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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가 작성 배포한 미국의 대선 절차 흐름도
▲ 미국 대선 절차 미국 연방정부가 작성 배포한 미국의 대선 절차 흐름도
ⓒ 미국 연방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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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미국 대선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미국의 언론기관들과 여론조사 기관들이 떨고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거의 모든 언론기관과 여론조사 기관은 힐러리의 압승을 기정사실화하였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트럼프는 선거인단의 과반수 270명을 훨씬 넘는 306명을 확보한 반면, 힐러리는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 230만여 표, 1.7%를 앞서고도 선거인단 확보는 232명에 불과하였다. 

미국 대선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 결과와 달리 나온 이유는 주별로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방식이므로 박빙이 많을 경우 우리의 총선처럼 사전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의 대선 절차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투표권이 있어도 먼저 유권자 등록을 해야 

미국 유권자들은 우리처럼 선거일에 모두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라도 실제 투표를 하려면 미리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하고, 유권자 등록을 하고도 2~3차례 투표를 하지 않으면 유권자 명부에서 삭제된다.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선거일 15일 전까지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한다. 

유권자 등록을 한 경우라도 전체 유권자의 15% 내외가 실제로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 미국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은 여성, 청년, 유색인, 도시인인데, 투표일이 공식적인 휴일이 아니라서 청년, 유색인, 도시인들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노년, 백인, 시골보다 낮다.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과가 달라진다. 그래서 이 부분에 가중치를 부여하는데, 선거 때마다 계층별 투표율이 민감하게 변하기 때문에 예측하기 힘들다. 

이번 선거의 또 다른 변수는 우편투표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장 투표에서는 공화당이 약간 앞서고, 우편투표 층은 압도적인 민주당 지지자이다. 이번 대선 투표 참가자는 1억5천만명 이상으로 예측되는데, 우편 투표 등 사전 투표자는 6천만명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우편투표의 부정가능성을 부각시키면서 우편투표율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정당 후보는 대부분 예비경선, 일부 당원대회로 결정

미국 헌법은 선거와 투표에 관해 보통선거, 평등선거 등 기본적인 원칙만 규정하고 나머지 유권자의 자격, 등록절차, 선거철차 등 구체적인 것들은 전부 주법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선거와 투표 절차는 주마다 다르며 이에 대해 연방정부가 관여하지 않는다. 

미국 헌법은 정당을 예상하지 않았고 건국의 아버지들도 정당을 파벌이라고 생각하여 헌법에 관련 규정을 두지 않았다. 따라서 건국 초기 정당의 대통령 후보는 정당이 자율적으로 정하였는데, 보통 정당의 지도부가 협의를 통해 결정하였다. 하지만 정당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후보 추천 권한이 점차 정당의 기관, 당원의 모임에 이양되었다. 1900년 이후 당원 대회에서 후보를 선출하였고, 1960년대부터 당원이 아닌 유권자들도 참여하는 예비경선이 확산되었다.

2020년의 경우 민주당 전당대회의 대의원은 4750명이며, 서약한 대의원이 3979명이며 슈퍼 대의원은 771명이다. 공화당 전당대회에는 대의원 2551명이 참가하며 이 가운데 서약한 대의원이 2441명이고, 서약하지 않은 대의원은 110명이다.

공화당의 구속받지 않은 대의원(Unbound delegates)과 민주당의 슈퍼대의원(super delegates)은 고위 선출직으로서 당연직 대의원이며, 특정 후보에 구속되지 않고 전당대회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로 서약한 대의원(Pledged delegates)의 선출 방식은 양당 모두 주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투표로 선출하거나 기타의 방식으로 결정된다. 

2016년 대선 민주당의 최근 3번의 해당 지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더 좋을수록, 대통령 선거인단 수가 많을수록, 경선 시기가 나중일수록 더 많은 대의원을 배정한다. 공화당은 인구가 많을수록, 선출직 공무원이 많을수록, 선거결과가 좋을수록 더 많은 대의원을 배정받는다. 

슈펴 화요일은 주요 주의 예비선거나 당원 대회가 겹치는 날

각 주마다 예비선거나 당원대회의 일정이 다르다. 주요 주의 내부 경선 날짜가 겹치는 날이 2월과 3월 사이에 있는 슈퍼 화요일이다. 대통령후보는 민주당의 경우 15% 이상 득표한 경우만 주 단위와 하원 선거구 단위로 득표율에 따라 대의원을 배정받는다. 공화당은 승자독식이 일반적이며, 득표율을 고려하는 주도 있다. 

예비선거 즉 프라이머리는 미리 등록된 당원이 특정 정당의 경선에 참여하는 폐쇄형과 미리 등록된 유권자가 당적과 무관하게 어떤 정당의 경선에도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이 있다. 폐쇄형에는 당원이 아닌 유권자의 참여를 인정하는 유형이, 개방형에는 미리 특정 정당의 경선에 참여할 것을 등록하는 경우에 투표 장소에서 정당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당원대회 즉 코카서스는 바로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토론을 통해 지지자를 정하거나 지지 후보를 홍보한다. 투표 이외에 의견제출, 공개적인 투표가 진행되기도 한다. 예비선거를 각 주가 주최하는 반면, 당원 대회를 각 정당이 주최한다. 

전당대회 전에 각 주의 예비선거나 당원대회 즉 경선을 통해 대의원의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사실상 이미 대통령후보이다. 다만 전당대회에서 이를 공식화하고 선출된 대통령후보는 부통령 후보를 지명한다. 오바마처럼 차기 지도자가 지지연설을 통해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한다.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의 연설, 차기 국정운영 방안 등이 발표되고 전국에 생중계되므로 본선의 TV토론과 함께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이다.

2개 주 제외하고 주별로 과반수 득표자가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하는 승자독식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의 규모는 연방 하원의원 수 435명, 상원의원 수 100명 워싱턴D.C. 3명 등 총 538명이다. 각주는 2명의 상원의원 몫 이외에 하원 선거구 배정방식인 인구 비례로 선거인단을 배정받는다. 주요 지역 중 캘리포니아(55명), 뉴욕(29명)이 민주당의 텃밭이고, 텍사스(38명)가 공화당 지역이며, 플로리다(29명)은 접전지역이다. 미국 헌법 2조 1항 2절에 따라 각 주의 주 의회가 선거인단 후보 결정 방식을 정한다. 구체적으로 정당의 추천, 정당의 주 대회 선출, 각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지명, 주의 예비선거 등에 의한다.

11월 첫째주의 화요일에 미국 유권자의 총투표가 실시되어 각 후보의 선거인단의 규모가 결정되어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가 사실상 정해진다. 투표용지도 주마다 다른데, 선거인단에 투표하거나 후보에 직접 투표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인단을 선택하는 것이다.

48개 주와 워싱턴DC의 선거인단은 승자독식제에 의거해 대통령을 뽑는다. 반면 메인 주와 네브래스카 주는 하원의원 선거구에 해당하는 선거인단을 해당 선거구의 투표 결과에 따라 선출하고, 나머지 2명의 선거인단은 전체 주의 투표결과에 따라 선출한다. 엘 고어 후보나 힐러리 클린턴 후보처럼 승자독식 제도로 인해 전체 유권자 투표(popular vote)에서 표를 더 많이 얻더라도 확보한 선거인 수가 적으면 패배한다. 

국가연합의 건국 정신에 따라 간접선거이지만 직접선거와 같은 효과

미국은 건국 당시 국가연합으로 시작하여 점차 연방제적 요소를 강화시켜왔는데, 건국의 아버지들이 합의한 대통령 선출 방식은 독립적인 주의 대표들 즉 선거인단들이 모여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다. 단체대표의 특성상 전체 유권자들의 총투표로 대통령을 뽑는 것보다 유엔에서 각 국가가 투표하는 것처럼 주의 대표들이 뽑는 것이 국가연합의 정신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비록 간접선거이지만 선거인단들은 미리 특정 후보의 지지를 맹세하였고, 실제로 거의 대부분 명세한 대로 투표하였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직접 투표와 같은 심리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 광활한 미국에서 동시에 투표를 해야 하는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면서도, 간접선거가 직접선거와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면서 단체대표라는 국가연합의 건국정신을 살리는 절묘한 방식인 셈이다. 

2백여년의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지역색도 두드러지는데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는 적색주(red states),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는 청색주(blue states)이며, 우열을 가르기 어려운 경합주(swing state)는 보라주(Purple states)이다. 

전당대회, 전국 순회, 방송토론 등이 미국 대선의 꽃

후보는 경선 일정에 따라 전국을 순회하며 중간에 TV 토론을 한다. 1952년과 1956년 당내 경선 후보자 간 토론만 방송사를 통해 전국에 중계됐다. 1960년에 'CBS', 'NBC', 'ABC' 등 3대 방송사 협조 아래 대선 후보 TV토론이 처음으로 개최됐다. 케네디는 이미지, 발언 등의 측면에서 닉슨을 압도하였으며 선거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쳐 방송토론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방송토론은 1960년부터 1992년까지 언론인 패널 중심의 '공동기자회견'으로 진행됐고 장소는 방송사에서 공공장소로 변하였고, 시간은 90분으로 정착하였다. 패널은 주최 측과 후보 측이 합의하였다. 1992년 '대통령토론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사회자 한 명이 단독으로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회 횟수는 보통 대통령 후보 3회, 부통령 후보 1회이다. 올해는 트럼프가 코로나에 걸려 대통령후보 토론회가 2번만 열렸다.

본선에도 전국을 순회하는데, 광고와 함께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는 7억8천만 달러를 트럼프는 4억 달러를 사용하였다. 전체 선거 비용은 24억 달러가 사용되었다.

선거인단이 맹세와 달리 투표하는 반란표도 발생

12월 둘째주 수요일 다음에 오는 월요일에 주별로 선거인단이 각 주의 수도에 모여서 투표한다. 24개 주에서  투표하기로 맹세한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고 다른 후보에게 투표했거나 누구에게도 투표하지 않은 불성실한 선거인을 처벌할 법조항을 두고 있다. 미시간주의 경우 불성실한 투표 자체를 무효화시키기도 한다. 선서하지 않은 선거인(Unpledged elector)은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측에선 2명이, 힐러리 측에선 5명이 총 7명의 반란표가 발생하였다. 

태그:#미국 대선, #승자독식, #선거인단, #트럼프,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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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12년간 기관지위원회와 정책연구소에서 일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연방제 통일과 새로운 공화국』,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 마르크스의 실천과 이론』 등의 저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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