웠어요. 많이 반대하셨지요. 연말이 되어서는 부모님께 장문의 글을 써서 부모님께 제 뜻을 말씀드렸어요. 엄청난 갈등이…(울컥) 그렇게 폭풍이 지나고 부모님께서는 제 뜻을 받아 주시면서 말씀하셨어요. "우리는 충분히 설득했고, 뒤 이어지는 모든 상황은 너의 선택에 따르는 책임이란 것을 명심해라."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지금은 어느 정도 마음이 누그러지셨고, 제 선택을 지지해 주신다고 생각해요. 자퇴하면서 제가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거든요."

-Q. 학교에 가지 않는 지금의 생활은 만족스러운지? 후회하지는 않는지?
"(이수빈, 17세 홈스쿨러) 지금까지는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저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나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학교에 다니면 통학 시간 포함해서 학교에서 10시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보내야 하거든요. 주말에도 학원에 가다 보면 저를 위한 시간은 주중에 전혀 마련할 수 없는 거예요. 자퇴하고 나니까, 학교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율적으로 계획을 짤 수 있어서 좋아요. 운동, 가족과의 외식 등 일상적인 것들이 가능해졌고요. 강연, 듣고 싶은 교육도 제가 선택해서 들을 수 있고, 수요 집회 참여 같은 사회적인 활동도 할 수 있어요. 물론 부담이 없지는 않죠. 제 선택이 곧 저의 책임과 바로 연결되니까요. 그래서 어깨가 더 무거운 것도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지금 생활에 만족합니다."

코로나19는 청소년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 주체들에게도 학교에 관한 새로운 성찰의 기회를 마련했다. 일선 교사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학교 구조, 환경, 교육 내용의 변화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대응하고 있을까? 일산의 한 중학교 진로 교사로부터 이에 관한 생각의 일단을 들어 봤다.

 Q. 오랜 휴교 상황을 마무리하고 학생들을 오랜만에 맞을 때 기분은 어떠했는지?
"(윤순애, 일산동중 교사) 아이들을 맞기 위해 학교 수업 종 시험을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전율이 일었어요.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는 날 아침 먼저 개학한 다른 학교 학생이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순간 울컥하기도 했네요. 아이들을 오랜만에 맞는 날은 되게 반가우면서도, '혹여 바이러스가 확산해서 아이들이 아프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많이 몰려왔죠."

Q. 코로나19 이후의 학교는 어떠해야 한다고 판단하는지?
" (윤순애, 일산동중 교사) 개학을 준비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고민했어요. 아이들 사이의 신체적 거리는 어떻게 확보해야 하고, 급식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고, 수업 시간과 아이들의 이동 동선은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고민이 컸지요. 이런 논의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맞는 교육계는 지엽적인 고민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올 것이 왔다'라고 생각합니다. 세월은 수십 년이 흘렀는데, 학교라는 공간의 구조는 변함이 없죠. 책상, 의자, 칠판, 교사를 마주 보는 다수의 학생. 이런 풍경은 한치도 바뀌지 않았어요. 사회와 아이들의 감성은 무섭게 변하는데, 학교는 그동안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바뀌지 않고는 당해 낼 재간이 없지요. 변화의 기회는 왔고, 교육부,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 이 기회를 살려야 합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생각하고 있는지?
"(윤순애, 일산동중 교사) 우선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바뀌어야 합니다. 온라인과 재택수업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고요. 코로나19가 물러간 뒤에도 이 부분은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코로나19로 큰 논쟁거리가 되는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생산과 소비의 관계도 새롭게 해석되어야 하고요. 학교는 전통적인 경제관에 근거해 아이들을 양성합니다. 아이들의 관심, 꿈이 다양해졌는데, 그런 꿈을 좇다가는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죠. 그러나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기본적 생계가 보장되면 아이들의 진로에도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게 되고, 교육도 그렇게 변해가야 한다고 봅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사회는 이제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점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지난 세상에 '잘 있으라'라는 인사도 못 하고 빠르게 전혀 다른 형태의 세상으로 떠나는 급행열차를 탄 듯 세상은 쾌속으로 변하고 있다. 그런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학교는 어떻게 인식되고, 어떤 형태로 변하게 될까?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는 오늘 학교는 각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짧지만, 아래 소개할 서로 다른 대답들은 학교를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선을 담고 있는 것 같다.

Q. 나에게 학교란?
"(김진서, 고양국제고 2학년) 학교는 제게 '집', '꿈', '내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일상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잖아요. 학교는 또 하나의 '집'이나 마찬가지죠. '꿈'과 '내일'은 아무래도 뭔가 미래를 부지런하게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그런 것 같아요."

" (공채원, 덕이중 3학년) '밤에 하는 항해'라고 생각해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밤에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 이어지지만 언젠가는 해가 뜨고 파도가 잔잔해지듯이 학교생활은 언젠간 열매를 맺고 경험이 되어 앞으로 사회에서 겪을 풍파를 헤쳐 나아가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수빈, 17세 홈스쿨러) '엘리베이터'라고 생각해요. 엘리베이터라는 틀 안에 들어가면 여러 사람과 원하는 층으로 편하게 올라갈 수 있지만, 오르면서 제가 원하지 않는 층에 쓸려 내려갈 수도 있고, 제 의지와 상관없는 일들도 벌어질 수 있잖아요. 그러느니 차라니 제 튼튼한 다리로 느려도 직접 오르는 길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게 학교는 마치 엘리베이터 같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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