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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날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우리 학교는 1회고사를 무사히 마쳤다. 작은 승리를 거둔 셈이다. 시험 보는 학생들은 시간이 더디게 흐르기를 바라지만 감독 교사는 시간이 쏜살같이 흐르기를 바란다. 시험 감독을 할 때마다 학교와 교육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시간을 빠르게 보내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1985년 3월부터 1988년 2월까지 학생으로 고등학교에 다녔고 96년 3월부터 오늘까지 교사로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꽤 긴 세월을 보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니 학교가 참 많이 달라졌다. 1980년대 학교와 비교하면 시험을 치르는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먼저 중간, 기말고사로 부르던 이름도 이제 1회, 2회고사로 바뀌었고 수행평가도 생겼다. 이제 서술, 논술형으로 부르는 문제도 많아졌다. 나처럼 아주 오래된 사람은 OMR-카드도 바뀐 목록에 넣어야 한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에도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학생들은 여전히 시험을 싫어한다. 수학만 놓고 보면 배우고 있는 내용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니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수능 이후 문제가 훨씬 더 어려워지기는 했다. 킬러 문항이란 말도 안 되는 이름으로 부르는 배배 꼬인 문제도 여전하다. 아직도 학생을 한 줄로 세우지 못하는 시험은 출제가 잘못된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성취평가제를 시행하기로 한 시점이 훨씬 지났음에도 아직도 등급제로 학생을 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시험에서 느끼는 부담감은 오히려 더 커졌다.

우리 학교는 지난해부터 맨 앞장에 문제를 넣지 않고 학력평가처럼 시험에 대한 안내문을 넣었다. 기다리는 동안 문제를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눈을 감고 기다리게 했지만 몰래 미리 문제를 읽는 학생이 있어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이 제기되었다. 맨 앞에 앉은 학생이 단 몇 초 먼저 문제를 보게 되는 것까지 문제 삼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여기지만 교사 가운데 상당수가 동의하고 있다. 옛날과 달리 요즘 시험은 두 사람이 감독을 함께 한다.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받는다고 기분 나빠하기보다 그래야 공정한 시험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시험 답안을 채점 한다고 하자. 어떤 학생이 주관식 문제 2번 칸에 써야 할 답안을 3번 칸에 잘못 적었다. 단답식이 아니고 모든 풀이과정을 쓰는 문제라서 2번 문항을 풀어서 맞춘 것임이 분명하다. 어떻게 처리해야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 실제로 있었던 일을 전해 들었다. 나라면 맞은 것으로 채점하거나 최소한 부분 점수라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학생과 학부모가 문제를 제기하였고 결국 틀린 것으로 처리되었다고 한다.

시험지를 앞에 두고 기다리다가 종이 울리면 똑같이 후다닥 문제지를 넘기는 모습을 보면서 100미터 달리기를 떠올렸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평가하고 있는 것일까? 검색 몇 번 하면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는 지식을 달달 외우는 일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빠듯하게 정한 시간 안에 풀어야만 수학능력이 있는 것일까? 시험 시간을 두 배로 늘리면 나아가 필요한 만큼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기계처럼 계산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사교육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의심스럽다. 아이들을 끝없는 경쟁 속에 밀어 넣고 이상한 잣대로 줄 세우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공정함에 대한 기준도 이상하게 변질되었다. 인천 국제공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일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을 보자. 일부 언론이 부추기고 있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오로지 점수를 매겨서 줄 세우기만 하면 공정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아주 많다. 무엇을 평가하는 시험인가엔 관심이 없다. 그들이 일한 3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전문성을 길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인천 국제공항공사 누리집 갈무리
 인천 국제공항공사 누리집 갈무리
ⓒ 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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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으로 채용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비정규직이어야 공정하다는 것인가 묻고 싶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일정한 기간 기간제 교사로 일한 이를 교사로 채용하면 엄청난 반발이 있을 것이다. 나도 임용고시를 치르고 교사가 되었지만, 결코 임용고시가 좋은 교사를 뽑는 가장 공정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이가 코로나 이후 세계는 이전과 크게 다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른바 새로운 표준(new normal)을 찾아야 하는 바로 지금, 우리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가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수학 1등급을 받지 않고 의사가 되는 길은 바늘구멍보다 작은 문을 거쳐야 한다. 한의사나 수의사도 마찬가지다. 수학 문제를 푸는 능력을 써먹는 의사가 과연 몇이나 될까? 요즘은 새로 개발되는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그 어떤 능력보다 환자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사명감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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