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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서울 낮 기온이 최고 31도를 보이는 등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8일 서울 마포구 도로에서 모자 아래 손수건을 덧쓴 한 어르신이 폐지를 정리하고 있다. 2020.7.8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서울 낮 기온이 최고 31도를 보이는 등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8일 서울 마포구 도로에서 모자 아래 손수건을 덧쓴 한 어르신이 폐지를 정리하고 있다. 202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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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년퇴직 이후 한국의 고령노동

한국은 평균수명의 연장과 함께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 사회(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에 접어들었고, 2025년에 초고령 사회(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5~54세의 핵심 생산층은 2010년에 비해 2020년에는 총 193만여 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55~59세 인구는 2010년 27만 9천 명에서 2015년 38만 6천 명으로 증가했고, 그 이후에도 점진적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빠른 속도의 고령화는 노동력 구성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동자의 평균연령이 1995년 34.8세에서 2016년에는 41.5세로 급격히 증가하였고, 2000년에서 2050년까지의 향후 노동력 연령 구성상의 변화를 보면, 2000년에 50세 이상 노동력의 비중이 약 25% 미만인 데 비해 2050년에는 5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핵심 노동력인 25~49세 노동자 집단은 2000년 66%에서 2050년 44%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임금체계에서 여전히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호봉제가 우세한 편이다. 이러한 연공급 임금체계에서 인건비 부담의 핵심대상은 고령 노동자 집단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높은 임금의 연공성은 한국의 고령 노동자에게 주된 일자리의 조기 퇴직을 강제하는 경향이 있다. 또 퇴직 이후의 낮은 연금 대체율 때문에 연금수급 개시 연령 이후에도 시장에서 은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49.4세(2020 경제활동 인구조사)에서 의무조기퇴직을 당하는 경향이 높으며, 50대에 조기퇴직을 해도 연금제도의 미성숙으로 노후의 소득을 보완하기 위해 계속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2020년 5월 55세 이상 연금 수령자 비율은 47.1%이고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63만 원에 불과하다. 결국, 한국의 노동시장 은퇴 연령은 2016년 남녀 모두 72세로 OECD 평균(남 65.1세, 여 63.6세)보다 매우 높다. 그리고 2015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년 인구의 빈곤율은 50%에 가까워 OECD 평균의 4~5배 수준이다(표1). 이는 사회보장 시스템과 연금 제도의 미성숙이 큰 원인이다. 조기 은퇴자는 은퇴 이후 충분한 생활 수준을 확보하기 힘든 것이 당연시된다.
 
 표 1. 연령대별 빈곤율 비교(2015년, 중위소득 50% 미만)
 표 1. 연령대별 빈곤율 비교(2015년, 중위소득 50% 미만)
ⓒ 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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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의 고령노동 시장

한국의 고령자는 이런 이유로 노동시장 참여와 고용률이 매우 높은 특징을 보인다. '고령자 고용 촉진법'에서 고령자로 정의하는 55세 이상의 인구 비중(55~64세)은 2015년 15.4%에서 2020년 17.9%로 증가했으며, 이들의 고용률은 2015년 66.0%에서 2020년 67.2%로 증가했다. 2016년 50~74세의 고용률은 한국이 62.1%로 OECD 평균 50.8%에 비해 매우 높다. 55~79세까지의 노년층을 포함한 고령자 인구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2020년 5월 1427만 명으로 이 중 55.3%인 789만 명이 고용상태에 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한파를 제외하면 고용률 추이는 증가 상태에 있다(그림1).
 
 그림 1. 고령층 인구, 취업자 및 고용율 추이(2020 경제활동 인구조사)
 그림 1. 고령층 인구, 취업자 및 고용율 추이(2020 경제활동 인구조사)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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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높은 고용 참여율에 비해 한국 고령자 일자리의 질은 매우 낮고 불안정하다. 사회안전망이 확충되지 못한 상태에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고령자에게는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기 전까지 불안정한 일자리를 이어가는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55~64세 노동자의 2016년 임시직 비율은 32.7%로 OECD 평균 7.9%의 4배에 달한다는 사실은 이를 반영한다. 또한 한국의 연령대별 비정규직 고용 형태도 60세가 넘어가면서 전체 근로자와 비교해 확연히 증가한다(그림2).

2014년 기준 임시직, 시간제, 비전형 근로 형태 모두 전체 근로자보다 60세 이상에서 2배에서 3.5배 높음을 알 수 있다(그림2). 주당 평균 노동시간도 18.6시간으로 OECD 평균 16.9시간에 비해 높다. 하지만 전일제 고령 근로자의 소득수준을 25~54세 근로자의 소득과 비교하면 한국은 0.91로 OECD 평균 1.10에 비해 고령으로 인한 소득수준의 감소가 눈에 띈다.
 
 그림 2. 연령대별 비정규직 고용형태
 그림 2. 연령대별 비정규직 고용형태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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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령 노동자의 주요 직종 및 안전 보건 문제

2014년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를 근거로 55세 이상 고령층이 다수 고용되어있는 직종을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선정하였다. 고령 노동자 342만 8826명에 대한 자료 분석을 통해 40개의 고령 노동자 다수 종사 직종 중에서 고령층 구성 비율이 높고 안전보건서비스가 필요한 직종을 15개 선정하였다. 15개 주요 직종은 고령 노동자 다수 직종 순으로, 1) 청소원, 2) 경비원, 3) 버스운전원, 4) 주방보조원, 5) 간병인(요양보호사 포함), 6) 건설 단순 종사원, 7) 가사도우미, 8) 조리사, 9) 제조 관련 단순 종사원, 10) 형틀목공, 11) 매장 판매원, 12) 도장공, 13) 배달원, 14) 재봉사, 15) 용접원이다.

이 15개 직종에 대해 취업자 근로환경 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업무로 인한 일반적인 유해위험 노출 정도를 파악했다(표2). 물리적 유해요인(진동, 소음, 높은 온도, 낮은 온도), 분진 및 유해가스(연기 및 밀가루 흡입, 유해 증기, 담배 연기), 화학물질, 근골격계 유해요인(통증을 주는 자세, 사람을 들어 이동시킴, 무거운 짐을 이동시킴, 장시간 서 있는 자세, 반복 동작) 모두에서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가 55세 미만 근로자보다 노출 정도가 높았다.
 
 표 2. 고령 노동자가 다수 분포하는 15개 직종의 유해위험 노출 정도
 표 2. 고령 노동자가 다수 분포하는 15개 직종의 유해위험 노출 정도
ⓒ 산업안전보건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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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의 유해위험 요인에 포함되지 않은 야간작업 역시 55세 이상 고령자에서 매우 높은데, 2013년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55세 이상 전체 근로자의 17.0~18.3%(22만~30만 명)를 야간작업 종사자로 추정했다. 또한, 대표적인 고령 노동 직종인 경비노동자 490명의 설문조사 결과 19.1%가 입주민으로부터의 부당 대우를 경험하여 경비원을 포함해 상당한 고령 노동자가 감정노동 상태에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고령 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2014년 산업안전보건공단의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이용한 55세 이상 고령 노동자의 질환 및 증상 조사 결과, 심혈관 질환율이 남성 3.88%, 여성 4.05%로 55세 미만의 남성 1.07%, 여성 0.74%에 비해 매우 높았으며 이는 연령에 의한 유병률 증가에 야간작업 등의 유해요인이 추가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 할 수 있다.

그 외 어깨, 목, 팔의 통증 비율도 남성 44.4%, 여성 60.8%로 55세 미만의 남성 28.7%, 여성 36.1%에 비해 높았고, 우울 또는 불안장애 남성 1.32%, 여성 2.43%(55세 미만 남성 1.14%, 여성 1.63%), 수면장애 남성 2.58%, 여성 4.15%(55세 미만 남성 2.25%, 여성 2.20%)로 55세 미만 노동자에 비해 높았다. 고령 노동자의 전반적인 산업재해 발생률 역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2018년 60세 이상의 산재 비율은 23%로 2008년에 비해 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령 노동자 비율이 4.9%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노동자 수의 증가보다는 위험 노출의 증가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4. 고령 노동자와 산재

업무상 질병 통계를 보면 일반적으로 연령 증가에 따라 산재 인정률이 감소한다. 2018년 기준 30~50대는 산재 인정률이 60% 중반에 이르지만 60대는 57.8%, 70대는 44.4%로 떨어진다. 업무상 질병의 주된 항목인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일하면서 증상이 생겨도 나이에 의한 퇴행성 요인이 어느 정도 확인되면 나이에 따른 자연적 경과로 산재 불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퇴행성 요인을 상쇄할 정도의 심한 업무 부담이 있어야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

퇴행성 요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업무로 인한 부담이 질환 악화에 영향을 준다면 인정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일치된 기준이 없어 보수적으로 판단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뇌심혈관질환 인정에서도 업무 부담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령자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 기저질환 존재가 산재 불승인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판단된다. 업무부담의 기준이 고령 노동자를 고려하지 못한 채 설정돼 있어, 고령 노동자는 업무부담 정도 판단에 노화에 의한 신체적 능력 감소분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고령 노동자는 표2와 같이 업무상 유해위험인자 노출이 비고령 노동자보다 더 큼에도 불구하고 산재 인정률은 낮은 결과가 당연시되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근본적 문제는 고령 노동자의 고용 불안정성이다. 그림2와 같이 60대 이상부터 치솟는 비정규직 형태와 심각한 노인 빈곤율로 아프거나 심리적 상처가 있더라도 산재나 업무상 질병임을 호소할 수 없는 상황이 만연하다. 필자가 일하는 기관 역시 야간작업 특수검진을 하고 있다. 야간작업 특수검진을 하다 보면 간혹 검사 결과를 회사에 보내지 말아 달라는 고령의 노동자를 만난다. 어차피 개인 결과는 회사가 볼 수 없지만, 그분들의 심정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나이 들고 아파도 좋으니 일만 하게 해 달라'는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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