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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남들은 뭐하고 노는지 궁금했습니다. 아직 출구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시대. 바이러스에 굴하지 않고 시간을 견디며 '제대로' 노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방탄소년단의 2018년 발매곡 'idol' 안무에 아프로댄스의 요소들이 자주 보인다. 골반을 돌리면서 고개를 한 쪽 방향으로 살짝 젖힌 후, 느긋한 미소를 짓고 있는 포인트가 보이시는지!
 방탄소년단의 2018년 발매곡 "idol" 안무에 아프로댄스의 요소들이 자주 보인다. 골반을 돌리면서 고개를 한 쪽 방향으로 살짝 젖힌 후, 느긋한 미소를 짓고 있는 포인트가 보이시는지!
ⓒ 유튜브 채널 Big Hit Lab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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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어드니 집약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 없이 지루하게 땀만 빼는 것은 좀처럼 내키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에게는 춤이 제격이었다. 

아프리칸댄스의 면면

배우고 있는 춤의 장르는 아프로팝댄스이다. 아프리카 전통춤을 변형하여 아프로팝(Afropop, 아프리카 문화권의 대중가요)에 접목시킨 춤인데, 편의상 아프리칸댄스 혹은 아프리카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대륙적으로 퉁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한국의 탈춤이나 부채춤을 아시아댄스라고 하기에는 좀 뭐한 것과 마찬가지다. 

어느 민족에서 시작되었는지, 어떤 지역에서 출발했는지에 따라서 특유의 동작이나 특징이라 할 만한 분위기가 다르다. 콩고의 은돔볼로, 코트디부아르의 쿠페데칼레, 가나의 아존토, 나이지리아의 아프로비트 등 아프로댄스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 중에서 나는 콩고의 은돔볼로(Ndombolo)를 가장 좋아한다. 은돔볼로의 특징을 네 글자로 요약하자면 '꿀렁꿀렁'이다. 마치 몸에 시동을 거는 것처럼 골반을 쉴 새 없이 꿀렁대면서 몸을 들썩인다.

저도 모르게 눈썹과 입꼬리도 들썩이게 되는데, 이것이 아프로댄스의 묘미이다. 팔과 다리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 느긋한 웃음을 지을 때 춤이 완성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BlackLivesMatter   #BlackLivesMatter 흑인차별반대운동에 연대하는 안무 중 마지막 동작은 한쪽 무릎을 꿇고 주먹 쥔 팔을 높이 드는 것이었다
▲ #BlackLivesMatter   #BlackLivesMatter 흑인차별반대운동에 연대하는 안무 중 마지막 동작은 한쪽 무릎을 꿇고 주먹 쥔 팔을 높이 드는 것이었다
ⓒ 아프리칸댄스컴퍼니 따그 TA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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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으로 연결되는 경험

수업에서는 마스크를 끼고 다른 수강생들과의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선생님의 시범과 음악 소리에만 집중하며 시간을 보낸다. 수업이 끝나면 모두들 개운한 얼굴을 하고 정답게 인사를 나눈다. 특별한 대화를 하지 않아도 연결될 수 있다는 감각을 처음 느꼈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BlackLivesMatter' 해시태그 운동이 활발히 일어난 때에는 흑인차별반대운동에 연대하는 안무를 배우기도 했다. 선생님을 포함해서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모두 검은 색 옷을 입고 모였다.

그날만큼은 아프로팝이 아니라 흑인의 삶을 노래하는 힙합 음악에 맞추어 춤을 췄다. 마스크 너머로 진지한 표정들이 새어 나왔다. 평소와는 다르게 짐짓 진중한 분위기에서 또 다른 연결을 경험한 날이었다.   

수요일마다 춤을 배우러 다닌 지 3개월 차가 되었다. 일정을 계획하는 자리마다 친구 혹은 동료들이 수요일 저녁을 자연스럽게 비워주곤 한다. 나의 '수요댄스권'(수요일에 춤출 권리)을 지켜주는 것이다. 현대인의 취미생활에는 돈과 시간 그리고 의지가 필요한데, 때로는 주변의 격려와 배려도 필요하다. 

한 주에 한 번뿐이기는 하지만, 춤추는 시간을 살뜰하게 챙기려 하는 것은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각종 행사와 공연이 취소되면서 별 수 없이 우연한 만남과 자극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의식적으로 힘과 관심을 분산시켜야 할 때가 있다. 무엇이든 지나치게 몰두하면 외로워진다. 취미는 남는 시간에 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적으로 챙겨주는 편이 좋다.

온몸을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익살스러운 미소를 잃지 않는 아프로팝댄서처럼, 일상에서 균형을 익히는 중이다. 고립되지 않기 위한 몸을 꾸준하게 유지해보려고 한다. 이것이 내가 감염병의 시대를 통과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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