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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소재 A 유치원에서 지난 16일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식중독 증상 어린이가 26일 기준 106명까지 늘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경기 안산시 소재 A 유치원에서 지난 16일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식중독 증상 어린이가 26일 기준 106명까지 늘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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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9일 오후 5시 36분]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유치원에서 일어난 집단 식중독으로 아동 15명이 용혈성요독증후군(일명 '햄버거병')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중 4명은 신장기능이 저하되어 투석을 받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혈성요독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 HUS)은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의 합병증이다. 복통과 혈변이 동반되는 것은 일반적인 식중독과 비슷하나, 대장균이 만드는 독소로 인해 단기간에 신장이 손상되고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빈혈 등이 발생한다. 이 병은 1982년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은 사람들 사이에서 집단으로 발병하면서 '햄버거병'으로 명명됐고, 실제로 덜 익힌 햄버거 패티가 원인으로 알려졌다. 

특히 5세 이하에서 용혈성요독증후군의 발병률이 높다는 점에서 아동들은 더욱 유의해야 한다. 건강한 성인은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되어도 대부분 1~2주만에 호전되지만, 5세 이하나 고령대 감염자의 경우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2016년 사이 용혈성요독증후군 환자 24명을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9세 이하 환자가 전체환자 중 70%을 차지하기도 했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이 급식을 통해 집단발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오후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원생과 가족을 포함해 111명이 식중독 유증상자이며, 57명이 장출혈성 대장균 양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직 유치원과 관련된 295명 중 90여명의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므로, 감염자 규모는 현재보다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이미 '햄버거병'은 한국에서도 낯선 이름은 아니다. 2016년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은 4세 아이가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렸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일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과거 맥도날드의 납품업체가 장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된 패티를 시중에 유통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당시 피해자 측의 법률대리인이었던 황다연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안산 유치원 햄버거병 발병' 사태를 두고 "이미 공장에서부터 오염된 식재료가 온 것이 문제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특히 소고기 등의 분쇄육이 5세 이하의 아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래는 황 변호사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분쇄육이 위험... 열에도 강한 대장균 독소가 원인"

- 흔히 '햄버거병'이라고 하는데, 유치원 식단에는 햄버거는 없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햄버거가 원인이 되었던 이유는, 장출혈성 대장균이 소나 돼지의 내장에 사는 균이기 때문이다. 이게 음식으로 들어가면 몸에 남아있으면서 장기를 공격한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시가 독소(Shiga toxin)를 생성하고, 이것이 몸 속으로 들어가서 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교차오염'이 될 수 있다는게 문제다."

- 교차 오염의 예를 들자면?
"외국의 경우 도축장에서 나온 배설물이 제대로 처리가 안 되면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않나. 그러면 야채를 날것으로 먹어도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다. 또 공장에서 소로 다짐육 만들때 옆에서 함께 가공하는 닭고기나 돼지고기도 오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이들이 야채를 날 것으로 먹지 않고, 지하수를 먹는 상황도 아니다. 그렇다면 돈까스 같이 공장에서 생산된 분쇄육에 대해 의심해볼 순 있을 것 같다."

- 유치원 식단에 있는소불고기나 궁중떡볶이에 들어가는 고기 등을 의심하기도 하던데?
"덩어리진 고기는 겉만 익히면 된다. 근육 속 까지는 균이 들어가지가 않기 때문이다. 불고기는 날 것으로 먹을 리가 없다. 하지만 분쇄육 같은 경우에는 속까지 익혀야 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대장균을 잡는 식으로 70도 이상에서 2분 이상 가열한다고 해서 없어지진 않는다. "

- 그럼 어느정도 조리를 해야 하나?
"O157 대장균(장출혈성 대장균)에서 나오는 독소(시가 독소)는 100도로 5분 이상 가열해야 비활성화된다. 그런데 안쪽을 이렇게 조리하면 고기는 다 타 버린다. 일반적인 대장균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조리 매뉴얼로는 완벽히 없어지지 않는다.

어느 식당에서든 장출혈성 대장균은 애초에 없다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전제를 하고 음식을 만든다. 그러므로 오염된 식재료가 오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다. 공장에서, 혹은 유통 과정에서 '뚫린'것으로 봐야 한다.

황 변호사의 주장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무승 선임연구원의 연구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대 미생물 분자병리학 박사로서, 다양한 대장균 독성을 실험해본 이무승 연구원은 2017년 서울경제·한국경제 등과의 인터뷰에서 "(시가 독소는) "5분 동안 100도로 열을 가해야만 죽을 정도"라며 열에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동그랑땡이나 함박스테이크 등의 분쇄육은, 제대로 익혀 먹어도 식재료가 이미 오염된 상태일 경우 (장출혈성대장균 검출)위험할 수 있다.

"치료법 없어... 여름에는 더 위험해"
 
황다연 변호사
 황다연 변호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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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을 진행하면서 많은 사례를 참고했을 것 같다. 이 병은 치료가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독소가 피를 타고 돌다가 침투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수용체가 많아, 즉 장기가 민감해서 독소가 침투하기 쉽다. 가장 침투하기 쉬운 곳이 신장이고, 그 다음이 '뇌'나 '눈' 같은 곳이다. 그래서 뇌까지 독소가 영향을 미치면 발작 등의 뇌전증 증세가 일어나게 된다. 지금까지는 치료법이 없다. 증상에 맞춰서 수혈을 하고, 투석을 해주는 등 보존적인 치료를 하고 있는 수준이다. 특히 신장의 경우 한 번 손상되면 회복하기가 어렵다."

- 흔하지는 않은 병 아닌가? 
"그렇지 않다. 언론에 나오지 않을 뿐이다. 이를테면 식당 같은 경우 피해자들이 뿔뿔이 흩어져있으면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고, 역학조사도 더 힘들다. 집단 급식에 의해서 발병했기 때문에 알려지고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용혈성요독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환자는 2015년 71명, 2016년 104명, 2017년 138 명, 2018년 121 명, 2019년 146 명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2016년 건강보험공단에선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만 진료받은 이가 187명(질본 통계에선 4명)으로 추산한 것을 보면, 실제 보건당국에 집계되지 않은 환자는 더 많을 수도 있다.

-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집단 감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오염된 식재료만 있다면 어느 곳에서든 감염될 수 있다. 계절을 가리지 않지만, 습도와 온도가 높아지는 여름에 대장균이 더욱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 유치원 측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일단 어떤 식품이 원인이 되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유치원이 일부러 아이들을 다치게 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음식을 제대로 보관하고 있지 않아, 역학조사가 어렵게 됐다. 그런 점에서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식품위생법과 식품위생법 시행령에 따르면 급식으로 제공한 음식의 1인분 분량을영하 18도 이하에서 144시간(6일) 동안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집단 식중독이 일어난 이 유치원은 궁중떡볶이(10일 간식), 우엉채조림(11일 점심), 찐감자와 수박(11일 간식), 프렌치토스트(12일 간식), 아욱 된장국(15일 점심), 군만두와 바나나(15일 간식)의 재료 등을 보관하고 있지 않았고, 이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됐다.

정부는 26일 교육부과 시도교육청 등 유관부처가 긴급 회의를 열고 50명 이상 상시 급식을 하는 유치원 4000여곳을 대상으로 급식 안전성 전수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태그:#햄버거병, #집단식중독, #안산햄버거병, #안산유치원, #황다연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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