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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기시험 응시율이 14%로 집계됐다. 매년 3000여 명의 신규 의사가 배출됐지만, 올해는 3172명 중 446명만 국시 실기시험에 응시한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는 두 차례 국가고시 일정을 미뤄가며 의과대 학생들한테 국시 응시할 기회를 주었지만, 학생들이 계속 국시를 거부했다. 그러나 지난 9월 24일 태도를 바꿔 전국 40개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대표들은 성명서를 내며 "국시에 대한 응시 의사를 표명한다"라고 밝혔다.

국시 거부와 동맹휴학의 가장 큰 피해자
 
아직 의사가 아닌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의 국시 거부와 동맹휴학은 국민의 건강권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아직 의사가 아닌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의 국시 거부와 동맹휴학은 국민의 건강권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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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발표에 한편에서는 사과나 유감 표명이 없다는 점을 들어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전문의들의 집단 휴진과는 다르기에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 의사가 아닌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의 국시 거부와 동맹휴학은 국민의 건강권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올해 국시를 거부한 4학년 학생들 2700여 명이 내년에 단체 응시를 하면, 현재 3학년생과 레지던트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리라 의료계 일각에선 전망한다. 결과적으로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 당사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지난 9월 29일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장들로 구성된 KAMC는 "젊은 의대생들이 참여한 단체행동을 진료 불편을 초래한 의사 파업과 분리해 생각해주시고 그 순수함과 진정성을 이해해달라"라고 호소했다.

다음 날인 지난 9월 30일에는 전국 113개 병원 전공의들이 공동성명을 내면서, "내년에 2700여 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못할 경우 향후 수년간 국가 보건의료체계에 큰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정부와 국회는 의사 수급 부족으로 발생할 국가 보건의료체계 위협에 대해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라"라고 촉구하며, "정부가 의정 합의를 기만하는 움직임을 지속할 경우 우리는 다시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시험과의 형평성, 공정성, 국민의 수용성을 볼 수밖에 없다며 국시 재응시는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특권 의식'에 분노하는 국민들
 
스스로 두 번이나 거부한 국시다. 인제 와서 응시 의사를 밝힌다는 말 하나에, 정부와 국민이 허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바로 '특권 의식'이다.
▲ 공정성 스스로 두 번이나 거부한 국시다. 인제 와서 응시 의사를 밝힌다는 말 하나에, 정부와 국민이 허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바로 "특권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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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의 주장대로 젊은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와 동맹휴학은 그들의 순수함과 진정성에 의한 선택이다. 그러므로 국민에게 사과할 이유가 없다. 국민 또한 의대생들의 사과를 원하지 않는다. 단지, 국민이 그들에게 바라는 점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줄 아는 성숙한 태도를 보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두 번이나 거부한 국시다. 인제 와서 응시 의사를 밝힌다는 말 하나에, 정부와 국민이 허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바로 '특권 의식'이다. 

어느 누리꾼은 "떼쓰기로 국시를 재시행한다면 정부는 앞으로 다른 국시도 그렇게 해줘야 할 거다. 형평성을 그리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은 다른 대우를 해달라는 요구는 받아줘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국시를 못 보는 의대생들이 환자를 볼모로 진료 거부를 한 의사 집단을 대표해 희생양이 되는 건 안타깝지만 확실한 경종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의료공백이 될 걸 알면서도 진료 거부하고 국시 거부하라고 가르친 의사 집단이 책임질 일을 정부에 떠넘기지는 맙시다. 전교 1등 의사보다 어려운 순간에도 환자 곁을 지켜줄 수 있는 의사를 원합니다. 의사가 단순히 돈 많이 버는 직업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라고 말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사과가 아닌 공정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 이유야 어찌 되었건, 올해 시험을 보지 않으면 내년에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모든 국가시험은 1분만 지각해도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매해 수능 시험 지각할까 봐 경찰 오토바이가 등장하여 수험생을 실어 나르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을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이를 알고도 국시를 두 번이나 거부한 이유는, 내년에 시험 칠 각오를 했다는 뜻이다.
혹여나 나중에라도 선배 전공의들이 정부를 압박하면, 시험 구제 방법이 생길 것으로 믿고 행동한 거라면 그건 으름장과 협박에 불과했던 실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구나 그렇듯이 이제라도 실수를 통해 지혜를 배우면 된다.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의 원작 소설, 2012년 아마존 최고의 역사 소설에 선정된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M.L 스테드먼의 <바다 사이 등대>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
 
사람은 자기가 내린 결정을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거예요. 그게 바로 용기라고요. 실수의 결과 역시 받아들여야 하는 거라고요. P.352

국시를 거부한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이 사과해야 할 대상은 국민이 아니다. 혹시라도 그들이 사과해야 할 존재가 있다면, 무엇보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될 자기 자신일 것이다. 

또한, 전공의들의 주장대로 의사 수급 부족으로 발생할 국가 보건의료체계 위협에 대해서는 우리가 모두 감수해야 할 몫이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들은 충분히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은영 기자 브런치에도 함께 올라갈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yoconisoma


태그:#공정, #국시거부, #의대생, #동맹휴학, #특권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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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를 알기 전보다 알고 난 후, 더 좋은 삶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글을 씁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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