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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여름, 우리는 유례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진정될 것 같던 코로나19는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되었고 모든 활동이 또다시 멈출 위기에 있다. 54일 동안 지속된 장마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고, 살인적인 폭염과 집중 호우, 태풍이 반복되는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이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이며 우리가 앞으로 접하게 될 기후대재앙의 시작일 뿐이라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구가 회복할 수 없는 임계점에 가까이 와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위기를 막기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세계 각국 정부가 보여준 과감한 결단과 시민들의 자발적 행동에 비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행동은 너무도 미비하다. 경제성장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점점 늘어나고 결국 우리의 일상과 행복한 삶을 통째로 뒤흔들어도 성장의 그래프는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자본의 유혹이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멈추지 못하고 계속 폭주한다.

2020년 7월 28일, 경기도 화성시는 '기후위기에 효과적 대응을 위한 정의로운 경제 대전환으로'라는 비전으로 '화성형 그린뉴딜'을 발표했다.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화성시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답은 기후위기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산업화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와 생태계의 훼손으로 인한 지구 조절능력 상실이다.

화성시 온실가스 감축은 배출분야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산업구조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저탄소 산업구조'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탄소배출 산업을 줄여나가야 하며 그린뉴딜 예산의 10%는 좌초산업(사라지는 산업) 노동자를 위해 조성돼야 한다. 친환경에너지 전환도 중요하지만 산업분야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지원과 대책이 시급하다. 더 이상 개발만능의 성장주의가 아닌 탄소배출 산업에 대한 안정적이고 단계적인 산업 축소와 에너지 절약을 위한 전환이 그린뉴딜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생태계의 복원도 중요하다. 경기만에 남아있는 화성지역 연안습지는 탄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블루 카본이자 해양생태계 유지를 위한 마지막 경계선이다. 화성습지 개발은 경기만 전체 생태계와 생물종의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조력발전소로 인한 해수면의 변화와 해류 속도의 변화는 화성호의 생태뿐만 아니라 인근 갯벌 퇴적층에도 영향을 준다. 화성호는 인위적인 시설로 수질을 개선해야 하는 시화호와 달리 완전한 해수유통만으로 충분히 복원이 가능하다.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을 위한 그린뉴딜은 훼손된 환경의 복원과 재자연화를 위한 산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스마트팜(20억)이 아닌 친환경농업생산단지로, 농업테마파크(230억)가 아닌 습지교육센터로, 조력발전소(1,510억)가 아닌 갯벌재자연화로 생태적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생태계의 복원은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식량생산에도 기여하게 된다. 친환경에너지라는 포장으로 진행되는 개발 사업이 환경과 생태계 파괴를 유발한다면 그건 '그린 뉴딜'이 아닌 '그레이 뉴딜'이 될 수밖에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고탄소 경제에서 벗어날 좋은 기회였지만, 녹색성장 정책이 녹색산업전환을 유도하지 못하고 건설(토건) 산업 부양에 그쳐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증가했다.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탈 탄소 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에 경제⋅사회⋅정치 시스템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화성형 그린뉴딜'을 완성하기 위해서 화성시는 계획수립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노동자, 농민, 어민, 시민단체, 청소년 등의 의견을 듣고 반영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진정한 그린뉴딜을 만드는 책임이 화성 시민 모두에게도 요구되고 있다.
 
박혜정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박혜정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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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화성형그린뉴딜, #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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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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