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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소재 A 유치원에서 지난 16일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식중독 증상 어린이가 지난 22일 기준 99명까지 늘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일부 어린이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증상까지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 집단 식중독 발생한 안산의 A 유치원  경기 안산시 소재 A 유치원에서 지난 16일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식중독 증상 어린이가 지난 22일 기준 99명까지 늘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일부 어린이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증상까지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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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 사태가 터진 경기 안산 A유치원이 올려놓은 '유치원 알리미' 게시 정보. 식단표조차 적혀 있지 않다.
 "식중독" 사태가 터진 경기 안산 A유치원이 올려놓은 "유치원 알리미" 게시 정보. 식단표조차 적혀 있지 않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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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까지 생긴 경기 안산의 A유치원 식중독 사태. 이 유치원 원아가 첫 증상을 보인 때는 지난 12일이었지만 유치원 등원이 중지된 때는 이로부터 1주일이 흐른 지난 19일이었다. 정부 차원 '관계기관회의'는 26일에서야 열렸다. 증상 발현 뒤 2주일이 흐른 뒤다.

이러는 사이 A유치원 관련 식중독 증상자는 106명, 햄버거병 증상자는 15명으로 늘어나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유치원에는 167명의 원아가 다니고 있으며, 교직원과 조리종사자는 모두 28명이다.

'식중독' 유치원엔 보건교사와 상주 영양사 0명, 다른 곳은?

왜 식중독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으며, 유치원과 관계기관의 대응이 늦어진 것일까? 유아교육계 안팎에서는 "보건교사와 상주 영양사가 없는 유치원의 일반적인 상황이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교육부가 운영하는 유치원 알리미 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실제로 A유치원의 경우 보건교사와 영양교사가 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주 영양사 또한 없었다. 주변 유치원을 여러 개 묶어서 업무를 맡는 공동 영양사만 배치돼 있었다.

이처럼 A유치원에 원아들의 식사위생과 보건방역을 담당할 전문 인력이 사실상 단 한 명도 없다 보니 대응이 늦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A유치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국 8837개의 국공사립 유치원(국립 3, 공립 4856, 사립 3978) 가운데 정규직 보건교사는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제 보건교사는 24명이었다. 모두 63만 명이 다니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유치원에 보건교사가 사실상 0명인 것이다. 전국 유치원에 영양교사 또한 한 명도 없었다. 2019 교육통계연보를 살펴본 결과다. (현행 학교보건법 제15조는 '모든 학교에 보건교육과 학생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교사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치원도 학교다. 이 규정에 따른 보건교사 배치율은 전국 초중고가 각각 73.4%, 57.8%, 72.4%인 반면, 유치원은 0%인 것이다.)

이 같은 사정에 대해 인천지역 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교사는 "무더위가 다가오자 하루에 2~3명의 원아들이 발열증세를 보이고 있는데 보건교사가 없기 때문에 원인을 알 수가 없다"면서 "부모님이 아이를 데리러 오는 1~3시간 동안 교무실에 있는 침대에 원아들을 눕혀놓고 돌보는 게 유치원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63만 원아가 다니는 전국 유치원에 보건교사가 사실상 0명
 
26일 오후, 정부 관계기간 회의를 주재한 오석환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26일 오후, 정부 관계기간 회의를 주재한 오석환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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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교육부가 전국 학교와 유치원에 보낸 '코로나19 관련 학교방역 기본대책(제2판)' 지침에는 유치원에 대한 보건교사의 역할이 빠져 있다. 유치원에 보건교사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나마 상당수 초등학교엔 보건교사가 있지만 이들은 유치원 겸직발령을 받고 있지는 않다.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의 최성균 사무총장은 "유치원 예산으로 교직원 월급을 줘야 하는 사립유치원으로선 보건교사나 상주 영양사를 채용하는 것은 엄두를 내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코로나19와 식중독 사태가 터진 지금 상황에서는 정부가 최소한 보건인력 지원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26일 오후 3시부터 진행된 정부 관계기간 회의를 주재한 오석환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모두발언에서 "코로나로 인한 감염병의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또 다른 감염병으로 인해 국민들께서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시다는 점에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사과했다.

이어 오 국장은 "식중독 예방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학교 급식소에 대한 지도점검을 철저히 하겠다"면서 "유치원 알리미에 공시되어 있는 각 유치원의 급식 관련 정보가 정확한지 다시 한 번 점검하여 급식의 안전한 운영을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유치원 알리미에 들어가 살펴본 결과 기본 공시정보인 급식 식단표조차 제대로 올린 유치원을 찾기가 어려웠다.

태그:#햄버거병, #유치원 식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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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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