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부터 23일까지, 엿새동안 평창 대관령 일대를 영화로 물들인 평창국제평화영화제(PIPFF)가 성황리에 폐막했다. 횡계리 일대와 월정사, 알펜시아, 용평리조트 등에서 엿새 동안 96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영화업계의 부활을 알린 영화제로써 큰 의미가 있었다. 우려 속에 영화제가 개막했지만 코로나 19 확진자나 의심환자 없이 성황리에 마무리하게 돼 더 큰 의미가 있다.

코로나19 막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 통했다
 
 2020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기간 알펜시아 시네마에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표식이 좌석마다 붙어있다.

2020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기간 알펜시아 시네마에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표식이 좌석마다 붙어있다. ⓒ 박장식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 모든 영화를 오프라인으로 볼 수 있는 영화제로는 올해 들어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처음이었다. 그랬던 만큼 관객들의 참여도 뜨거웠다. 대관령 일대에는 숙소난이 벌어졌고, 횡계로 향하는 버스편과 진부역으로 향하는 기차편 역시 적잖게 매진되었다. 12개의 상영관이 매진을 기록하는가 하면, 주요 섹션에서도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관객들이 들어차기도 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영화를 관람한 관객의 수는 4760명. 전체 좌석 7556석 중에서는 63%가 들어차 흥행 면에서도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공급좌석이 줄어든 영향도 있었으나, 지난해 영화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도 필사적이었다. 부스와 상영관, 게스트라운지 등에 입장할 때에는 매번 체온검사를 실시했고, '클린강원 패스포트' 앱을 활용해 참가자들의 동선 추적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대안상영관의 좌석을 1미터 이상 띄웠고, 기존 상영관에는 거리두기 표식을 붙이는 등의 노력을 했다. 

특히 모든 관람객들이 체온 검사와 문진표 작성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안전한 영화제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주최 측의 꼼꼼한 노력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협동하여 이루어 낸 결과였다.

지역밀착 영화제, 횡계 경제가 살아났다
 
 대관령농협의 농자재창고를 활용해 만든 '포테이토클럽하우스' 상영관의 모습.

대관령농협의 농자재창고를 활용해 만든 '포테이토클럽하우스' 상영관의 모습. ⓒ 박장식

 
이번 영화제의 또 다른 의미는 바로 '지역밀착 영화제'라는 것이다. 지난해 영화제가 강릉 등에 일부 분산된 것에 비해 이번 PIPFF는 알펜시아 리조트 일대와 횡계리 일대에서 거의 모든 상영이 이뤄졌다. 대관령눈꽃축제의 어울마당, 대관령농협의 문화공간인 포테이토 클럽하우스 등이 대안상영관으로 활용되어 매일 관람객을 맞이했다.

영화 관람에 최적화된 곳은 알펜시아 시네마가 유일했지만, 어울마당이나 포테이토 클럽하우스, 대관령도서관 역시 영화 보기에 불편함이 없는 시설로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다만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는 영화제 초반 상영이 원활하지 못해 개선 필요가 지적되기도 했다.

영화제를 찾은 관람객 대부분이 평창 일대의 숙소에서 여장을 풀고, 평창 일대의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카페를 찾았다. 이는 대관령면 일대의 지역경제를 살아나게 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양떼목장이나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등 지역 내의 다른 관람시설을 찾는 방문객들도 적지 않았다. 

대관령면의 한 식당 주인은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보다 식당에 방문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한 카페 주인 역시 "영화제 덕분에 동네가 활기를 띤다"고 말했다.

"평창에서는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야외상영, 부스 행사 등이 열렸던 올림픽 메달플라자 일대의 모습.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야외상영, 부스 행사 등이 열렸던 올림픽 메달플라자 일대의 모습. ⓒ 박장식

 
경쟁부문이 장편에까지 확장되고, 피칭 프로젝트 등도 마련됐다. 관객들에게 밀착된 국내 신진감독들의 장편과 단편 영화가 출품되었고, 특별한 시각을 담은 해외영화가 시선을 잡아끌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있었던 <평양시네마> 등의 섹션도 강화됐다. 

비경쟁 섹션에서도 볼만한 영화가 꽤 많았다. 매니아층이 짙은 구교환 감독과 이옥선 감독의 특별 섹션에 팬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여성의 성장기를 그린 <벌새>, <82년생 김지영>, <박강아름 결혼한다> 등 5개의 영화로 묶은 '스펙트럼K'도 관객과의 대화를 마련, 울림있는 섹션으로 꾸렸다.

2년째 PIPFF를 총괄하는 김형석 프로그래머는 "대부분의 영화제가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오프라인으로 개최했다"며, "규모 역시 도시 영화제 만큼 크지 않았기에 '평창에서는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 결과가 지금까지는 좋게 나온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김 프로그래머는 "올해부터는 이름과 개최 일시, 장소가 모두 바뀌었기에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이번 영화제가 실질적인 1회가 아니었나 싶다"면서 "슬로건도 '다시 평화'로 지었는데, 코로나19와 남북관계 경색이라는 작금의 상황에 맞물려 시의적절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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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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