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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양수 안에서 자라고 있는 태명 '봄이'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발길질로 대답했던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났다. 언어 습득 능력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되고 있는 걸까.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울음으로 자신을 알리기 시작하다가 주변에서 들려오는 생활 소음과 목소리를 배우며 자신만의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있다. 이게 바로 아기의 언어발달 첫걸음이다.

갓 태어난 아기들이 주변에서 들려 오는 소리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는 등의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아들 예준이도 비슷했다. 육아 관련 서적들을 읽어봐도 다 비슷비슷한 내용이었다.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자주 들려 주세요."
 
 "청각장애 엄마가 무조건 말을 못 한다는, 자신의 목소리도 제대로 낼 수 없겠지?"라는 이런 편견은 지워졌으면 좋겠다.
 "청각장애 엄마가 무조건 말을 못 한다는, 자신의 목소리도 제대로 낼 수 없겠지?"라는 이런 편견은 지워졌으면 좋겠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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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어'라는 시각적 언어를 사용하는 농인이다. '목소리'가 꼭 필요할까 싶은 의문을 품은 채 예준이와 눈을 맞추며 이름을 불러보기 시작했다. 예준이는 엄마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렸다. 이내 방긋 웃으며 엄마와의 교감을 시작했다.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청각장애인 엄마가 어떻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은 기우인 만큼 나도, 아이도 서로에게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 예준이는 이제 말도 제법 늘었다. 일찍 어린이집에 보낸 이유도 언어발달이 행여나 느려질까 싶은 마음이었다.

예준이는 이제 세 살이라 자기주장도 강해지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엄마가 말하는 이야기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엄마가 지시한 내용과 다른 행동을 할 때도 있는 '청개구리' 시기를 건너고 있는 예준이.

"물컵 가지고 올래?"
"포크 가지고 가서 먹어."
"문을 닫고 와."


나의 지시어를 제법 이해하고 행동에 옮기는 예준이의 모습이 새삼 신기했다.

"청각장애 엄마가 무조건 말을 못 한다는, 자신의 목소리도 제대로 낼 수 없겠지?"라는 이런 편견은 지워졌으면 좋겠다. 내 목소리가 다른 엄마에 비해 정확하지 않아도, 어눌해도 금방 알아채는 예준이에게 그저 고맙다. 그래서 늘 예준이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마음 속으로 되뇌인다.

"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가 될게."
"엄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소통해 주는 너의 마음을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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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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